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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57권, 성종 14년 8월 15일 을해 3번째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상사가 이세좌에게 토산물이 아닌 것을 빼는 방책을 말하다

도승지(都承旨) 이세좌(李世佐)를 보내어 상사(上使) 〈정동(鄭同)에게〉 말하기를,

"대인(大人)께서 성밑[城底]에 가서 놀고자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성밑은 좁고 지저분하여 놀면서 구경할 만한 곳이 못됩니다. 청컨대 강가로 나가 노시오."

하니, 상사가 대답하기를,

"놀면서 구경하려고 한 것이 아니고, 기분이 자못 갑갑하여 잠시 성밖에 나가서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하였을 뿐입니다. 만일 관반(館伴)과 공억(供億)이 따른다면 나는 가지 않겠습니다. 요즈음 전하의 교지를 받들어 밤이 새도록 생각해 보니, 성절(聖節)에 진헌(進獻)할 잡물(雜物)이 만일 한두 해의 공납을 지속(持續)할 만하다면 면제하도록 요청할 필요가 없고, 만일 지속할 수 없으면 왕모(王母)782) 께서 한씨(韓氏)에게 으레 서계(書契)를 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금·은의 공물을 제외(除外)한 토표피(土豹皮)·초서피(貂鼠皮)·호아(虎牙) 등의 계속하여 바치기 어려운 물건을 토산물(土産物)이 아니라는 까닭을 갖추어 진술하여 애청(哀請)하기를 곡진(曲盡)하게 하여 면제되기를 청구한다면, 한씨가 이미 서거하였으나 그 글은 반드시 조정에 전달 될 것이고, 조정에서도 일찍이 그 폐단을 알고 있고 또 내가 따라가게 되면 조정에서 반드시 이 일을 물을 것이니, 나도 이것을 인해서 얻기 어려운 정상을 갖추어 아뢴다면 면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곧 승문원(承文院)에 명하여 서계(書契)를 지어 올리라 하였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질녀 회간 왕비(懷簡王妃)가 존고(尊姑) 한씨 시하에 삼가 회답을 올립니다. 이제 두 태감(太監)이 우리 나라에 온 것으로 인하여 삼가 존고께서 특별히 황은을 입어 십분 강녕하시다는 것을 듣고 기쁜 마음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질녀도 잘 있으며 대소 친척들도 다 각각 평안히 지내고 있으니, 이 모두가 은권(恩眷)783) 이 미친 덕분입니다. 다만 노왕비(老王妃)께서 불행하게도 금년 3월에 승하하셨으니, 삼가 살피시어 바랍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성절사 한한(韓僴)이 가지고 온 여러 가지 진황(珍貺)784) 을 일일이 공경히 받았기에 머리가 무거워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토의(土宜)를 별폭(別幅)에 갖추어 기록하니, 받아 주시기를 삼가 바랍니다.

그리고 따로 한 가지 존고에서 우러러 간구(干求)할 것이 있으니 매우 황공(惶恐)스럽습니다. 본국에서 성명(聖明)을 만나 은총을 주심이 특별히 많으니, 이는 전고(前古)에 없었던 일입니다. 무릇 칙지(勅旨)가 있을 때면 감히 정성을 다하여 봉공(奉供)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토표피(土豹皮)·초서피(貂鼠皮) 등에 관해서는 모련위(毛憐衛) 야인(野人)의 지방에서 산출되는 것인데, 성지(聖旨)를 받들어 정벌(征伐)한 뒤로는 본국과 원수가 되어 감히 마음대로 변경(邊境)에 들어가지 못하였으므로, 인하여 여러 해 〈봉공(奉供)이〉 줄었고, 호랑이는 곧 사람을 상해하는 짐승이어서 포획(捕獲)하기도 어려우며 비록 요행히 포획하더라도 어금니가 쓸 만한 것은 열 개에 한두 개도 못되니, 해마다 진공(進貢)하는데 있어서 진실로 칙서에 적은 수(數) 안에 미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이러한 본국의 폐단을 가지고 충분히 조정에 주달하셔서 진공(進貢)을 줄이도록 하여 주소서. 지극한 소원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9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782]
    왕모(王母) : 성종의 생모(生母)인 소혜 왕후(昭惠王后)를 말함.
  • [註 783]
    은권(恩眷) : 황제의 특별한 대우.
  • [註 784]
    진황(珍貺) : 진귀한 선물.

○遣都承旨李世佐, 語上使曰: "聞大人欲往遊城底, 城底隘陋汚穢, 不堪遊觀。 請出遊江上。" 上使答曰: "非欲遊觀, 氣頗窒礙, 暫出城外, 以舒鬱結耳。 若館伴及供億隨之, 則俺當不往矣。 頃承殿下之敎, 終夜以思, 聖節進獻雜物, 若可支一二歲之貢, 則不必請免, 如不可支, 則王母於韓氏, 例有書契。 除金、銀貢外, 當以土豹皮、貂鼠皮、虎牙等難繼之物, 備述不産之故, 曲盡哀請, 以求免, 則韓氏已逝, 其書必將轉達于朝廷矣。 朝廷夙知其弊, 而俺又隨到, 則朝廷必問之矣。 俺因此備陳難得之狀, 則庶可免矣。" 上卽命承文院, 製書契以進。 其書曰:

姪女懷簡王妃, 奉復尊姑韓氏侍下。 今因兩太監到國, 伏聞尊姑特荷皇恩, 十分康寧, 不勝歡喜。 姪女和大、小親戚, 俱各平安過活, 都是恩眷所及。 但老王妃, 不幸本年三月時分薨逝, 伏惟尊鑑。 就中去冬聖節使韓僴, 齎來多般珍貺, 一一祗受, 頂戴不起。 略備土宜, 具錄別幅, 伏乞領納。 別有一節, 仰干尊聽, 惶懼之至。 本國遭遇聖明, 寵賚便蕃, 前古所無。 凡有勑旨, 敢不竭誠奉供? 第緣土豹、貂鼠皮等, 産出毛憐衛野人地方, 欽奉聖旨征伐之後, 怨讎本國, 不敢擅入邊境, 以致連年缺少。 虎是傷人之獸, 捕獲亦難, 雖幸捕獲, 牙之可用者, 十無一二, 遞年進貢, 誠恐勑書數內不敷。 伏望將此本國之弊, 敷奏朝廷, 減退進貢。 不勝至願。


  • 【태백산사고본】 23책 15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99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