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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51권, 성종 14년 2월 11일 갑술 6번째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검교 공조 참의 이계기가 세자 책봉을 축하하는 시를 지어 올리다

검교(檢校)101) 공조 참의(工曹參議) 이계기(李啓基)가 상언(上言)하기를,

"신은 본래 잔병이 많아 오로지 보양(保養)에 뜻을 두고 30여 년을 시골에 은퇴해 살고 있습니다마는, 아직 임금을 향하는 정성을 기울여 매양 하늘 같은 수명을 축원하고 있습니다. 신의 올해 나이 78세입니다. 노신(老臣)이 왕세자 책봉의 경사를 듣고 성덕(聖德)의 경사가 한없이 뻗어남을 멀리서 배하(拜賀)하며 기뻐 날뜀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3수의 시(詩)를 올립니다. 그리고 노래부르고 춤추며 성대(聖代)의 태평을 즐거워하고, 무릎끓고 머리 조아리며 본지(本支)의 백세(百世)를 축원합니다. 또한 늙은 신이 산속에 살면서 약초를 채취하기 때문에 약의 성분을 대강 알고 있습니다. 약리(藥理)를 가지고 감히 성전(聖前)에 진술하니, 삼가 바라건대, 신충(宸衷)102) 에 이것을 유념하소서. 고요히 일화(一和)의 도를 지키면, 수명이 만억년(萬億年)에 이르러 영구히 다스려져서 평안하게 될 것이니, 이는 종사(宗社)의 다행이고 국가의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시(詩) 1.

하늘이 신조(神祖)103) 에게 단군을 계승케 하여

성군의 다스림 기주(箕疇)104) 에 근본했네.

창덕궁 안에는 요일(堯日)105) 이 밝았고

흥인문 밖에는 순풍(舜風)106) 이 훈훈해라.

씩씩한 우림군(羽林軍)107) 은 슬기롭고 용감하여

영특한 한림원(翰林苑)108) 은 성리학을 베풀었네.

외로운 마음엔 연기 일고 바다는 잠잠한데

천고의 화산은 상서 구름 안고 있네.

시 2.

밝은 별 일찍 나와 동궁을 비치니

아침저녁 삼전으로 빛이 흐르네.

자주(自註)109) . 이 말은 동궁(東宮)이 아침저녁으로 문안 드리는 것을 이릅니다.】

청편(靑編)110) 에 빛이 발해 밝음 더욱 성하니

【자주(自註). 이 말은 글을 읽은면 지혜가 더욱 밝아짐을 이릅니다.】

환하게 햇빛 받아 봄바람 움직이네.

【자주(自註). 이 말은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인덕(仁德)을 행(行)함을 이르며, 봄바람[春風]은 인(仁)을 말합니다.】

시 3.

인삼·복령(茯苓)은 원기를 보양하고

【자주(自註). 인삼(人蔘)·복령(茯苓)은 성분(性分)이 온화(溫和)하여 인성(人性)을 보양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성능이 있는데, 대개 강상(綱常)은 사람의 원기(元氣)와 같습니다. 강상의 근본을 부식(扶植)함은 풍속을 후(厚)하게 하는 것이 요체입니다. 맹자(孟子)가 말씀하시기를, "상(庠)·서(序)의 가르침을 성실히 하여 효제(孝悌)의 도리를 거듭하라." 하였고,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 민덕(民德)111) 이 후하게 될 것이다." 하였는데, 주(周)나라의 국운(國運)이 오래갈 수 있었음은 실로 충후(忠厚)한 일맥(一脈)에다 바탕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약은 본성(本性)이 산중(山中)의 청정(淸淨)한 곳에 생장하기를 좋아하는 물건인데, 노군(老君)112) 이 말하기를, "청정(淸淨)은 천하(天下)의 정도(正道)이다." 하였습니다.】

생강·계피는 독을 다스리는 데 제일이며

【자주(自註). 생강·계피는 성분의 맹렬(猛烈)하여 병을 물리치고 위급함을 구제하는 데에 효과가 있습니다. 대체로 강한 적은 마치 사람의 독한 병과 같아서 그 강하게 다스리는 방법은 군사를 훈련시키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군사를 동원함에는 법도에 맞아야 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 융기(戎器)113) 를 다스려 불우(不虞)114) 에 대비하라." 하였으며, 한 고조(高祖)는, "어떻게 하면 맹사(猛士)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까?" 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길경(桔梗)115) 은 주림을 채우기에 일품이네.

【자주(自註). 길경(桔梗)은 성분이 감평(甘平)하여 먹으면 주리지 않고 사람을 보양하는 이익이 있습니다. 대개 나라를 부(富)하게 함은 마치 사람의 배를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먹은 것을 풍족하게 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방법을 농사를 힘쓰는 것이 요체가 됩니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봄비가 흠뻑 내리면 관인(倌人)116) 에게 명하여 새벽같이 멍에를 메워 상전(桑田)에 간다." 하였고,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절도 있게 쓰고 백성을 사랑하라." 하였으며,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재물을 생산함이 큰 도(道)가 있다." 하였습니다.】

이 세가지는 나라 다스리는 방법이로다.

