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친잠 때 행해야 할 사건을 고제를 살펴서 아뢰다
예조(禮曹)에서 아뢰기를,
"친잠할 때에 꼭 행하여야 할 사건을 고제(古制)를 살펴서 기록하여 아룁니다.
1. 《예기(禮記)》 제의(祭儀)에는, ‘대흔(大昕)의 아침에 임금이 삼궁(三宮)의 부인과 세부(世婦)의 길(吉)한 자를 골라 잠실(蠶室)에 들어가게 한다.’ 하였고, 주(註)에, ‘대흔의 아침은 계춘(季春)067) 의 초하루 아침이다.’ 하였으며, 《두씨통전(杜氏通典)》에는, ‘황후가 계춘의 길사(吉巳)068) 에 선잠(先蠶)069) 에 제사한다.’ 하였는데, 우리 나라의 절후(節候)가 중국과 달라서 3월 초7일이 바로 길사(吉巳)입니다. 그런데 뽕잎이 아직 다 피지 않았고 또 누에도 깨이지 않았으니, 그 때에 가서 절후를 살펴 중순(中旬)의 길사를 고쳐서 선택하게 하소서.
1. 《예기》의 제통(祭統)에, ‘제후(諸侯)의 부인(夫人)은 북교(北郊)에서 누에를 쳐서 면복(冕服)을 제공한다.’ 하였고, 한(漢)나라 제도에는 봄에 뽕이 피면 황후(皇后)가 후원(後苑)의 잠실에서 친히 누에를 친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선잠단(先蠶壇)은 도성(都城)의 북쪽에 있으므로 지세(地勢)가 좁아서 친잠(親蠶)하기가 어렵습니다. 청컨대 한(漢)나라의 제도에 의거하여 후원에다 채상단(採桑壇)을 축조하여 친잠하게 하소서.
1. 《예기제의(禮記祭儀)에, ‘옛날에 천자(天子)와 제후(諸侯)가 반드시 공상 잠실(公桑蠶室)070) 을 두었는데, 내[川]와 가까운 곳에 만들었으며, 궁을 쌓는 데에 높이는 한 길(吉) 3척이 되게 하며 가시로 담장을 덮어 외부와 차단하게 한다.’ 하였습니다. 송(宋)나라 제도에는 선잠단(先蠶壇) 곁에 잠실을 짓고 지세를 살펴서 궁(宮)을 만들며, 사면(四面)의 담을 만들되 높이는 한 길 3척이 되게 하며, 위에는 가시를 덮고 중간에 27간의 잠실을 만들되 따로 한 곳에다 전(殿)을 지어 친잠하는 장소를 만든다.’ 하였습니다. 청컨대 이 제도에 의거하여 해당 관사(官司)로 하여금 잠실을 축량하여 짓게 하되, 친잠하는 장소는 따로 전(殿)을 짓지 말고 악전(幄殿)을 설치하게 하소서.
1. 《통전(通典)》에, ‘황후(皇后)가 선잠(先蠶)에 제사하기를 마치고 채상단(採桑壇)으로 나아간다.’ 하였고, 《송사(宋史)》에는, ‘황후가 친잠을 할 적에 유사(有司)로 하여금 본단(本壇)에서 선잠에 제사하게 한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선잠단은 북교(北郊)에 있고, 채상단은 후원에 있으니, 선잠에 친히 제사지내기가 어렵습니다. 청컨대 송(宋)나라 제도에 의거하여 관리를 보내어서 선잠에 제사하게 하소서.
1. 《통전》에, ‘황후가 채상위(採桑位)에 이르면 상공(尙功)은 금구(金鉤)를 받들며, 사제(司製)는 광주리를 받들고 따라서 뽕을 따며, 내외 명부(內外命婦) 1품 각 2인, 2품과 3품 각 1인이 각각 여시자(女侍者)를 데리고 광주리와 갈고리를 바친다.’ 하였습니다. 청컨대 이 제도에 의거하여 해당 관사로 하여금 미리 광주리와 갈고리를 만들게 하소서.
