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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51권, 성종 14년 2월 6일 기사 2번째기사 1483년 명 성화(成化) 19년

경복궁에 나아가 왕세자를 책봉하다

임금이 경복궁(景福宮)에 거둥하여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왕세자를 책봉하였다. 그 책문에 이르기를,

"세자를 세워 여정(與情)을 붙잡아 매는 것은 대본(大本)을 위함이며 주기(主器)075) 에는 맏아들만한 자가 없으니, 이는 실로 큰 이륜(彝倫)다. 이에 지난날의 법도를 상고하여, 금보(金寶)·옥책(玉冊)을 내리노라. 아! 너 이융(李㦕)은 그 경사 창진(蒼震)076) 에 응하였고 그 상서 황리(黃離)077) 에 부응했도다. 나면서부터 영리하여 일찍부터 인효(仁孝)의 성품이 현저하고, 총명이 날로 더해 가 장차 학문의 공이 융성할 것이니, 마땅히 동궁(東宮)에서 덕을 기르고 대업을 계승할 몸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너를 세워 왕세자로 삼는다. 아! 이에 총명(寵命)을 받았으니, 더욱 영구한 계책을 생각하라. 간사함을 멀리하고 어진이를 친근히 하여 힘써 스승의 아름다운 가르침을 지키고 〈항상〉 깊은 못에 임하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 조심하여 조종(祖宗)의 빛나는 발자취를 뒤따르면, 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랴?"

하였다. 그 교명(敎命)에 이르기를,

"이극 승저(二極升儲)078) 에 있어서는 반드시 세자에게로 돌아가는 것이요, 승조 수기(承祧守器)079) 는 진실로 원량(元良)에게 속하는 것이니, 마땅히 전장(典章)을 들어 위호(位號)를 바로하여야 하므로 너 이융(李㦕)을 책명(冊名)하여 왕세자로 삼으니, 너는 덕을 높이고 도를 즐기며, 어진이를 친근히 하고 간사함을 멀리 할 것이며, 예의(禮義)가 아니거든 행하지 말고, 오직 충신(忠信)을 힘써 종사(宗社)의 근본을 튼튼히 하고, 중외의 마음에 부응하도록 하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랴?"

하였다. 임금이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니, 백관(百官)이 전(箋)을 올려 치하하였다.

그 전문에 이르기를,

"북극(北極)080) 이 존귀한 자리에 계시어 천 년의 통서(統緖)081) 를 훌륭히 지키시고, 동조(東朝)082) 가 경사(慶事)를 넓히어 백세(百世)의 본지(本支)가 번창하게 되었으니, 종사(宗社)가 길이 평안해지고 신민(臣民)이 서로 즐거워합니다. 공경히 생각건대, 윤문윤무(允文允武)083) 하시고 내성내신(乃聖乃神)084) 하시어 조종의 행한 바를 다스림은 이미 옹목(雍穆)085) 에 이르렀으며, 장자(長子)로 적통을 세우니, 예도가 바야흐로 융성한 책봉에 이르렀습니다. 전성(前星)086) 의 더욱 빛남을 우러르고, 소해(少海)087) 가 거듭 윤택(潤澤)함을 바라봅니다. 신 등은 모두 용렬한 품질로서 빛나는 의식[縟儀]에 참례함을 얻어 번창을 기원하고 주송(周頌)088) 을 계속 부르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삼가 한송(漢頌)089) 의 축배를 올립니다."

