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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54권, 성종 14년 5월 7일 무술 3번째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이철견이 상소하여 이조가 분경한 것에 대한 징계를 청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使憲) 이철견(李鐵堅) 등이 상소하기를,

"무릇 제사에 집사(執事)를 정하는 것은 이조(吏曹)에서 관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로 하고 싶어 하는 바가 아니면 스스로 차지할 이치가 없습니다. 이제 선잠(先蠶) 제사에 박안성(朴安性)이 헌관(獻官)이 되었는데 해조(該曹)의 참의(參議)이고, 신경(申經)이 전사관(典祀官)이 되었는데 해조의 색랑(色郞)308) 입니다. 그리고 판윤(判尹) 정숭조(鄭崇祖)가 헌관이 되고, 서윤(庶尹) 김질(金耋)이 집례(執禮)가 되었으며, 참군(參軍) 두 사람과 장악원(掌樂院) 관원이 집사(執事)가 되었으니, 모두 그와 친한 자입니다. 그런데 악(樂)을 맡은 관원은 그 기공(妓工)을 거느리는 까닭이며, 참판(參判) 조익정(趙益貞)이 현릉 헌관(顯陵獻官)이 된 것은 그가 다니는 길이 그들이 모이는 곳을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한에 미쳐서 정괄(鄭佸)·변포(卞袍)는 까닭도 없이 떼를 지어 와서 모두 모였으니 그들이 모이기를 계획하고 기약한 것이 어찌 일조 일석(一朝一夕)에 우연히 된 일이겠습니까?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공명(功名)과 부귀(富貴)는 사람이 다 같이 하고자 하는 바인데 만약 의연(毅然)하게 절의(節義)와 청렴으로써 분수를 편안하게 여기고 스스로 지조를 지키는 자가 아니면 당로자(當路者)309) 에게 아첨하지 아니하는 자가 드뭅니다. 국가에서 분경(奔競)을 금하는 제도를 마련한 까닭은 바로 이를 위해서입니다. 이제 정괄 등은 자신이 전형(銓衡)하는 책임자가 되었으니 나라에 법령이 이처럼 엄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마땅히 평상시에도 공경하고 삼가해야 하며 다닐 때에도 사람을 피하여 성상께서 위임한 뜻에 부응해야 할 것인데, 이제 행한 것이 이와 같으니 전조(銓曹) 대신(大臣)의 체면이 진실로 이와 같습니까? 가령 정괄 등이 간략하게 두서너 동료와 더불어 몸을 감추고 자취를 숨겨서 혹은 술을 마시거나 혹은 활을 쏘았다면 오히려 두려워하고 꺼리는 뜻이 있었다는 것이니 우연이라고 이르는 것이 과연 혹시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국법을 범하면 죄를 용서할 수 없는데 더구나 이제 정괄 등은 도성(都城) 문 큰길 곁에서 크게 모였습니다. 손님으로 말하면 수가 20명에 이르는데 모두 재상들로서 높은 벼슬아치이고, 기공(妓工)으로 말하면 14명에 이르는데 모든 풍악을 다 갖추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술상이 낭자고 노래와 춤이 어지러웠으며 분주하게 공급(共給)하는 자가 얼마인지 알지 못하였고, 길을 가다가 말[馬]을 멈추고 손을 이마에 대고 곁에서 구경하는 자도 얼마인지를 알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 거만스럽게 뽐내는 모습과 어깨를 움츠리면서 아첨하여 웃음짓는 태도를 대략 상상할 수 있습니다. 국법을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이 있는 자라면 과연 이와 같겠습니까? 정괄 등의 범함 바가 이처럼 지극함에 이르렀는데도 전하께서는 오히려 내버려 두고 처벌하지 않으시니, 신 등은 그윽이 의혹됩니다. 분경을 금하는 것은 미연(未然)에 방지하려는 것인데 더구나 대낮에 모여서 분경하는 자취가 이미 드러난 것이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술 마시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옛부터 비롯되었는데, 술을 금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그 많은 무리가 모이는 것을 미워한 까닭입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빨리 정괄 등의 벼슬을 파면하여 정사를 잡고 권세를 부리며 법을 무시한 죄를 징계하소서. 그리고 변포(卞袍)는 자신이 장악원 제조(掌樂院提調)가 되어, 친히 성악(聲樂)310) 을 거느리고 집정자(執政者)에게 아첨하였으니 행실이 나쁨은 더할 수 없이 심합니다. 아울러 그 직임을 파면하여 간사하게 권신(權臣)·요직(要職)에 아첨하는 조짐을 막으소서."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0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윤리(倫理)

  • [註 308]
    색랑(色郞) : 일을 나누어 맡은 낭청(郞廳).
  • [註 309]
    당로자(當路者) : 당국자(當局者).
  • [註 310]
    성악(聲樂) : 노래와 음악. 곧 악공(樂工).

○司憲府大司憲李鐵堅等上疏曰:

凡差祭執事, 吏曹所掌也。 苟非所欲, 則未有自占之理。 今先蠶之祭, 朴安性爲獻官, 該曹參議也, 申經爲典祀官, 該曹色郞也。 判尹鄭崇相爲獻官, 庶尹金耋爲執禮, 參軍二員與夫掌樂之員爲執事, 皆其所與者也。 而掌樂之官, 則以其率妓工也, 參判趙益貞顯陵獻官, 以其路出所會處也。 及其期也, 鄭佸卞袍無所因, 而(糜)〔麇〕 至畢會, 其經營期會, 豈一朝一夕偶然之事歟? 臣等竊惟, 功名富貴, 人之所同欲也。 苟非毅然以節義廉退安分自守者, 則不爲阿謟當途者, 幾希。 國家所以設奔競之禁, 正爲此也。 今鄭佸等, 身爲銓衡之任, 非不知國有令甲, 如是之嚴也。 所宜居常恪謹, 行且辟人, 以副聖上委任之意。 今焉所行乃爾, 銓曹大臣之體, 固如是乎? 假令等, 約與數四僚友, 藏形隱迹, 或飮或射, 則猶有畏忌之意, 謂之偶然, 果或然也。 然且犯於邦憲, 則罪不可逭, 況今等大會於都門大道之傍? 以言乎賓客, 則數至二十, 皆宰相達官也; 以言乎妓工, 則數至十四, 衆樂畢擧也。 杯盤狼籍, 歌舞雜沓, 而且奔走供給者, 不知其幾也; 行路停驂, 手額而旁觀者, 又不知其幾也。 其間偃蹇自得之狀, 脅肩謟笑之態, 槪可想已, 其有畏忌邦憲者, 果如是乎? 等所犯, 至此極也, 而殿下猶置, 而不之罪焉, 臣等竊惑焉。 奔競之禁, 所以禁其未然也, 況聚會白日奔競之迹, 已著者乎? 群飮之罰, 肇自古昔, 非特爲禁酒, 所以惡其群黨也。 伏願殿下亟罷等之職, 以懲執政招權慢法之罪。 卞袍身爲掌樂院提調, 親率聲樂, 求媚執政, 無行莫甚。 幷罷其任, 以杜奸邪黨權要之漸。

不聽。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0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