1. 송(宋)나라 제도에, ‘황후가 친잠할 때에 뽕 3가지[條]를 따며, 내외 명부 1품이 각각 5가지를 따고, 2품과 3품은 9가지를 딴다.’ 하였는데, 전에 벌써 제후의 5퇴(推)하는 예(禮)에 의하여 친경(親耕)하였습니다. 지금 친잠(親蠶) 때에도 이 예에 의거하여 5가지의 뽕을 따게 하고, 내외 명부 1품은 7가지를 따게 하며, 2품과 3품은 9가지를 따게 하소서.
1. 《통전》에, ‘황후의 친잠의(親蠶儀)는, 출궁(出宮)하거나 환궁(還宮)할 적에, 단(壇)을 오르내릴 때에 모두 음악을 연주한다.’ 하였는데, 본조(本朝)의 《오례의(五禮儀)》에는, ‘왕비가 하례를 받거나 오르내리며 자리에 앉을 때에 모두 음악을 연주한다.’ 하였습니다. 친잠도 성대한 의식이니, 출궁할 때나 환궁할 때에 또는 단(壇)을 오르내릴 때 모두 음악을 연주하게 하소서.
1. 고제(古制)에, ‘왕후의 친잠에는 모두 국의(鞠衣)를 입는다.’ 하였으며. 《예기(禮記)》의 월령(月令)에, ‘국의를 선제(先帝)에게 드린다.’ 하였고, 그 주(註)에, ‘옷의 빛깔은 국화(菊花)의 황색과 같다. 황상지복(黃桑之服)이라는 것은 빛깔이 국진(鞠塵)071) 과 같은데, 뽕잎이 처음 돋을 때의 빛깔을 본뜬 것이고, 이 옷을 신좌(神座)에 드리고 잠사(蠶事)를 빌었다.’ 하였습니다. 생각건대 국의는 황색을 취하여 황후의 의복을 만든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뽕의 빛깔을 본떠서 만든 것입니다. 또 《통전》의 〈황후의 6복(服) 가운데〉 국의(鞠衣)가 네 번째이고, 명부(命婦)의 의복에서는 국의가 첫번째에 있으니, 황후의 의복만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지금의 친잠 때에는, 청컨대 국의를 입고 수식(首飾)을 더하게 하소서.
1. 뽕을 받아 담은 광주리는 국의의 빛깔을 본떠서 황색으로 염색하며, 왕비가 사용하는 갈고리는 놋쇠[豆錫]에다 도금(鍍金)을 하고, 내외 명부의 갈고리는 놋쇠를 쓰되 나무로 자루를 만들며 길이는 모두 1척(尺) 2촌(寸)으로 만들게 하소서.
1. 친잠 때의 악장(樂章)은 예문관(藝文館) 관원으로 하여금 지어서 올리게 하소서.
1. 왕비의 친잠은 근래에 없었던 성전(盛典)이며 한 나라의 성사(盛事)이니, 환궁(還宮)한 뒤에 백관(百官)과 여러 도(道)에서 대전(大殿)에 전문(箋文)을 올려 하례(賀禮)를 드리도록 하며, 백관과 내외 명부(內外命婦)도 중궁(中宮)에게 하례를 드리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25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8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양잠(養蠶) / 의생활-예복(禮服) / 역사-고사(故事) / 예술-음악(音樂)
- [註 067]계춘(季春) : 음력 3월.
