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신 상사 정동이 세마포 등의 매매를 요청하다
중국사신인 상사(上使)240) 〈정동(鄭同)이〉 관반(館伴) 노사신(盧思愼)·서거정(徐居正)에게 이르기를,
"지금 호조(戶曹)에서 방을 붙여 금령(禁令)을 베풀어서 세마포(細麻布)도 매매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 본국(本國)을 대접하는 것이 조금도 안팎이 없어 궁각(弓角)처럼 중하게 금하는 물건도 오히려 수매(收買)를 허락하였는데, 더구나 다른 물건이겠습니까? 나는 본토 백성이지마는 두목(頭目)은 모두 내 집 사람이 아니니, 대단히 부끄럽습니다."
하였다. 노사신 등이 대답하기를,
"방문(榜文)에 관서(官署)와 인(印)이 없고 다만 작은 종이에 썼으니, 이것이 어찌 국가에서 아는 것이겠습니까? 이것은 반드시 장사꾼들이 저희끼리 서로 질투하여 호조 낭관(戶曹郞官)을 모함하고자 하여 한 짓입니다. 유사(有司)가 지금 국문 중이고 아직 전하께 아뢰지 않은 것입니다."
하였다. 상사가 말하기를,
"내가 전에 왔을 때에는 상고(商賈)241) 들이 많이 소목(蘇木)·호초(胡椒)·피물(皮物)로 무역하였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으니, 이것은 반드시 재상이 일체 금한 것입니다. 전하께서 어찌 이 세쇄(細碎)한 일을 알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이 말을 듣고 드디어 방을 붙여서 중국 사신을 위로하고 〈그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 방문에 이르기를,
"호조(戶曹)에서 화매(貨賣)에 대한 일.
성화(成化) 16년(1480) 6월 일에 우부승지(右副承旨) 이세좌(李世佐)가 공경히 교지(敎旨)를 받아 왔는데, 그 해당 절목(節目)에, ‘이번에 온 중국 사신을 따라온 사람들이 싸가지고 온 물건은 이미 백성들로 하여금 태평관(太平館) 안을 통행하며 양쪽이 공평하게 교역(交易)하게 하였으나, 다만 중간에 헛되이 금약(禁約)을 늘어놓아 여러 사람을 현혹시켜 매매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염려되니, 너희 정원(政院)은 해당 조(曹)로 하여금 일체의 물건을 하나하나 열거(列擧)하여 방을 붙여 효유(曉諭)하라. 삼가 받들라.’ 하였다. 삼가 그대로 행하는 것 외에 지금 합당한 물건을 뒤에 열거하여 고시(告示)하는 것이다. 개좌(開坐)242) 한다. 흑세마포(黑細麻布)·백세마포(白細麻布)·각양(各樣) 세면포(細綿布)·호피(狐皮)·토표피(土豹皮)·초서피(貂鼠皮)·서피(鼠皮)·소목(蘇木)·호초(胡椒)·백랍(白蠟)·황랍(黃蠟)·인삼(人蔘)·각양 동기(銅器) 가화(家火)·각양 대소 도자(大小刀子)·화량석(花涼席)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3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외교-명(明) / 무역(貿易)
- [註 240]
○上天使謂館伴慮思愼、徐居正曰: "今戶曹張榜設禁, 細麻布亦不得買賣。 上國待本國, 略無內外, 弓角重禁, 而尙許收買, 況他物乎? 吾則土民, 但頭目非盡吾家人, 甚慙焉。" 思愼等答曰: "榜文無官署與印, 但書於寸紙, 此豈國家所知? 是必商販之徒, 自相妬嫉, 欲陷戶曹郞官, 而爲之也。 有司時方鞫之, 而未啓殿下耳。" 上使曰: "吾前來, 商賈多以蘇木、胡椒、皮物貿易, 今則皆無之, 是必宰相痛禁耳。 殿下安知此細碎之事?" 上聞之, 遂命張榜, 以慰解天使。 其牓曰:
戶曹爲貨賣事。 成化十六年六月日, 右副承旨李世佐, 敬奉敎旨, 節該: "今來天使(根)〔跟〕 隨人等, 齎到物件, 已令民人, 通行太平館內, 兩平交易, 但慮中間不無虛張禁約, 以惑衆聽, 遂致買賣阻當, 恁政院着令該曹, 一應物件, 逐一開坐, 出榜曉諭。敬此。" 除敬依外, 今將合行物件, 開坐于後, 須至告示者。 計開。 黑細麻布、白細麻布、各樣細緜布、狐皮、土豹皮、貂鼠皮、鼠皮、蘇木、胡椒、白蠟、黃蠟、人蔘、各樣銅器家火、各樣大小刀子、花涼席。
- 【태백산사고본】 18책 11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3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외교-명(明)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