하였다. 드디어 하교하기를,

"승조(承祧)090) ·주창(主鬯)091) 하여 나라의 근본을 무강(無彊)하게 튼튼히 하고 세자를 세워 명분을 바로하여 국운을 흔들리지 않게 이어나가야 한다. 원자(元子) 이융(李㦕)은 그 지위(地位)가 총애받는 적자(嫡子)에 있고, 성품이 온화하며 품위가 있어 만백성의 칭송을 받고 있으니, 이미 신인(神人)이 소망에 부응하여, 종사(宗社)가 이어지고 중외(中外)의 마음이 믿게 될 것이다. 기량이 이미 이루어져 능히 두어 자의 글을 깨치었으며, 나이가 비록 어리나 삼조(三朝)의 예(禮)092) 를 폐하지 아니하였다. 장자(長子)에게 대[世]를 전함은 진실로 천하의 상경(商經)이며, 어진 자에게 계통을 잇게 함은 한 사람의 사사로운 뜻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자의 소임을 기탁하여서 감무(監撫)093) 의 권한을 맡기니, 바라건대 오궁(五宮)094) 의 즐거움을 받들고 삼선(三善)095) 의 덕을 온전히 하라. 이 비상한 경사에 즈음하여 마땅히 막대한 은전을 베푸노라. 이달 초6일 새벽 이전부터 모반(謀反)·대역모반(大逆謀叛)과 자손으로서 조부모·부모를 죽이거나 구박하거나 매도(罵倒)하였거나, 처첩(妻妾)으로서 지아비를 죽이거나, 노비(奴婢)로서 주인을 죽이거나, 고의로 살인하거나, 고독(蠱毒)·염매(魘魅)하거나 하여 강상(綱常)에 관계되는 것과 다만 강도를 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미 도형(徒刑)·유형(流刑)·부처(付處)에 정배(定配)한 사람 및 이미 발각되었거나 아직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정(結正)하였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았거나 간에 다 용서하여 면제하고, 감히 유지(宥旨) 이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언(告言)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주도록 하라. 벼슬에 있는 자는 각각 한 자급을 가자(加資)하고, 자궁(資窮)096) 인 자는 대가(代加)097) 하라. 아! 만세(萬世)의 큰 기업(基業)이 이제부터 비롯되었으며 한때의 은택이 풀려서 모두 새로운 경사에 참여하게 되었으므로 이에 교시하니, 나의 뜻을 마땅히 널리 알리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31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어문학-문학(文學) / 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註 075]
    주기(主器) : 종묘의 제기(祭器)를 주관하는 사람.
  • [註 076]
    창진(蒼震) : 세자(世子)를 뜻하는 말. 즉 동궁(東宮). 창진(蒼震)은 동방(東方)에 속하므로 일컬어진 것임.
  • [註 077]
    황리(黃離) : 《주역(周易)》 이괘(離卦)에서 온 말로, 이(離)는 문명(文明)함을 뜻한 것이고, 황(黃)은 중(中)의 뜻으로서, 즉 중도(中道)를 얻어 문명한 위치에 있게 됨을 뜻함.
  • [註 078]
    이극 승저(二極升儲) : 세자(世子)에 책봉(冊封)함.
  • [註 079]
    승조 수기(承祧守器) : 대를 이어 종묘를 지킴.
  • [註 080]
    북극(北極) : 임금을 가리킴.
  • [註 081]
    통서(統緖) : 이어온 계통.
  • [註 082]
    동조(東朝) : 대왕대비.
  • [註 083]
    윤문윤무(允文允武) : 임금이 문무(文武)의 덕(德)을 갖추고 있음을 찬양하는 말.
  • [註 084]
    내성내신(乃聖乃神) : 임금의 슬기롭고 거룩함을 찬양하는 말.
  • [註 085]
    옹목(雍穆) : 나라가 잘 다스려짐.
  • [註 086]
    전성(前星) : 세자의 별칭.
  • [註 087]
    소해(少海) : 세자를 일컬음.
  • [註 088]
    주송(周頌) : 주공(周公)이 지은 것으로서, 주로 조선(祖先)들의 덕업(德業)을 찬양하는 내용이며 종묘(宗廟)의 행사가 있을 때 쓰이는 악가(樂歌)임.
  • [註 089]
    한송(漢頌) : 조삭(曹朔)이 지은 것으로서, 한대(漢代)의 공덕(功德)을 찬양한 내용으로 엮어졌음.
  • [註 090]
    승조(承祧) : 조종(祖宗)의 제사를 받드는 일을 이름.
  • [註 091]
    주창(主鬯) : 창(鬯)은 울창주(鬱鬯酒)로서, 종묘 제사에 세자(世子)가 울창주를 올리므로, 세자를 뜻하는 말로 쓰임. 즉 울창주를 맡는다는 뜻임.
  • [註 092]
    삼조(三朝)의 예(禮) : 세자(世子)가 하루 세 번 부왕(父王)에게 문안(問安) 드림을 말함. 《예기(禮記)》 문왕세자(文王世子)에, "문왕(文王)이 세자(世子)였을 적에 왕계(王季:문왕의 아버지)에게 하루 세 번씩 문안 드렸다."한 데서 인용된 것임.
  • [註 093]
    감무(監撫) : 세자(世子)의 지위를 일컫는 말로, 세자가 임금을 도와 국사(國事)를 감독하고 군사를 순무(巡撫)하던 데에서 온 것임.
  • [註 094]
    오궁(五宮) : 세조비(世祖妃) 정희 왕후(貞熹王后)·덕종비(德宗妃) 소혜 왕후(昭惠王后)·예종비(睿宗妃) 안순 왕후(安順王后)와 대전(大殿)·중궁전(中宮殿)을 일컬은 것임.
  • [註 095]
    삼선(三善) : 세 가지 착한 일. 즉 부자(父子)의 도(道), 군신(君臣)의 의(義), 장유(長幼)의 예절.
  • [註 096]
    자궁(資窮) : 당하관(堂下官)으로서의 품계(品階)가 최고에 달하여 다시 승진할 계자(階資)가 없이 되는 것.
  • [註 097]
    대가(代加) : 품계(品階)가 오를 사람이 더 올라갈 자리가 없을 때 아들·동생·사위·조카 등에게 대신 그 품계를 받게 하는 것.

