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귀손과 정광세가 신정이 혼례할 때 사치한 것과 황해도에 진휼사 파견을 반대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집의(執義) 강귀손(姜龜孫)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의 혼례(婚禮)에는 이미 정해진 법령이 있어서 각기 자기 품수(品數)에 따라서 분수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들으니, 신정(申瀞)이 한간(韓澗)과 더불어 약혼(約婚)하여 납채(納采)할 적에 금실[絲金]로 수놓은 주홍색의 함(函)을 사용하여 사라 능단(紗羅綾段) 15필과 은(銀) 1정(丁)을 담고서 도투락 대홍 필단[都多益大紅匹段]의 보자기로 쌌다고 합니다. 신정은 이러한 것들이 금제(禁制)임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자기의 호부(豪富)한 것을 자랑하여 보이고자 하여서 경솔히 헌장(憲章)을 범한 것이니, 그를 국문(鞫問)하여 죄를 다스려야 합니다."
하고, 정언(正言) 정광세(鄭光世)가 아뢰기를,
"근자에 강자평(姜子平)이 어떤 사람과 약혼할 적에 단자(段子) 1필을 가지고 폐백(幣帛)을 하였더니, 그 집에서 자기들을 경멸한 것이라고 여겨서 혼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속에서 사치를 숭상하는 폐단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신정의 일은 신도 들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영사 이극배(李克培)가 대답하기를,
"옛날에 납채(納采)하는 것은 다만 보자기에다 평소의 옷을 싸서 보냈을 뿐입니다. 이제 세속에서 숭상하는 것이 이와 같이 되었으므로 혼인이 시기를 놓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는 참으로 폐단이 되는 풍습(風習)이라 하겠다. 사헌부(司憲府)에서 그들을 국문하라."
"남흔(南忻)은 품행이 올바르지 않고 곽인(郭隣)은 용렬한데도 이제 구황 가낭청(救荒假郞廳)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성상(聖上)께서 흉년을 구제하는 일에 전념하심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제 사헌부에서도 그 일을 말하였다. 그래서 남흔이 죄를 받은 사건과 곽인이 동반(東班)에 적합하지 못한 일을 조사하여 아뢰게 하였다."
하였다. 정광세가 다시 아뢰기를,
"호조 가낭청(戶曹假郞廳) 이원례도 뚜렷한 내력이 없으니, 개차(改差)함이 좋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그의 내력을 조사하라고 명령하였다."
하였다. 정광세가 말하기를,
"황해도(黃海道)는 저축된 것이 더욱 모자랍니다. 그러니 이제 진휼사를 파견하게 되면 그들을 지공(支供)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서 폐단되는 것이 적지 않겠습니다."
하였는데, 이극배(李克培)가 말하기를,
"본도(本道)090) 가 비록 가난하기는 하지마는, 그러나 흉년을 구제하는 일이 중합니다. 그리고 진휼사의 행차는 종사관(從事官) 두 사람과 노예와 말 각기 하나 정도이니 번거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백성들로 하여금 성상(聖上)께서 백성을 근심하는 뜻을 알게 하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하고, 강귀손이 말하기를,
"신의 의견도 〈진휼사를〉 파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신의 아비가 진휼사로 있기에 더 아뢰지 못하였습니다."
하니, 정광세가 말하기를,
"이는 홀로 신의 말만이 아니라 관사(官司) 전체의 의견이며 또한 조정(朝廷)의 공론(公論)입니다. 그것은 만일 여럿이 의견을 모아보면 아실 것입니다."
하고, 검토관(檢討官) 신계거(辛季琚)가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황해도 도사(黃海道都事)로 있었으므로, 이 도(道)의 기근(饑饉)이 다른 도에 비하여 너무나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휼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였다. 그러나 이극배가 전의 주장을 고집하여 〈진휼사를〉 마땅히 파견해야 한다고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13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9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윤리-강상(綱常)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 [註 090]본도(本道) : 황해도.
○御經筵。 講訖, 執義姜龜孫啓曰: "我國婚禮, 已有著令, 使各從其品, 毋得踰越。 今聞申瀞與韓澗約婚, 納采用絲金朱紅函, 盛以紗羅綾段十五匹、銀一丁, 裹以都多益大紅匹段袱。 瀞非不知禁制也, 乃欲誇示豪富, 輕犯憲章, 請鞫問治罪。" 正言鄭光世曰: "近姜子平與人約婚, 以段子一匹爲幣, 其家以謂輕我, 乃不與婚。 俗侈之弊, 一至於此。 申瀞之事, 臣亦聞之。" 上問左右。 領事李克培對曰: "古之納采者, 但以袱裹常衣而已。 今俗尙如此, 婚姻失時以此也。" 上曰: "是果弊風, 憲府其鞫之。" 龜孫、光世又啓曰: "南忻無行, 郭隣庸劣, 今乃爲救荒假郞廳。 孰知上軫念救荒事?" 上曰: "昨日憲府言之, 故南忻受罪事狀與郭隣不合東班事, 皆令考啓。" 光世又啓曰: "戶曹假郞廳李元禮, 亦無來歷, 改之可也。" 上曰: "已令考其來歷。" 光世曰: "黃海一道所儲尤乏。 今遣賑恤使, 支供亦難, 爲弊不少。" 李克培曰: "本道雖貧, 救荒事重。 賑恤使之行, 不過從事官二員、奴、馬各一, 不爲煩也。 況使民知聖上憂民之意, 不亦善乎?" 龜孫曰: "臣意亦謂可遣也。 但臣父亦爲賑恤使, 故未啓耳。" 光世曰: "此非獨臣之言也, 乃司中議也, 亦朝廷公議也。 若博采衆論, 則可知矣。" 檢討官辛季琚啓曰: "臣曾爲黃海道都事, 素知此道饑饉, 比他道尤甚。 勿遣爲便。" 李克培執前議, 以爲當遣,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0책 13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9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예속(禮俗) / 윤리-강상(綱常)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