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최철관 등이 원각사 중을 국문토록 청했으나 윤허하지 않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지평(持平) 최철관(崔哲寬)·헌납(獻納) 김성경(金成慶)이 아뢰기를,
"원각사의 중의 요망한 말을 조작하여 대중을 유혹하였으니, 저 불상(佛像)은 속이 빈 한 개의 마른 나무인데, 어찌 돌아앉을 이치가 있겠습니까? 요망한 말을 조작한 중을 국문하도록 청합니다."
하고, 시독관(侍讀官) 김흔(金訢)·사경(司經) 민사건(閔師騫)은 아뢰기를,
"들으니, 도성 사람인 남녀들이 다투어 병과(餠果)와 포백(布帛)을 가지고 가서 시납하는 자가 이루 기록할 수 없다 하니, 국문하기를 청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당초에 부처가 돌아앉았다고 요망한 말을 조작한 자는 비록 형신(刑訊)을 가하여도 실정을 알아내기가 어렵고, 지금 더위를 당하여 고문하다가 죽는 데에 이르면 원통하고 억울함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최철관이 말하기를,
"절에는 주지승과 향화승이 있으니, 만일 이 중을 추국하면 실정을 얻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또 들으니, 월산 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과 덕원군(德源君) 이서(李曙)가 친히 가서 시납하였다 하니, 왕자(王子)가 이와 같다면 저 어리석고 미혹(迷惑)된 소민(小民)이야 족히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군이 본래 부처를 좋아하지 않고, 그 중간에 요망하고 허탄한 일의 진위(眞僞)를 징험하고자 하여 간 것이다. 또 내가 부처를 숭상하지 않으니, 저들이 비록 요망(妖妄)하더라도 무엇이 해로운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29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
○丁未/御經筵。 講訖, 持平崔哲寬、獻納金成慶啓曰: "圓覺寺僧, 造妖言, 以惑衆聽, 彼佛像, 枵然一槁木耳, 豈有回坐之理? 請鞫妖言之僧。" 侍讀官金訢、司經閔師騫啓曰: "聞都人士女, 爭持餠果布帛, 以施納者, 不可勝記, 請鞫之。" 上曰: "其初造言回佛者, 雖加刑訊, 難以得情, 今當暑月, 拷掠致死, 則冤抑不小。" 哲寬曰: "寺有住持及香火僧, 若推此僧, 則得情不難矣。 且聞月山大君 婷、德源君 曙, 親往施納, 王子若此, 彼愚惑小民, 不足怪也。" 上曰: "大君雅不好佛, 其間妖誕之事, 欲驗眞僞, 而往耳。 且予不崇佛, 彼雖妖妄, 庸何害焉?"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29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