○上幸景福宮, 御思政殿, 冊封王世子。 其冊文曰:

"建儲以繫輿情, 斯爲大本, 主器莫若長子, 實乃丕彝。 爰稽往規, 式加寶、冊。 咨! 爾, 慶膺蒼震, 祥叶黃离。 岐嶷天成, 夙著仁孝之性; 聰明日就, 將隆學問之功。 宜毓德於少陽, 示繼體於鴻業。 肆建爾爲王世子。 於戲! 玆服寵命, 益懷永圖。 遠奸(觀)〔親〕 賢, 務遵師傅之嘉訓; 臨深履薄, 遹追祖宗之烈光。 不其韙歟?"

其敎命曰:

貳極升儲, 必歸於冡嗣; 承(桃)〔祧〕 守器, 允屬於元良。 宜擧典章, 以正位號。 肆冊命爾, 爲王世子。 爾其尊德樂道, 親賢遠奸。 非禮義, 則勿行, 惟忠信焉是務。 以固宗社之本, 以協中外之心。 豈不韙歟?" 上御勤政殿, 百官進箋陳賀。

其箋曰:

北極居尊, 光膺千齡之統緖; 東朝衍慶, 茂延百世之本支。 宗社永寧, 臣民胥悅。 恭惟允文允武, 乃聖乃神。 率祖攸行, 治已臻於雍穆; 立嫡以長, 禮方隆於冊封。 仰前星之增輝, 贍少海之重潤。 臣等俱以庸品, 獲逢縟儀, 俾熾而昌, 載賡家之頌; 式歌且舞, 恭上殿之觴。

遂下敎曰: "承祧、主鬯, 固邦本於無疆; 建儲正名, 緜國祚於不拔。 元子, 地居寵嫡, 性稟溫文; 謳歌所歸, 旣協神人之望。 宗社攸繫, 允孚中外之心。 器已成, 而能解數字之書, 年雖少, 而不廢三朝之禮。 傳世以長, 固天下之常經; 繼序惟賢, 非一人之私意。 肆托儲副之寄, 以任監撫之權; 庶奉五官之歡, 以全三善之德。 屬玆非常之慶, 宜推莫大之恩。 自今月初六日昧爽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敺罵祖父母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謀故殺人、蠱毒、魘魅、關係綱常、但犯强盜外, 已配徒、流、付處人及已發覺、未發覺、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 相告言者, 以其罪, 罪之。 在官者, 各加一資, 資窮者, 代加。 嗚呼! 開萬世之丕基, 肇自今始, 渙一時之霈澤, 咸與新休,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31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어문학-문학(文學) / 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