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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29권, 성종 12년 5월 16일 경인 1번째기사 1481년 명 성화(成化) 17년

고명과 칙서를 받다

임금이 모화관(慕華館)에 거둥하여 면복(冕服)을 갖추고 고명(誥命)을 맞이하기를 끝마치고서, 사신(使臣)과 더불어 서로 읍(揖)하고 드디어 가서 먼저 경복궁(景福宮)에 나아가서 근정전(勤政殿)에서 고명(誥命)과 칙서(勅書)를 받기를 의식(儀式)과 같이 하였다. 그 고명에 이르기를,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는 제서(制書)하기를, ‘짐(朕)이 제왕(帝王)의 정치를 오로지하여 천하(天下)를 집안으로 삼아 반드시 천하(天下)의 정(情)을 따라서 정치를 하는데, 하물며 번방(藩邦)의 임금으로서 능히 중국(中國)에 정성(精誠)을 다하는 자가 그 정(情)에 인하여 은혜를 배우자에게 미루지 않겠는가? 조선 국왕(朝鮮國王) 성(姓) 휘(諱)의 부실(副室) 윤씨(尹氏)는 일찍이 왕(王)을 섬겨서 능히 도우고 안으로 다스려 직공(職貢)을 오로지 닦아 오래도록 변하지 아니하니, 이에 특별히 봉(封)하여 조선 국왕의 계비(繼妃)로 삼고 고명(誥命)을 내려 주니, 그대의 영광(榮光)이 될 것이다. 그 의복을 높이 받들어 이에 규곤(閨閫)238) 을 빛낼지어다.’고 하였다."

하고, 그 칙서(勅書)에 이르기를,

"주달(奏達)하기를, ‘조모(祖母)님과 어머님의 하교(下敎)하심을 받들어 계실(繼室) 윤씨(尹氏)를 바깥 사제(私第)에 폐(廢)하여 안치(安置)하고, 부실(副室) 윤씨(尹氏)를 세워서 처(妻)로 삼고자 하니, 빌건대 고명(誥命)과 관복(冠服) 등의 것들을 내려 주소서.’ 하였으므로, 왕(王)의 주달(奏達)을 특별히 허락하여 고명(誥命)을 반사(頒賜)하고, 윤씨를 봉(封)하여 조선 국왕의 계비(繼妃)를 삼게 하고, 아울러 관복(冠服)·저사라(紵絲羅)·서양포(西洋布) 등의 물건을 내려 주니, 이르거든 이를 수령(受領)하라. 그러므로 칙서(勅書)하는 바이다. 다음과 같이 사물(賜物)을 지급한다. 주취(珠翠) 7개, 적관(翟冠) 1정(頂), 침향색소 예복갑(沈香色素禮服匣) 1좌(座), 홍라 소금 겹포복(紅羅銷金裌包袱) 2조(條), 상아 여홀(象牙女笏) 1지(枝), 삽화 금추두(鈒花金墜頭) 1개(箇), 복(服) 1부(副), 대홍소저사 겹대삼(大紅素紵絲裌大衫) 1건(件), 청저사 채수권 금적계 겹배자(靑紵絲綵繡圈金翟雞裌褙子) 1건(件), 청선라 채수권 금적계 하피(靑線羅綵繡圈金翟雞霞陂) 1부(副), 녹직 금화운견 통수슬란 저사 겹단삼(綠織金花雲肩通袖膝襴紵絲裌團衫) 1건(件), 홍암화 저사 겹오의(紅暗花紵絲裌襖衣) 1건(件), 청암화 저사 겹군(靑暗花紵絲裌裙) 1건(件), 면포표 견리 겹포복(綿布表絹裏裌包袱) 1조(條), 숙견 단포복(熟絹單包袱) 2조(條), 저사 관오광소 심청(紵絲串伍光素深靑) 1필(匹), 백지 녹화(栢枝綠花) 1필(匹), 관오광소 대홍(串伍光素大紅) 1필(匹), 흑록 골타운(黑綠骨朶雲) 1필(匹), 나량 흑록(羅亮黑綠) 1필(匹), 소백지록(素栢枝綠) 1필(匹), 소심도홍(素深桃紅) 1필(匹), 소복청(素福靑) 1필(匹), 서양포(西洋布) 10필(匹)이다."

