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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32권, 성종 12년 8월 3일 을사 1번째기사 1481년 명 성화(成化) 17년

사신을 인정전에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다

사신(使臣)을 인정전(仁政殿)에서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사신이 이르니, 임금이 인정전 밖에 나아가 맞이하여 전(殿) 안으로 들어왔다. 상사(上使)가 아뢰기를,

"여러 번 후한 상을 내리시고 자주 연회를 베풀어 주시며, 또 진헌(進獻)하는 희완물(戲玩物)은 그 제조됨이 대단히 좋으니, 우리는 머리를 조아려서 감사드립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 장인(匠人)은 모두 솜씨가 졸렬하여 만든 것이 정밀하지 못합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례하고, 어좌(御座)를 잡아서 남면(南面)하여 설치하고, 어좌에 오르기를 청하여 또 머리를 조아리려고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이렇게까지 합니까?"

하였는데, 두 사신이 말하기를,

"이것이 곧 정례(正禮)입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大人)께서는 비록 정례라고 하지만, 내 마음이 미안하오."

하니, 상사(上使)가 말하기를,

"본국(本國)의 문무 대신(文武大臣)이 우리들이 이러한 예(禮)를 행함을 보고, 모두 ‘정동(鄭同)·김흥(金興)은 본토의 백성이며, 전하는 본토의 임금이므로 그 예가 이러하다.’고 한다면 어찌 이것이 정례가 아니겠습니까?"

하므로, 임금이 그대로 따르니, 두 사신이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에 앉았다. 도승지(都承旨) 김승경(金升卿)에게 명하여 인정 예물로 각각 백저포(白苧布) 10필(匹), 흑마포(黑麻布) 10필, 호피(狐皮) 70장(張), 표피(豹皮) 3장, 표지(表紙) 1권(卷), 유둔(油芚) 2벌[事], 입모(笠帽) 40벌, 세죽선(細竹扇) 4백 자루[把], 사의 제연구(蓑衣諸緣具) 1부(部), 작설차[雀舌茶] 2말[斗], 호초(胡椒) 2말, 장궁(粧弓) 1장(張), 대전(大箭) 1부(部)를 주니, 두 사신이 각각 내려 준 활을 들고 임금 앞에 나와서 아뢰기를,

"상을 내려 주심이 빈번하였는데, 또 이런 물품을 내리시니, 전하의 천은(天恩)은 말로써 다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두 대인(大人)께서는 일찍이 우리 나라에 토산물이 없음을 알 것이요, 대인에게 준 것은 다만 하찮은 물건인데, 무슨 번다한 사례를 합니까?"

하니, 두 사신이 아뢰기를,

"풀 하나 잎사귀 하나가 다 천은(天恩)인데, 감히 감사하지 않겠습니까?"

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각각 자리에 앉았다. 상사(上使)가 먼저 술을 따르려고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두 대인(大人)은 근일(近日) 사이에 돌아가고자 한다 하기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초청하여 머물기를 청한 것이니, 내가 마땅히 먼저 술을 따르겠소. 또한 장맛비가 그치지 아니하니, 3, 4일 머물도록 하시오."

하니, 상사가 말하기를,

"황제(皇帝)의 뜻이 속히 돌아오기를 원하고, 우리도 또한 성절(聖節)에 미쳐 가고자 하며, 요동군(遼東軍)이 이미 맞이하려고 왔으니, 어찌 감히 오래 머무르겠습니까? 청컨대 전하께서는 자리에 오르시어 먼저 술을 드시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두 대인이 만약 머무르겠다고 하면 내 마땅히 먼저 마시겠소."

하니, 두 사신이 머리를 조아렸다. 상사가 연하여 쌍배(雙杯)를 올리니, 임금도 쌍배를 되돌려 주었고, 부사(副使)도 또한 상사와 같은 예(禮)를 행하고서 머리를 조아리고 각기 자리에 앉았다. 월산 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이 술을 돌릴 때에 동기(童妓)가 일어나서 춤을 추니, 상사(上使)가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춤입니까?"

하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이 춤은 고구려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이름을 동동무(動動舞)라 하지요."