【자주(自註). 이 세 가지는 나라를 다스리는 대본(大本)입니다. 이상은 기주(箕疇)를 아홉 번 반복할 것인데, 요는 세 가지 성분을 마침내 귀일(歸一)하게 함이 화평(和平)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황극(皇極)의 대중(大中)의 체(體)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성의(誠意)가 가상하니 주육(酒肉)을 내려 주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32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의약-약학(藥學)

  • [註 101]
    검교(檢校) : 여말 선초(麗末鮮初)에 정원(定員) 외에 임시로 녹봉(祿俸)을 주기 위하여 설치한 허직(虛職)에 붙이던 칭호. 주로 정부에서 기구 대신(耆舊大臣)을 대접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였음. 처음에는 훈구지친(勳舊之親)을 위하여 설치한 것이었는데, 뒤에 군공(軍功)이나 특별한 공로(功勞)가 있는 자에게 주었음.
  • [註 102]
    신충(宸衷) : 임금의 마음.
  • [註 103]
    신조(神祖) : 신성(神聖)한 조선(祖先). 즉 공덕(功德)이 있는 선대(先代)의 조종(祖宗)을 일컬음.
  • [註 104]
    기주(箕疇) : 기자(箕子)의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뜻한 것으로서, 이는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대법(大法)을 설명한 것임.
  • [註 105]
    요일(堯日) : 요(堯)임금의 해. 즉 요임금 때와 같은 시대라는 뜻으로 찬양한 것임.
  • [註 106]
    순풍(舜風) : 순(舜)임금의 풍화(風化). 즉 순임금 시대와 같은 교화라는 뜻으로 찬양한 것임.
  • [註 107]
    우림군(羽林軍) : 궁중(宮中)의 숙위(宿衛)를 담당하는 군대.
  • [註 108]
    한림원(翰林苑) : 임금의 명을 받아 문서를 담당하는 관청.
  • [註 109]
    자주(自註) : 작자 자신의 주.
  • [註 110]
    청편(靑編) : 책의 이칭(異稱).
  • [註 111]
    민덕(民德) : 백성의 마음가짐.
  • [註 112]
    노군(老君) : 노자(老子).
  • [註 113]
    융기(戎器) : 무기.
  • [註 114]
    불우(不虞) : 예기치 못한 사건.
  • [註 115]
    길경(桔梗) : 도라지.
  • [註 116]
    관인(倌人) : 수레를 맡은 사람.

○檢校工曹參議李啓基上言曰: "臣本殘疾, 專意保養, 隱伏丘林, 三十餘載, 尙傾向日之忱, 每祝齊天之壽。 臣今年七十八。 老臣伏聞冊封王世子之賀, 遙拜聖德延慶之極, 不勝喜躍, 伏上三詩。 詠歌舞蹈, 樂聖代之太平; 跪攅稽首, 祝本支之百世。 且老臣, 山居採藥, 粗知藥性。 復以藥理, 敢陳聖前, 伏望宸衷, 以此爲念。 靜守一和之道, 壽臻萬億之年。 長治久安, 宗社幸甚, 國家幸甚。 其一: 天開神祖繼(擅君)〔檀君〕 , 聖本疇治道敦。 昌德宮日白, 興仁門風薰。 羽林雄立智能武, 翰苑英敷性理文。 烟起孤村波息海, 華山千古擁祥雲。 其二: 明星早出照東宮, 晨夕流輝三殿中。 【自註, 此言東宮晨昏問安也。】 光發靑編明愈盛, 【自註, 此言讀書, 則智益明也。】 昭然承日動春風。 【自註, 此言承順天意, 當行仁德, 春風言仁也。】 其三: 蔘、苓養元氣, 【自註, 蔘苓, 性溫和同養性延年之德。 蓋綱常猶人之元氣也。 扶植綱常之本, 厚風爲要。 《孟子》曰: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論語》曰: "民德歸厚。" 周家八百年之久, 實基忠厚之一脈。 又此苓性, 好生山谷, 淸淨之物也。 《老君》曰: "淸淨爲天下正。"】 薑桂治毒良。 【自註, 薑、桂, 性猛烈, 有伐病救急之功。 夫强敵猶人之毒疾。 制治其强之術, 錬兵爲要。 《易》曰: "師出以律," 又曰: "除戎器, 戒不虞。" 漢 高有安得猛士守四方之歌。】 桔梗充飢美,【自註, 桔梗, 性甘平, 有不飢養人之益。 蓋富國猶人之飽腹也。 足食安民之法, 務農爲要。 《詩》云: "霪雨旣零, 命被倌人, 星言夙鴐, 稅于桑田。" 《論語》曰: "節用而愛人。" 《大學》曰: "生財有大。 〔道〕 三般爲國方。【自 〔註〕, 此三者, 爲國之大本也。 右《箕疇》之九反, 要於三性, 末歸守一處和之道。 皇極大中之體, 圓成矣。】 傳曰: "誠意可嘉。" 其賜酒肉。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32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의약-약학(藥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