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채수가 한치례, 정현조·강자순, 신종군 이효백 등을 죄주기를 청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채수(蔡壽)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한치례(韓致禮)는 본래 재덕(才德)도 없으면서 척리(戚里)라는 것으로써 지위가 숭반(崇班)에 이르러 중임(重任)을 외람되게 차지하였으니,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이 마땅한 바이며, 전선(銓選)할 적에는 마땅히 지공(至公)308) 으로써 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제 곧 내관(內官)과 교결(交結)하여 그 청탁을 듣고 최담(崔淡)을 제수하여 교수(敎授)로 삼았습니다. 대개 한치례는 대신으로서 환관과 교결하는 것은 큰 죄인데, 대신으로서 큰 죄를 범했는데도 버려두고 묻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 정현조(鄭顯祖)와 강자순(姜子順)은 부귀(富貴)가 이미 극진한데 공주(公主)가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또 사족(士族)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공주와 맞먹게 하고자 하니, 근본을 잊고 은덕을 배반하는 것이 이보다 심함이 없는 것입니다. 일이 발각되어 성상의 하문(下問)이 있을 때에, 이에 작첩(作妾)이라는 것으로써 말을 만들었습니다. 대저 사족의 딸에게 장가들어 첩으로 삼는 것도 또한 인신(人臣)의 할 바가 아니므로, 그 참월(僭越)한 죄는 더욱 통징(痛懲)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이제 곧 버려두고 묻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 옛날 임금은 한 번 찡그리고 한 번 웃는 것도 아끼고, 해진 바지[敝袴]도 반드시 공 있는 사람에게 내렸다고 합니다. 이제 신종군(新宗君) 이효백(李孝伯)은 공도 없으면서 어부(御府)의 활을 하사(下賜)받았으니, 감격하기에 겨를이 없어야 마땅한 바이거늘, 이제 곧 내관(內官)에게 청탁하여 양궁(良弓)으로 바꾸고자 하였으니, 그 용심(用心)이 터무니 없기[無狀]가 이르지 아니할 바가 없음을 가히 알 만합니다. 마땅히 추국하고 통징하여 그로 하여금 개심(改心)하고 각오(覺悟)하게 할 것인데도 이제 또한 버려두고 묻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 네 사람의 죄는 범한 바가 지중(至重)하여 도무지 종척 대신(宗戚大臣)인 의미가 없는데, 전하께서는 종척이라는 것 때문에 한결같이 묻는 바가 없었습니다. 대개 상벌(賞罰)은 인군(人君)의 큰 권병(權柄)인데, 착한 일이 있어도 상주지 아니하고 악한 일이 있어도 죄주지 아니하면, 사람을 무엇으로 권징(勸懲)하겠습니까? 빌건대 유사(攸司)에 내리어 그 죄를 바로잡게 하소서."
하였다. 어서(御書)로 이르기를,
"하성(河城)309) 과 강자순의 일은 헌부(憲府)에서 바야흐로 추국하고 있고, 이징(李徵)과 이길상(李吉祥)의 유죄 무죄는 내가 스스로 결단할 것이며, 한치례와 신종군의 일은 이미 내 뜻을 개유했으니, 용서 여부는 나의 짐작(斟酌)에 있는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2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비빈(妃嬪) / 왕실-궁관(宮官) / 풍속-예속(禮俗) / 인사-임면(任免) / 신분-양반(兩班) / 윤리-강상(綱常)
○乙亥/司憲府大司憲蔡壽等上箚子曰:
韓致禮本無才德, 特以戚里, 位至崇班, 濫叨重任, 所宜戰兢自持, 銓選之際, 當以至公, 而今乃與內官交結, 聽其請托, 授崔淡爲敎授。 夫致禮大臣也, 交結宦官, 大罪也, 以大臣, 而犯大罪, 置而不問可乎? 鄭顯祖、姜子順, 富貴已極, 公主之沒未幾, 又娶士族之女, 欲抗公主爲敵, 其忘本背德, 莫此爲甚。 事發下問, 乃以作妾爲辭。 夫娶士族女爲妾, 亦非人臣之所爲, 其僭越之罪, 尤宜痛懲, 今乃置而不問可乎? 古之人君, 愛一嚬一笑, 敝袴必待有功。 今新宗君 孝伯, 無功, 而賜御府之弓, 所宜感激不暇, 今乃請托內官, 欲換良弓, 其用心無狀, 無所不至可知矣。 當推鞫痛懲, 使之改心覺悟, 今亦置而不問可乎? 四人之罪, 所犯至重, 頓無宗戚大臣之意, 殿下以宗戚之故, 一無所問。 夫賞罰, 人君之大柄也, 有善而不賞, 有惡而不罪, 則人何所勸懲? 乞下攸司, 以正其罪。
御書曰: "河城、子順事, 憲府方推鞫, 李徵、李吉祥有罪、無罪, 予自斷之。 致禮、新宗之事, 已諭予意, 宥與不宥, 在予斟酌矣。"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2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비빈(妃嬪) / 왕실-궁관(宮官) / 풍속-예속(禮俗) / 인사-임면(任免) / 신분-양반(兩班)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