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채수 등이 글을 올려 사직을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채수(蔡壽) 등이 아뢰기를,
"송영(宋瑛)의 일은 신 등이 여러 번 천총(天聰)을 모독하였으나 윤허를 얻지 못하여, 진실로 벼슬에 있기가 어려운 것을 알았으나, 다만 천위(天威)를 두려워하여 억지로 벼슬에 나아갔습니다. 지금 홍문관의 상소를 보니, 그 말이 매우 바릅니다. 대저 대간(臺諫)은 남의 비난을 받으면, 남의 바르지 못한 것을 바루기가 어렵습니다. 청컨대 신 등의 벼슬을 교체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홍문관의 상소는 내가 이미 알고 있다. 경 등이 그 소(疏)를 보고 갑자기 사직을 청하니, 자못 대간의 체모가 없다.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채수 등이 글을 올려 사직(辭職)하기를,
"신 등이 모두 못난 재주로써 외람되게 언책(言責)을 받아 능히 벼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간절하였는데, 요즈음 송영(宋瑛)을 대간(臺諫)에 제수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일을 가지고 여러 날 논핵(論劾)하였어도 전하께서 윤허하지 않으시므로 신 등이 두세 번 사직하였으나 마침내 윤허를 받지 못하여, 천위(天威)를 어기는 것을 중하게 여겨 뻔뻔스러운 낯으로 벼슬에 나아갔습니다. 지금 홍문관의 상소를 엎드려 보니, 말이 모두 적절하여, 신 등은 놀라고 감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그 상소 가운데에서 송영(宋瑛)과 함께 부끄러움이 없이 벼슬을 같이 하는 것을 아울러 논하고, ‘어제는 송영을 논하다가, 오늘은 송영과 함께 남의 일을 논하는 것이 마음에 편하겠느냐?’고 하였으니, 이 말은 진실로 공론(公論)에서 나온 것입니다. 신 등이 먼저 정론(正論)의 간절한 비난을 받고 장차 무슨 얼굴로 남의 과실을 논하겠습니까? 빌건대 신 등의 벼슬을 교체하시어 어질고 능한 이로써 대신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경 등이 ‘천위(天威)를 어기는 것을 중하게 여겼다.’고 한 것은 군신(君臣)의 체통이다. 지금 홍문관의 상소로 인하여 군신의 체통을 망각하고 갑자기 ‘놀라고 감복한다.’는 말을 하니, 내가 매우 부끄럽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3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5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왕실-국왕(國王)
○司憲府大司憲蔡壽等啓曰: "宋瑛事, 臣等累瀆天聰, 未得蒙允, 固知在職爲難, 但畏天威, 黽勉就職。 今觀弘文館之疏, 其言甚正。 大抵臺諫, 被人譏誚, 則難以正人之不正。 乞遞臣等之職。" 傳曰: "弘文館之疏, 予已知之。 卿等見其疏, 遽請辭職, 殊無臺諫體貌。 勿更言。" 蔡壽等上狀辭職曰: "臣等俱以庸才, 濫受言責, 未能稱職, 心切兢惶, 近者將宋瑛不宜授臺諫事, 累日論劾, 殿下不允, 臣等再三辭職, 竟未蒙允, 重違天威, 强顔就職。 今者伏覩弘文館上疏, 言皆剴切, 臣等不勝驚服。 其疏內, 竝論與瑛靦然共職: ‘昨日論瑛, 而今日與瑛論人之事, 於心安乎?’ 此言實出公論。 臣等先被正論之譏(切)〔剌〕 , 將何顔論人之過失乎? 乞遞臣等之職, 代以賢能。" 傳曰: "卿等云: ‘重違天威。’ 君臣之體也。 今因弘文館之疏, 忘君臣之體, 遽出驚服之言, 予甚恥焉。"
- 【태백산사고본】 21책 143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5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