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손이 간통을 한 남흔의 죄를 물어 외방에 부처하도록 청하니 그대로 따르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대사간(大司諫) 김작(金碏)·지평(持平) 최한후(崔漢侯)가 산산(蒜山)의 제언을 도로 백성에게 주기를 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김작이 또 아뢰기를,
"중국 사신의 청이 매우 번거로우니, 이것은 반드시 족친과 통사의 말을 들어서 이와 같이 하는 것입니다. 청컨대 죄를 가할 뜻을 보여서 말을 하지 못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 무리들이 국가의 대체를 알지 못하니, 비록 이와 같이 교시(敎示)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영사(領事) 정창손(鄭昌孫)이 아뢰기를,
"중국 사신이 백성의 보리밭을 청하여 그 일가에게 주었으니, 매우 불가합니다. 쉽게 들어주기 때문에 청하기를 매우 번거롭게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무릇 청이 있는데 쉽게 들어주지 않으면 저 사람이 노여움을 품고서 돌아가 황제에게 아뢰기를, ‘황은(皇恩)이 지극히 중한데 조선에서 매우 박(薄)하게 대접하였습니다.’라고 하면, 황제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하자, 동지사(同知事) 이파(李坡)가 아뢰기를,
"세종(世宗)께서는 중국 환시(宦寺)에 대하여 반드시 강청(强請)하는 것을 기다려 서야 들어주시었는데, 지금 전하께서는 쉽게 따르기 때문에 이와 같이 번거롭게 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김작이 아뢰기를,
"매화(梅花)는 대군(大君)의 첩이니 보통의 간통으로 남흔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좌우에게 물으니, 정창손이 말하기를,
"대군이 어찌 부릴 만한 계집종[婢]이 없어서 사위의 계집종을 곁에 두었겠습니까? 비록 첩이라고 이름은 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침석(枕席)을 받든 자인데 남흔이 간통하였으니, 정상이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군은 첩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웃 사람의 말만 믿을 수 있겠는가?"
하니, 최한후가 말하기를,
"대군의 아들 영천군(永川君) 이정(李定)에게 물어보니, 대군의 첩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훈(李塤)이 말하기를, ‘영천군이 취(醉)하여 이 말을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하니, 정창손이 아뢰기를,
"남흔의 죄는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청컨대 외방(外方)에 부처(付處)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28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司法) / 외교-명(明) / 농업-전제(田制) / 농업-수리(水利)
○辛丑/御經筵。 講訖, 大司諫金碏、持平崔漢侯, 請以蒜山堤堰還民, 不聽。 碏又啓曰: "天使之請甚煩, 是必聽族親及通事之言, 而如是也。 請示加罪之意, 使不得言。" 上曰: "此輩不知國家大體, 雖如此敎之, 無益矣。" 領事鄭昌孫啓曰: "天使請民麥田, 以給其族, 甚爲不可。 由聽之易, 故請之甚瀆。" 上曰: "凡有請, 若不易從, 則彼必銜之, 歸奏皇帝曰: ‘皇恩至重, 而朝鮮待之甚薄。’ 則皇帝以爲何如?" 同知事李坡啓曰: "世宗於中國宦寺, 必待强請, 而後從之, 今殿下易從, 故如此煩瀆。" 金碏啓曰: "梅花, 大君之妾, 不可以凡奸, 論南忻也。" 上問左右, 昌孫曰: "大君豈無婢可使, 而乃以壻婢, 置之傍側耶? 雖不名爲妾, 必薦枕席者, 忻乃奸之, 情不可恕。" 上曰: "大君以爲非妾, 其可徒信隣人之言?" 漢侯曰: "問於大君之子永川君 定, 謂是大君之妾。" 上曰: "李塤云: ‘永川君醉發此言。’" 昌孫曰: "忻罪難貰。 請付處于外。" 從之。
- 【태백산사고본】 18책 117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28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司法) / 외교-명(明) / 농업-전제(田制) / 농업-수리(水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