하였다. 상사가 말하기를,

"이 춤도 좋지마는, 두목(頭目) 등의 희섬무(戲蟾舞)도 좋으니, 추어 보게 하고자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의 뜻을 따라 유희를 하게 함이 옳지 않겠소."

하였다. 상사가 곧 두목(頭目)을 불러서 춤추게 하였다. 오산군(烏山君) 이주(李澍)가 술을 돌리니, 상사가 말하기를,

"전내(殿內)에서 시위(侍衛)하는 재상(宰相)과 승지(承旨)·내관(內官)들에게도 청컨대 술을 내리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라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 등에게 차례로 술을 돌리게 하였다. 상사가 말하기를,

"지난해에 전하께서 요동(遼東) 관역(館驛)의 수리하는 일을 소민(小民)에게 말씀하셨으므로, 이번에 오면서 요동에 이르러 직접 관역(館驛)의 담장과 집이 모두 헐어서 무너진 것을 보고 제가 어사(御史)와 위 태감(韋太監)에게 말하기를, ‘내가 돌아올 때까지 개수하지 아니하면 서로 보지 않겠다.’ 하였는데, 지금 들으니 개수함이 다 끝났다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이 아니라면 누가 개수를 명하겠습니까? 대단히 고맙소."

하자, 상사가 곧 쌍배(雙杯)를 올리었다. 임금도 쌍배를 되돌려 주니, 상사가 아뢰기를,

"소민(小民)도 시위(侍衛) 내관(內官)과 승지(承旨)와 여러 재상들에게 술을 권하고자 합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대인께서 움직이지 마시오. 사람을 시켜서 주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사가 말하기를,

"내가 직접 술을 권하고자 합니다."

하므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상사가 술을 돌리는 것이 끝나고 자리에 앉으니, 부사(副使)는 술이 취했다 하며 먼저 나갔다. 임금이 승지 이길보(李吉甫)와 역관 황중(黃中)에게 명하여 돌아오기를 청하게 하였다. 쫓아나가 인정문(仁政門) 안에까지 이르니, 부사가 말하기를,

"내가 매양 먼저 나오는데, 그대들은 그 뜻을 아시오?"

하므로, 대답하기를,

"어찌 알 수가 있겠습니까?"

하니, 부사가 말하기를,

"정태감(鄭太監)650) 이 두목(頭目)들을 데려와서 유희를 하게 할 때에, 내가 자리에 있으면 태감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므로 먼저 떠난 것이오."

하였다. 이길보황중이 대답하기를,

"이같은 뜻을 전하께서 어찌 아시겠습니까? 대인이 돌아오기를 청합니다."

하니, 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어찌 감히 전하의 명을 어기겠습니까?"

하며, 곧 돌아왔다. 부사가 임금에게 술을 올리니, 상사가 아뢰기를,

"김태감(金太監)651) 은 바다 같은 주량입니다. 옥배(玉杯)를 내리시기를 청합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부사에게 말하기를,

"상사의 말을 듣고 옥배를 돌려보내니, 나를 허물하지 마오."

하자, 부사가 꿇어앉아 받으며 말하기를,

"정태감의 교활하고 간사스러운 행동을 여기서 가히 알겠지만, 내 마땅히 마시겠다."

하며, 곧 마시고 자리에 앉았다가 이내 밖으로 나갔다. 상사가 임금 앞에 나아가서 회배(回杯)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유희를 보는 것이 어떠하겠소?"

하니, 상사가 말하기를,

"소민(小民)은 이미 취하였으니, 가엾게 생각해 주소서."

하였다. 임금이 김승경(金升卿)에게 명하여 유희하던 두목 두 사람에게 흑마포(黑麻布) 5필, 6명에게는 각각 3필, 나머지 37명에게는 각기 입모(笠帽) 3벌[事]씩을 주게 하니, 상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갔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132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46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 예술-무용(舞踊)

  • [註 650]
    정태감(鄭太監) : 정동(鄭同).
  • [註 651]
    김태감(金太監) : 김흥(金興).

