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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18권, 성종 11년 6월 27일 병자 1번째기사 1480년 명 성화(成化) 16년

경복궁에 거둥하여 경회루 아래에서 명나라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다

경복궁(景福宮)에 거둥하여, 경회루(慶會樓) 아래에서 두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두 사신이 고두(叩頭)하여 말하기를,

"청컨대 성상께서 남면(南面)하여 앉으시고, 우리들이 술을 올린 뒤에 전하께서 술을 주소서."

하였다. 임금이 굳이 사양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는 우리들의 청을 굽어 따르소서. 우리들이 예(禮)에 마땅히 먼저 사배(謝盃)를 올려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승지(承旨) 김계창(金季昌)에게 명하여 인정 물건(人情物件)을 주니, 두 사신이 고두하여 사례하고, 인하여 잔을 잡고 전하가 자리에 오르기를 굳이 청하여 술을 올리기를 다하자, 스스로 꿇어앉아서 쌍배(雙盃)를 행하였다. 임금이 장차 술을 돌리려 하니, 두 사신이 자리에 올라서 술을 내려 주기를 청하므로, 임금이 굳이 사양하다가 부득이하여 그대로 따랐다.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나팔(喇叭) 소리를 듣고자 하시면 불도록 시키겠습니다."

하고, 두목(頭目)을 불러 불게 하고 말하기를,

"이것은 서문경(西文經)의 곡조입니다. 영락 황제(永樂皇帝)300) 가 교지국(交趾國)을 정벌하고 진왕(陳王)의 딸을 사로잡아 왔는데, 그 딸이 노래를 지어 불렀습니다."

하고, 그 소리에 의하여 불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다른 곡조를 들을 수 있는가?"

하니, 두 사신이 두목을 시켜 불게 하며 말하기를,

"이것은 해청(海靑)이 천아(天鵝)를 잡는 곡조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전하여 익히고자 하니, 청컨대 가르쳐 주게 하라."

하였다. 두 사신이 도감 낭청(都監郞廳)의 작(爵) 1급(級)을 승진시킬 것을 청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무슨 공로(功勞)가 있는가?"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이미 전례(前例)가 있고, 또 통사(通事) 장유화(張有華)가 당상(堂上)에 승진하였고, 김저(金渚)·이춘경(李春景)은 자급(資級)이 승진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자급은 가볍게 줄 수 없고, 곡식과 포백(布帛)을 주는 것이 가하다."

하니, 상사(上使)가 말하기를,

"봉록(俸祿)과 포백(布帛)은 저의 알 바가 아니고, 1급(級)을 승진시키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알았다."

하였다. 두 사신이 일어나서 말하기를,

"작별하는 술잔을 올리고자 하니, 청컨대 전하께서는 자리에 오르소서."

하니, 임금이 굳이 사양하여 말하기를,

"두목(頭目)이 돌아가 중국 조정에 말하면, 중국 조정에서 불가하게 여길까 두렵다."

하였다. 두 사신이 말하기를,

"본토 임금[土主]을 공경하여 섬기는 데에는 예(禮)가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야 합니다. 누가 불가하다고 말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마지못하여 따랐다. 상사가 말하기를,

"늙은 한 재상(韓宰相)301) 을 주문사(奏聞使)로 정하여 보내니, 큰 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나가니, 임금이 인하여 종친(宗親)이 활 쏘는 것을 보았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44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외교-명(明) / 예술-음악(音樂)

  • [註 300]
    영락 황제(永樂皇帝) : 명(明)나라 성조(成祖).
  • [註 301]
    한 재상(韓宰相) : 한명회(韓明澮).

○丙子/幸景福宮, 宴兩天使於慶會樓下。 兩使叩頭曰: "請上南面而坐, 俺等進酒後, 殿下賜酒。" 上固辭, 兩使曰: "殿下曲從俺等之請。 俺等禮當先進謝盃。" 上命承旨金季昌, 贈人情物件, 兩使扣頭謝, 仍執盃, 固請殿下陞座,進酒訖, 自跪行雙盃。 上將行酒, 兩使請陞座賜酒, 上固讓, 不獲已從之。 兩使曰: "殿下欲聽喇叭聲, 請使吹之。" 呼頭目吹之, 乃曰: "此西文經之曲也。 永樂皇帝, 征交趾國, 虜陳王女而來, 女作歌唱之。" 依其聲吹之。 上曰: "可聞他曲歟?" 兩使令頭目吹之曰: "此海靑拿天鵝之曲也。" 上曰: "欲令我國人傳習, 請令敎之。" 兩使請陞都監郞廳爵一級。 上曰: "有何功勞?" 兩使曰: "已有前例, 且通事張有華陞堂上, 金渚李春景陞資。" 上曰: "資級不可輕授, 可授穀布。" 上使曰: "俸祿、布帛, 非吾所知, 請陞一級。" 上曰: "知道。" 兩使起曰: "欲進別盃, 請殿下陞座。" 上固讓曰: "頭目還語朝廷, 恐朝廷以爲不可。" 兩使曰: "敬事土主, 禮當如是。 誰云不可?" 上不得已從之。 上使曰: "老韓宰相, 差奏聞使以遣, 大事可成。" 兩使出, 上仍觀宗親射。


  • 【태백산사고본】 18책 11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44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인사-관리(管理) / 외교-명(明) / 예술-음악(音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