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좌를 양전에 보내어 조석에만 곡하기를 청하니 양전이 상시 곡하기를 주장하다
임금이 도승지(都承旨) 이세좌(李世佐)를 보내어 양전(兩殿)에게 아뢰기를,
"신이 어제 내교(內敎)를 받들어 보건대, 이르기를, ‘《오례의(五禮儀)》에는 비록 「상식(上食)할 때 곡림(哭臨)358) 한다.」는 글이 있으나 우리들이 곡(哭)하지 아니하는 것은 정(情)이 박해서 그러한 것이 아니고, 예전에 세조께서 승하하자 대행 대비(大行大妃)께서 이르시기를, 「사람은 사생(死生)이 다름이 없는데 바야흐로 음식을 올리고 부르짖고 곡하면 신(神)이 편안히 흠향(歆響)하겠느냐?」고 하셨기 때문에 조석전(朝夕奠)에만 곡을 하고 삼시 상식(三時上食)에는 곡을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대행 대비께서 평시에 곡성(哭聲) 듣기를 싫어하셨으므로 우리들이 대행 대비의 본의(本意)를 체득하여 온양(溫陽)에 있을 때부터 아침 저녁으로만 곡을 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예(禮)를 폐할 수 없으므로 삼시 상식에 모두 곡을 하고자 합니다.’고 하였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대행 대비께서 세조를 위하시는 마음이 어찌 적었겠습니까? 그 곡(哭)하는 것을 싫어하여 하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예(禮)는 인정에 따르고 일은 적당하게 하는 것이 귀한데 때가 아닌 곡(哭)을 하는 것과 평시에 듣기 싫어하시는 것이겠습니까? 이제 행하고자 하시는 것은 이것이 비록 애통한 정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컨대 대행 대비의 본의에 따르소서. 또 이제 바야흐로 흑심한 더위에 양전(兩殿)께서 오시(五時)로 곡림(哭臨)하시면 신의 마음이 아프고 절박할 뿐만 아니라 신하와 서민이 누가 슬퍼하고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양전(兩殿)이 전교하기를,
"당초 상식에 곡을 하지 아니한 것은 대행 대비의 뜻을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상시(常時)로 곡성이 끊어지지 아니하기 때문에 상식 때에는 신(神)의 마음이 편하시기를 바라서 곡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도승지(都承旨)가 와서 전하기를, ‘상식하는 삼시의 곡은 할 수 없습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산릉(山陵)에 나아갈 날이 매우 가까운데 어찌 조석전(朝夕奠)에만 곡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주상이 우리가 빈전 곁에서 항상 곡하는 것을 염려하시기 때문에 대행 대비의 본의를 체득하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이세좌(李世佐)를 보내어 다시 아뢰기를,
"곡(哭)은 비록 감히 그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슬픔이 지극하면 읍(泣)359) 을 하는 것인데 하필 소리를 내어 곡을 해야 하겠습니까? 이제 보건대, 시녀(侍女)가 부르짖으며 곡(哭)하는 것이 지나쳐서 양전(兩殿)으로 하여금 더욱 슬픔을 더하게 하니, 이제 혹심한 더위를 당하여 슬픔을 조절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원컨대 지극한 정을 힘써 억제하소서."
하니, 양전(兩殿)에서 전교하기를,
"이제 예문(禮文)을 상고하건대, 일신의 까닭으로써 만세에 떳떳하게 행하는 예를 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산릉으로 가는 기일이 가까와 애통한 정을 스스로 금할 수 없으므로 감히 명을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처음 온양에 있을 적에 조석전(朝夕奠)에만 곡을 한 것은 우리들의 과실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上遣都承旨李世佐啓兩殿曰: "臣昨承內敎云: ‘《五禮儀》, 「雖有上食, 哭臨」 之文, 我輩不哭, 非情薄而然也。 昔世祖升遐, 大行大妃以謂: 「人之死生無異, 方上食而號哭, 則神其安饗乎? 故只哭朝、夕奠, 而三時上食, 則無哭。 且大行平時, 惡聞哭聲, 予等體大行本意, 自在溫陽, 只哭於朝夕。 但今思之, 禮不可廢, 欲於三時上食, 皆哭焉。’ 臣意, 大行大妃爲世祖之心, 亦豈少哉? 非惡其哭, 而不爲也。 禮順人情, 事貴得宜, 況非時之哭, 平時所惡聞乎? 今欲行之, 是雖哀痛之情, 不能自已。 願遵奉大行本意。 且今方炎熱, 兩殿五時哭臨, 非獨臣心痛切, 臣庶孰不痛悶?" 兩殿敎曰: "當初不爲上食哭者, 遵大行大妃之意也。 然常時哭不絶聲, 故上食時, 則冀安神心, 不哭。 今都承旨來傳云: ‘上食三時之哭, 不可爲也。’ 然赴山陵之日甚近, 豈可哭止朝、夕奠而已哉? 主上慮予在殯側, 常常號哭, 故欲予體大行本意耳。" 上又遣世佐復啓曰: "哭雖不敢止, 哀至則泣, 何必出聲而哭? 昨日見侍女號哭過度, 致使兩殿, 尤增悲慟。 今當炎熱, 固宜節哀。 願勉抑至情。" 兩殿敎曰: "今考禮文, 不可以一身之故, 廢萬世常行之禮。 且山陵期逼, 哀痛之情, 自不能禁, 未敢從命。 初在溫陽, 只哭朝、夕奠, 予等之過也。"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