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성종실록 144권, 성종 13년 8월 16일 임자 2번째기사 1482년 명 성화(成化) 18년

성준이 윤씨의 사사에 대한 삼전의 서간을 가지고 오다

전교하기를,

"오늘 종묘 사직의 큰 계책을 이미 결정하였으니, 내 마음이 편안하여졌다. 재상들도 어찌 그렇지 않겠느냐?"

하니, 정창손 등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진실로 성상의 밝으신 결단이 아니었으면 어찌 이에 이르렀겠습니까?"

하였다. 성준이 삼전(三殿)의 언문(諺文) 서간을 받들어 가지고 돌아와서 아뢰니, 내관(內官) 안중경(安仲敬)에게 명하여 빈청(賓廳)에서 펴 가지고 읽게 하여, 재상들로 하여금 듣게 하였다. 그 내용에 이르기를,

"기괴(奇怪)한 일을 듣고서 지극히 놀랐습니다만, 그러나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였으니 국가의 복(福)입니다. 그에게 죄줌은 오늘날 이 사람들의 말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단 독약을 가지고 첩(妾)을 죽이려고 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임금을 내세워 뜻을 이루어서 권력을 마음대로 하고자 기(期)하였으니, 항상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오래 살면 장차 할일이 있다.’고 하고, 또한 스스로 상복(喪服)을 입는다고도 하였으며, 장막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소장(素帳)이라.’ 하고, 주상(主上)에게 말하기를, ‘그 눈을 빼고, 발자취까지도 없애버리며, 그 팔을 끊어버리고 싶다.’ 하였으니, 이와 같은 말들을 어찌 이루다 말하겠습니까? 또 비상 가루를 옷 속에 차고 다니며, 주상(主上)께서 편치 못할 때에는 더욱 이를 기뻐하였고, 어선(御膳)이 있는 곳을 아무 때나 출입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이러한 일을 막고 막았는데, 주상이 어찌 다 알겠습니까? 우리들은 주상이 계신 곳이 좁기 때문에 수강궁(壽康宮)으로 옮겨갔는데, 그 때 우리들은, ‘우리들이 비록 있어도 어떻게 구하겠는가? 그런데도 그가 하는 짓을 알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매우 상심하며 눈물을 흘리고 떠났습니다. 종묘 사직에 복(福)이 있어서 주상이 그의 독해(毒害)를 당하지 아니하였으니, 다행입니다. 또한 그는 주상에게만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실은 종묘 사직에 죄를 지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죄를 드러나게 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원자(元子) 때문에 그의 보전(保全)을 바란 것인데도 그는 허물을 고칠 줄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그의 죄악은 알지 못하고 한갓 부부(夫婦) 사이에서 죄를 지은 줄로만 알 따름이어서, 몰래 돕는 이가 다투어 일어났으니, 장래에 아부하는 무리들이 반드시 옳고 그른 것을 전도(顚倒)하여서 죄없는 사람을 모함하여 해칠 것입니다. 이제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아서 대의(大義)로 단죄(斷罪)함은 참으로 마땅합니다. 그리고 천지(天地)의 신명(神明)이 있는데, 만일 그가 미혹(迷惑)한 부녀자로서 일이 애매(曖昧)한 데에 관계되고 역적(逆賊)을 도모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우리들이 애당초 어미와 자식 사이이니 어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원자를 보전하기 위하여는 이와 같이 한 뒤에야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안정될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4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37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어문학-어학(語學)

○傳曰: "今日已定宗社大計, 予心安矣。 宰相等, 亦豈不然?" 昌孫等稽首曰: "苟非聖上明斷, 何能至此乎?" 成俊承三殿諺簡還以啓, 命內官安仲敬, 開讀于賓廳, 令宰相聽之。 其辭曰:

聞奇至極驚駭, 然斷以大義, 國家之福也。 彼之罪, 非因今日此人等言, 而防微杜漸也。 且非但挾毒殺妾而已, 期欲挾幼得志而專權, 常自言曰: "我命長壽, 將有所爲之事。" 又自稱居喪, 又指帳曰: "素帳。" 謂主上曰: "欲抉其眼, 欲幷削去足跡, 欲斷其腕。" 如此等言, 何可盡書? 又將砒礵細末, 佩於衣裏, 主上未寧時, 則尤以爲喜, 御膳在處, 無時出入。 我等防遮之事, 主上豈盡知乎? 我等以主上在處隘陋, 故移居壽康宮, 其時我等以爲: "我等雖在, 何以救之? 然未知彼之所爲。" 痛傷涕泣而歸。 宗社有福, 主上之不遇彼毒, 幸也。 且彼非唯得罪於主上, 實得罪於宗社。 而未顯成其罪者, 專以元子之故, 冀其保全, 而彼不知改過。 今國人之心, 不知彼之罪惡, 徒以爲得罪於夫婦之間而已也。 陰助爭起, 將來阿黨之輩, 必顚倒是非, 而陷害無罪之人矣。 今防微杜漸, 斷以大義, 是固當矣。 天地神明在焉, 若彼是迷惑婦女, 事涉曖昧, 而無謀逆之心, 則我等初爲母子, 豈無不忍之心? 欲保全元子, 則如此, 然後人心一定矣。


  • 【태백산사고본】 21책 144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375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비빈(妃嬪)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어문학-어학(語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