○乙巳/宴使臣于仁政殿。 兩使至, 上出仁政門外, 迎入殿內。 上使啓曰: "累累厚賞, 頻頻請宴, 又進獻戲玩之物, 製造甚好, 我等叩頭謝恩。" 上曰: "本國匠人, 皆拙手, 所做匪精。" 兩使叩頭謝, 執御座, 移設南面, 請陞座, 又欲叩頭。 上曰: "何爲若是?" 兩使曰: "此是正禮。" 上曰: "大人雖云正禮, 予心未安。" 上使曰: "本國文武大臣, 見我等行是禮, 皆曰: ‘鄭同金興, 是土民, 殿下是土王, 故其禮如是。’ 則豈不是正禮乎?" 上從之, 兩使叩頭各就座。 命都承旨金升卿, 贈人情禮物, 各白苧布十匹、黑麻布十匹、狐皮七十張、豹皮三張、表紙一卷、油芚二事、笠帽四十事、細竹扇四百把、蓑衣諸緣具一部、雀舌茶二斗、胡椒二斗、粧弓一張、大箭一部。 兩使各執賜弓, 就上前啓曰: "賞賜繁頻, 又賜此等物件, 殿下天恩, 說不能盡。" 上曰: "兩大人曾知本國無土産矣。 奉與大人, 只是薄物, 何煩謝爲?" 兩使啓曰: "一草一葉, 都是天恩, 敢不謝乎?" 遂叩頭各就座。 上使欲先行酒, 上曰: "予聞兩大人近日欲回還, 故邀請設酌, 請留之, 我當先行酒。 且霖雨不止, 請留三四日。" 上使曰: "聖旨欲速還, 我等亦欲及聖節而去, 遼東軍已來迎, 何敢久留?請殿下陞座, 先進酒。" 上曰: "兩大人若許留, 我當先飮。" 兩使叩頭。 上使連進雙杯, 上回賜雙杯。 副使亦如上使禮, 叩頭各就座。 月山大君 行酒時, 童妓起舞, 上使曰: "是何舞耶?" 上曰: "此舞, 自高句麗時, 已有之, 名曰動動舞。" 上使曰: "此舞則好矣, 頭目等戲蟾舞亦好, 欲令舞之。 上曰: "隨大人之意, 而使之呈戲, 不亦可乎?" 上使卽呼頭目來舞。" 烏山君 行酒, 上使曰: "殿內侍衛宰相、承旨、內官, 請賜酒。" 上從之, 領議政鄭昌孫等, 以次行酒。 上使曰: "去年殿下, 以遼東館驛修葺事, 說與小民, 故今來時到遼東, 親見館驛墻屋頹圮, 我謂御史與韋太監曰: ‘予未回到時, 不修葺, 則無相見也。’ 今聞修葺已訖矣。" 上曰: "非大人, 則誰令修葺? 多謝。" 上使遂進雙杯, 上亦回賜雙杯。 上使啓曰: "小民欲行酒于侍衛內官、承旨、諸宰相。" 上曰: "大人毋勞動, 令人饋之可也。" 上使曰: "我欲親行酒。" 上從之。 上使行酒訖, 就座, 副使因醉先出。 上命左承旨李吉甫與譯官黃中請還, 追至仁政門內, 副使曰: "我每先出, 爾等知其意乎?" 答曰: "何以知之?" 副使曰: "鄭太監帶來頭目呈戲之時, 我若在座, 則太監之心, 以爲未便, 故先去耳。" 吉甫黃中答曰: "如此意思, 殿下何由知之? 請大人還入。" 副使曰: "然則何敢違殿下命。" 遂還入。 副使進酒於上前, 上使啓曰: "金太監海量也。 請賜玉杯。" 上語副使曰: "聽上使之言, 而回玉杯, 勿過我。" 副使跪受曰: "鄭太監奸巧詭詐之狀, 於此可知, 我當飮之。" 遂飮訖就座, 俄而乃出。 上使就上前, 請進回杯, 上曰: "從容就座, 看雜戲何如?" 上使曰: "小民已醉, 請矜憐。" 上命金升卿, 賜雜戲頭目二人黑麻布各五匹, 六人各三匹, 餘三十七人, 各賜笠帽三事, 上使叩頭辭出。


  • 【태백산사고본】 20책 132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46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 예술-무용(舞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