- [註 068]
길사(吉巳) : 해당하는 달의 초순(初旬)의 첫 사일(巳日)을 말함.- [註 069]
선잠(先蠶) : 처음으로 양잠(養蠶)을 시작하였다고 하는 잠신(蠶神). 서릉씨(西陵氏).- [註 070]
공상 잠실(公桑蠶室) : 국가에서 직영하는 상전(桑田)과 양잠소(養蠶所).- [註 071]
국진(鞠塵) : 화초의 이름으로, 담황색임.○禮曹啓: "親蠶時, 應行事件, 考古制錄啓。 一, 《禮記》 《祭儀》: ‘大昕之朝, 君卜三宮之夫人世婦之吉者, 使入蠶室。’ 註: ‘大昕之朝, 季春朔之朝也。’ 《杜氏通典》: ‘皇后季春吉巳, 享先蠶。’ 本國節候, 與中朝不同, 今三月初七日, 乃吉巳。 而桑(業)〔葉〕 未敷, 蠶子未生, 請臨時審候, 以中旬吉巳, 改擇。 一, 《禮記》 《祭統》, 諸侯夫人, 蠶於北郊, 以供冕服。’ 漢制, 春桑生, 而皇后親蠶於後苑蠶室。 今先蠶壇, 在都城北, 地勢狹窄, 親蠶爲難。 請依漢制, 於後苑, 築採桑壇, 親蠶。 一, 《禮記祭儀》: ‘古者天子諸侯, 必有公桑蠶室, 近川爲之, 築宮仞有三尺, 棘(壇)〔墻〕 而外閉之。’ 宋制, 於先蠶壇側, 築蠶室, 度地爲宮, 四面爲墻, 高仞有三尺, 上被棘, 中起蠶室二十七, 別構殿一區, 爲親蠶之所。’ 請依此制, 令該司量築蠶室, 其親蠶之所, 除別構殿, 設幄殿。 一, 《通典》: ‘皇后享先蠶畢, 詣採桑壇。’ 《宋史》: ‘皇后親蠶, 令有司, 先蠶于本壇。’ 今先蠶壇, 在北郊, 而採桑壇, 在後苑, 則親祀先蠶爲難。 請依宋制, 遣官祀先蠶。 一, 《通典》: ‘皇后至採桑位, 尙功奉金鉤, 司製奉筐從採桑, 內外命婦一品各二人、二品三品各一人, 各具女侍者, 進筐鉤。’ 請依此制, 令該司, 預作筐鉤。 一, 宋制: ‘皇后親蠶, 採桑三條, 內外命婦一品, 各採桑五條, 二品、三品各採桑九條。’ 而前者, 旣依諸侯五推禮親耕。 今親蠶時, 亦依此禮, 採桑五條, 內外命婦一品採七條, 二品、三品採九條。 一, 《通典》: ‘皇后親蠶儀, 出宮還宮、升降壇, 竝樂作。’ (木)〔本〕 朝《五禮儀》: ‘王妃受賀升降座, 竝樂作。’ 親蠶亦是盛禮, 出宮還宮、陞降壇, 竝樂作。 一, 古制: ‘皇后親蠶, 皆服鞠衣。’ 《禮記》月令: ‘乃薦鞠衣于先帝。’ 註云: ‘衣色如菊花之黃也。 黃桑之服者, 色如鞠塵, 象桑葉始生之色也。 薦此衣于神座, 以祈蠶事。’ 意鞠衣, 非取黃色爲皇后之服, 專象桑色而設也。 且《通典》第四命婦之服, 鞠衣居一, 其非獨皇后之服明矣。 今親蠶時, 請服鞠衣, 加首飾。 一, 受桑之筐, 象鞠衣之色, 染黃, 御用之鉤, 用豆錫鍍金。 內外命婦之鉤, 用豆錫, 而木柄之, 長皆以一尺二寸造作。 一, 親蠶時, 樂章, 令藝文館製進。 一, 王妃親蠶, 近來曠典, 一國盛事, 還宮後, 百官及諸道, 於大殿進箋陳賀, 百官及內外命婦, 於中宮, 亦陳賀。"從之。
- 【태백산사고본】 19책 125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8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양잠(養蠶) / 의생활-예복(禮服) / 역사-고사(故事) / 예술-음악(音樂)
- [註 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