하였다. 칙서(勅書)를 받은 뒤에 임금이 두 사신(使臣)과 더불어 전(殿)에 올라가서 사례(私禮)를 행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서 주청(奏請)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모두 허락을 받을 수가 있었고, 또 용뇌(龍腦)·소합유(蘇合油) 등의 귀한 약(藥)도 내려 주시니, 성은(聖恩)이 후하고 무거워서 감격(感激)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중직(重職)의 대신(大臣)을 보내어 주청(奏請)하시니, 중국 조정에서도 또 전하의 지극한 정성을 알았기 때문에 주달(奏達)하고 허락한 것뿐입니다. 지금 중국 조정의 상친왕(上親王)239) 에게도 또한 이와 같은 은사(恩賜)가 없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황제의 은혜를 말로써 능히 다할 수는 없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의 말씀이 바로 옳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일로(一路)의 일이 모두 내 눈 밖에 있었으니, 여러 곳의 주관(州官)들이 어떻게 지응(支應)하였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의주(義州)·정주(定州)·안주(安州)·평양(平壤)·황주(黃州)·구경(舊京)240) 등지에 재상(宰相)과 승지(承旨)들을 임명하여 보내어 이미 큰 잔치를 베풀고 상사(賞賜)를 무겁게 하셨으며, 원접사(遠接使)·관찰사(觀察使)도 이르는 곳마다 잔치를 베풀었고, 심지어 두목(頭目)에게 이르기까지 매양 상사(賞賜)가 있었습니다. 관(館)에서의 대우도 매우 후(厚)한데, 무슨 잘못된 점이 있겠습니까? 전하의 너무나 크신 은혜를 말로써 다할 수 없습니다."

하고, 이어서 말하기를,

"우리들이 올라올 때에는 날씨가 몹시 가물어 십분 근심스런 생각이 마음속에 얽혔었는데, 어제 비가 내려서 온 나라의 만민(萬民)들이 모두 즐거워하니, 천심(天心)도 또한 전하의 지성(至誠)을 알았던 것입니다. 금일 갑자기 날씨가 개이어 의장(儀仗)을 갖추어서 고명(誥命)과 칙서(勅書)를 맞이할 수 있었으니, 전하와 군신(君臣)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한 나라의 경사(慶事)가 이보다 클 수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마땅히 하례(賀禮)를 받으시고 백관(百官)들에게 1품계(品階)를 내려 주셔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알겠습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기를,

"옛날에 요(堯)임금·순(舜)임금·우(禹)임금·탕(湯)임금의 덕(德)이 만고(萬古)에 유전(流傳)하는데, 전하의 성덕(盛德)이 요임금·순임금과 일반(一般)이니 만세(萬世)에 유전(流傳)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찌 감히 나를 요임금·순임금에게 비교합니까?"

하자, 상사(上使)가 말하기를,

"전하께서는 곧 당금(當今)의 요(堯)·순(舜)입니다."

하였다. 말하기를 끝마치고 자리에 나아가서 다례(茶禮)를 행한 뒤에 두 사신이 하직하고 나가니, 임금이 전송하여 근정문(勤政門) 밖까지 이르렀다.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 등이 전문(箋文)을 올려서 하례(賀禮)를 드렸다. 그 전문(箋文)이 이르기를,

"성인(聖人)께서 탄생하사 흥기하시니 그 위광(威光)은 요도(瑤圖)로 어루만지고, 황제의 명(命)이 새로우시니 그 영광이 적불(翟茀)241) 에 더합니다. 경사(慶事)는 종묘(宗廟)·사직(社稷)에 이어지고 즐거움은 신린(臣隣)에 넘칩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덕(德)이 건강(乾剛)242) 을 갖추니, 성명(聖明)이 아울러 밝게 비추고, 하늘이 그 배필(配匹)을 세워 이에 만복(萬福)의 근원을 성(盛)하게 합니다. 가르침을 집안에서 이루어 비로소 이남(二南)243) 의 교화(敎化)에 자리잡게 하시고, 이어서 이러한 욕의(褥儀)244) 를 거행하여 더욱 순희(純禧)245) 가 거듭 이르게 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 등은 다행히 창성(昌盛)한 시대를 만나서 성대한 예(禮)를 보게 되니, 하늘을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어머니라 부르듯이 복재(覆載)246) 의 은혜를 길이 입고 있으므로, 하늘에 해가 뜨고 달이 변하지 아니하듯이 송도(頌禱)247) 의 축하(祝賀)를 다시 드립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2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13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 무역(貿易) / 의생활-예복(禮服) / 어문학-문학(文學)

  • [註 238]
    규곤(閨閫) : 내실(內室).
  • [註 239]
    상친왕(上親王) : 황자(皇子).
  • [註 240]
    구경(舊京) : 개성(開城).
  • [註 241]
    적불(翟茀) : 왕비(王妃)의 옷을 말함.
  • [註 242]
    건강(乾剛) : 하늘의 법칙. 곧 임금의 법도.
  • [註 243]
    이남(二南) : 《시경(詩經)》의 소남(召南)·주남(周南).
  • [註 244]
    욕의(褥儀) : 훌륭한 혼례(婚禮) 의식.
  • [註 245]
    순희(純禧) : 큰 복(福).
  • [註 246]
    복재(覆載) : 하늘이 만물을 덮어주고 땅이 만물을 실어주는 것.
  • [註 247]
    송도(頌禱) : 칭송하고 기도하는 것.

