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충례를 서반으로 옮겨 임명하고 유생으로서 말타는 사람을 금하라고 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장령(掌令) 구치곤(丘致崐)과 헌납(獻納) 정서(鄭恕)가 아뢰기를,
"한충례(韓忠禮)는 광망(狂妄)하다고 하여 상의원 정(尙衣院正)을 체직(遞職)시켰는데 또 돈녕부 정(敦寧府正)에 임명되었으니, 돈녕부(敦寧府)는 비록 사무를 처리하는 관청을 아니지마는, 정(正)은 곧 한 관사(官司)의 장(長)으로서 요속(僚屬)을 통솔하여 다스리고 있으므로, 진실로 광망(狂妄)한 사람이 마땅히 맡을 자리는 아닙니다. 또 전 내금위(內禁衛)로서 천장(薦狀)을 몰래 고쳤다고 하여 죄를 받아 충주(忠州)에 유배(流配)되었었으니, 심술(心術)이 바르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서반(西班)으로 옮겨 임명하도록 하라."
하였다. 구치곤이 또 아뢰기를,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 홍귀달(洪貴達)은 병으로 체직(遞職)되었으니, 관계(官階)를 올려 주는 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보다 앞서는 도승지(都承旨)로서 전직(轉職)하게 된다면 예(例)에 따라 가정 대부(嘉靖大夫)나 가선 대부(嘉善大夫)로 임명했는데, 내가 홍귀달에게 특별히 관계(官階)를 올려 주지 않은 것은 여탈(予奪)036) 의 권한을 보이는 것이지만, 그러나 홍귀달은 임용할 만한 사람이니, 어찌 이에 그치고 말겠는가?"
하였다. 구치곤과 정서(鄭恕)가 아뢰기를,
"풍속의 좋고 나쁨과 인재(人材)의 성(盛)하고 쇠(衰)함은 모두 학교(學校)에 관계되는데, 외방(外方)의 교수(敎授)는 대부분 유신(儒臣)이 아니므로 유생(儒生)들이 수업(受業)하기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청컨대 지금부터는 각도(各道) 주·부(州府)의 교수(敎授)는 모두 문신(文臣)으로 임명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였다. 정서(鄭恕)가 또 아뢰기를,
"근일에 유생(儒生)들이 사치(奢侈)를 다투어 숭상하여서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옷을 입고는, 책을 끼고 다니면서 글을 읽는 사람이 대개 적은 편이니, 청컨대 지금 부터는 유생(儒生)으로 책을 끼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모두 죄의 경중(輕重)에 따라 형벌에 처하게 하소서."
하고, 지사(知事) 서거정(徐居正)이 아뢰기를,
"근래에 유생(儒生)들에게 푸른 깃[靑衿]의 원령(圓領)037) 을 입도록 했지마는,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이를 부끄럽게 여겨 학교 문을 나서면 곧바로 벗어버리니, 학관(學官)이 어찌 능히 이를 금하겠습니까?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사헌부(司憲府)에서 마땅히 금해야 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구치곤에게 이르기를,
"유생(儒生)으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을 금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13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0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의생활(衣生活)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丁酉/御經筵。 講訖, 掌令丘致崐、獻納鄭恕啓曰: "韓忠禮, 以狂妄, 遞尙衣院正, 而又授敦寧府正。 敦寧府, 雖非治事之官, 正, 乃一官之長, 總治僚屬, 固非狂妄者所宜任也。 且以前內禁衛, 潛改薦狀, 坐流忠州, 心術不正可知。" 上曰: "移差西班。" 致崐又曰: "忠淸道觀察使洪貴達, 以病而遞, 不宜加資。" 上曰: "前此以都承旨遷轉, 則例授嘉靖、嘉善, 予於貴達, 特不加資, 以示予奪之權, 然貴達可用人也, 豈止於此而已?" 致崐、鄭恕曰: "風俗美惡、人才盛衰, 皆關於學校, 外敎授, 多非文臣, 儒生恥受業焉。 請自今各道州、府敎授, 竝差文臣。" 上曰: "可。" 恕又啓曰: "近者儒生等, 爭尙豪侈, 乘肥衣輕, 而挾冊讀書者蓋寡, 請自今儒生不挾冊者, 皆抵罪。" 知事徐居正曰: "近來令儒生, 着靑衿圓領, 然人皆恥之, 出學門便脫, 學官安能禁之? 至如乘馬者, 則憲府宜可禁也。" 上謂致崐曰: "其禁儒生騎馬者。"
- 【태백산사고본】 17책 113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0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의생활(衣生活)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