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돈녕 이상에게 정현조·강자순이 사족으로 첩을 삼은 일에 대해 의논하도록 명하다
영돈녕(領敦寧) 이상에게 명하여, 정현조(鄭顯祖)·강자순(姜子順)이 취첩(娶妾)한 일을 의논하게 하였다. 정창손(鄭昌孫)·한명회(韓明澮)·심회(沈澮)·윤호(尹壕)·이극배(李克培)는 의논하기를,
"이징(李徵)·이오(李䎸)는 모두 사족(士族)인데도 재물을 탐하여 염치를 잊어 버리고서 딸과 누이가 정현조와 강자순의 첩(妾)이 되는 것을 허락하였고, 정현조와 강자순은 법을 업신여기고 스스로 방자하여 사족을 첩(妾)으로 삼았으니, 추국(推鞫)하여 통렬하게 징계하고, 이이(離異)397) 시켜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잉첩(媵妾)이 되었으니, 누가 구태여 장가들어 아내로 삼겠습니까? 만약 여자의 집안에서 이혼(離婚)하고자 아니하고 첩이 된 것을 달갑게 여긴다면 여자 집안의 정원(情願)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윤필상(尹弼商)은 의논하기를,
"정현조·강자순·이징·이오는 법으로 마땅히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 부녀(婦女)는 무엇이 죄가 된다고 이를 이혼시켜서 의지할 데가 없게 하겠습니까? 이것도 화기를 상(傷)하게 하고 재앙을 부르게 되는 일단(一端)이라 하겠습니다."
하고, 홍응(洪應)은 의논하기를,
"신은 이징·이오·정현조·강자순을 진실로 마땅히 논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전지(傳旨)를 내리시어 그 소생(所生)을 서얼(庶孽)로 논하라고 하셨는데, 이들은 첩이므로 모름지기 이혼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강자순의 일은 십 년 전에 있었으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당연히 달라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정현조의 근일(近日)의 일을 대강 논하여 조금도 차감(差減)하지 아니하면, 또한 가긍(可矜)한 일입니다."
하고, 노사신(盧思愼)은 의논하기를,
"예로부터 공주(公主)에게 장가든 자는 재취(再娶)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정현조와 강자순이 사족의 딸을 취하여 아내를 삼았으면 진실로 마땅히 이혼[離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혼취(婚娶)한 절차(節次)를 버려두고 추문(推問)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식을 갖춘 형적(形迹)이 현저(顯著)하지 못하고, 그 처음에 품은 마음을 비록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미 전지를 내리어 첩으로써 논하라고 하셨으며, 이미 명목상 첩이 되었으면 예(例)대로 마땅히 거느려야 할 것이지, 지금 이혼[離異]시킨다는 것은 법에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이징 등은 모두 사족으로서 딸과 누이를 남에게 주어 첩을 삼도록 해서 의관(衣冠)398) 을 오염시켰고, 정현조와 강자순은 사족의 여자를 임의(任意)로 첩으로 삼아 분수를 범하고 예의에 벗어났으니, 이는 죄줄 만합니다."
하였는데, 내버려 두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양반(兩班) / 가족-가족(家族) / 풍속-예속(禮俗)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윤리-강상(綱常)
○朔戊戌/命領敦寧以上, 議鄭顯祖、姜子順娶妾事。 鄭昌孫、韓明澮、沈澮、尹壕、李克培議: "李徵、李䎸皆士族, 而貪財忘恥, 以女與妹, 許顯祖、子順爲妾, 顯祖、子順, 慢法自恣, 亦以士族作妾, 推鞫痛懲, 離異宜矣。 然已爲妾(滕)〔媵〕 , 誰敢娶以爲妻哉? 若女家不欲離婚, 甘心爲妾, 則從女家情願何如?" 尹弼商議: "鄭顯祖、姜子順、李徵、李䎸, 法當痛治。 但其婦女何罪, 而使之離異, 無所依焉? 此亦傷和召災之一端也。" 洪應議: "臣謂李徴、李䎸、鄭顯祖、姜子順, 固當論罪, 曾降傳旨, 其所生, 論以庶孽, 是妾也, 不須離異。 然姜子順事, 在十年之前, 天時人事, 所當改變之時。 槪論以鄭顯祖近日之事, 不少差減, 則亦可矜也。" 盧思愼議: "自古尙公主者, 不得再娶。 若鄭顯祖、姜子順, 娶士族女爲妻, 則固當離異。 然婚娶節次, 棄之不推, 故備禮形迹, 時未顯著, 其初設心, 雖未可知, 已下傳旨, 論以爲妾, 旣名爲妾, 則例所當畜, 今之離異, 於法無據。 但李徴等, 竝是士族, 以女與妹, 與人作妾, 汚染衣冠, 鄭顯祖、姜子順, 以士族女子, 任然作妾, 犯分越禮, 此爲可罪。" 命棄之。
- 【태백산사고본】 21책 14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9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양반(兩班) / 가족-가족(家族) / 풍속-예속(禮俗)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