○庚寅/上, 幸慕華館, 具冕服迎誥訖, 與使臣相揖, 遂行先詣景福宮, 受誥勅於勤政殿如儀。 其誥曰:

奉天承運皇帝制曰: "朕惟帝王之治, 以天下爲家, 必順天下之情, 以爲治, 矧藩君, 能攄誠於中國者, 可不因其情, 以推恩於伉儷哉? 朝鮮國王姓諱副室尹氏, 夙事于王, 克襄內治。 職貢惟修, 久而不替。 玆特封爲朝鮮國王繼妃, 錫之誥命, 以爲爾榮。 尙其祗服, 用光閨閫。

其勅曰:

得奏承祖母與母之敎, 將繼室尹氏, 廢置外第, 欲立副室尹氏爲妻, 乞賜誥命、冠服等因。 特準王奏, 頒賜誥命, 封尹氏朝鮮國王繼妃, 竝賜冠服、紵絲羅、西洋布等件, 至可領之, 故勅。 計開, 給賜珠翠七、翟冠一頂、沈香色素禮服匣一座、紅羅銷金夾包袱二條、象牙女笏一枝、鈒花金墜頭一箇、服一副、大紅素紵絲夾大衫一件、靑紵絲綵繡圈金翟雞夾褙子一件、靑線羅綵繡圈金翟雞霞陂一副、綠織金花雲肩通袖膝襴紵絲夾團衫一件、紅暗花紵絲夾襖衣一件、靑暗花紵絲夾裙一件、綿布表絹裏夾包袱一條、熟絹單包袱二條、紵絲串伍光素深靑一匹、栢枝綠花一匹、串伍光素大紅一匹、黑綠骨朶雲一匹、羅亮黑祿一匹、素栢枝綠一匹、素深桃紅一匹、素福靑一匹、西洋布十匹。

受勅後, 上與兩使陞殿行私禮。 上曰: "我國奏請事非一, 皆得蒙準, 又賜龍腦、蘇合油等貴藥, 聖恩厚重, 感激罔措。" 兩使曰: "殿下, 差重職大臣奏請, 而朝廷又知殿下至誠, 故奏準耳。 今朝廷上親王, 亦無如此恩賜。" 上曰: "皇恩, 說不能盡。" 兩使曰: "殿下說的是。" 上曰: "一路事, 皆在我眼外, 諸處州官, 不知何如支應?" 兩使曰: "殿下於義州定州安州平壤黃州、舊京等處, 差送宰相、承旨, 旣設大宴, 重之以賞賜, 遠接使、觀察使到處設宴, 至於頭目, 每有賞賜。 館(侍)〔待〕 甚厚, 有何差錯乎? 殿下莫大之恩, 說不能盡。" 仍曰: "我等上來時, 天甚旱, 十分愁思纏胸, 昨日下雨, 一國萬民皆懽, 天心亦知殿下至誠。 今日忽開霽, 使得備儀迎(詰)〔誥〕 勅, 殿下君臣喜懽, 一國慶事, 莫大於此。 殿下宜受賀禮, 賜百官一階。" 上曰: "知道。" 兩使叩頭啓曰: "古時之德, 萬古流傳, 殿下盛德, 一般, 流傳萬世。" 上曰: "安敢比我於?" 上使曰: "殿下便是當今。" 語訖就坐, 行茶禮後, 兩使辭出, 上, 送至勤政門外。 領議政鄭昌孫等, 上箋陳賀。其箋文曰:

聖人誕作, 光撫瑤圖。 帝命維新, 榮增翟茀。 慶綿宗社, 喜溢臣隣。 恭惟德備乾剛, 明竝离照。 天立厥配, 式衍萬福之原; 敎成於家, 肇基二南之化。 屬玆褥儀之擧, 益擁純禧之臻。 伏念臣等, 幸際昌辰, 獲覩殷禮, 乾稱父、坤稱母, 永荷覆載之恩, 日之升、月之恒, 更伸頌禱之祝。


  • 【태백산사고본】 19책 12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13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 무역(貿易) / 의생활-예복(禮服)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