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괄 등이 민심을 현혹시킨 원각사의 중을 국문하도록 청했으나 들어주지 않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정괄(鄭佸)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 등은 생각건대, 원각사 중이 목불(木佛)이 돌아섰다는 말을 떠들어대어 백성의 청문(聽聞)을 현혹하여서 요망한 말이 겨우 나오자마자 남녀(男女)가 물결처럼 밀리어 뒤질세라 두려워하였으니, 어리석은 백성만 이러하였을 뿐 아니라, 월산 대군 이정(李婷)도 믿고서 가보았으니 속고 유혹된 것이 심합니다. 더구나 서울[京師]은 사방에서 모이는 곳이고 원각사는 도성의 담 안에 있으니, 여항(閭巷)의 백성들이 믿고 모여든 것은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방 사람들로 서울에 온 자가 듣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음이 없어 보고 믿어서 8도에 유포되면, 미련한 백성들이 속고 미혹되어 불법(佛法)을 높이고 믿을 것이니,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요망한 말을 한 중을 국문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의 의혹을 풀게 하소서."
하였다. 전교하기를,
"아침에 이인석의 말을 듣고, 이미 요망한 말을 퍼뜨려 인심(人心)을 선동하고 미련한 백성을 유혹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추국하면 그 진실을 알아내기가 어려워서 반드시 억울하고 지나친 형벌에 이를 것이다. 또 월산 대군은 본래 부처를 숭상하지 않았으니, 어찌 그 말을 믿고서 가보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2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
○司憲府大司憲鄭佸等上箚子曰:
臣等竊念, 圓覺寺僧, 唱爲木佛回立之說, 以惑民聽, 妖言纔發, 士女奔波, 猶恐不及, 非徒愚民如是, 月山大君 婷, 亦信而往觀, 其爲誑誘甚矣。 況京師, 四方之所會, 圓覺在都城闤闠之中, 閭巷小民, 信而歸之, 無足怪者。 以至四方之人, 來京師者, 莫不聞而異之, 見而信之, 流布八道, 則愚民誑惑, 崇信佛法, 非細故也。 伏望鞫問妖言之僧, 以解愚民之惑。
傳曰: "朝聞仁錫之言, 已知胥動妖言, 以惑愚民者矣。 然推之, 則難得其實, 必致冤濫。 且月山大君, 素不崇佛, 豈信其言往觀乎?"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2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