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좌가 교년회에 여악을 정지하도록 청했으나 술과 음악을 내려 관원을 위로하다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 이세좌(李世佐)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臣) 등이 삼가 듣건대. 오늘 밤의 교년회(交年會)에 여악(女樂)을 사용하려고 한다 하는데, 여악(女樂)은 간사한 음악과 음란한 여색(女色)이므로, 금중(禁中)1010) 에 들어와서 밤을 지낼 수는 없으니, 삼가 바라건대, 여악(女樂)을 정지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이것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이다. 비록 밤을 새울지언정 잠을 잔 적은 없으니, 역귀(疫鬼)를 쫓아낼 때에 대궐 안에 들어와서 밤을 지내는 것도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례(慣例)인 것이다. 세조조(世祖朝)에는 날마다 종친(宗親)들과 더불어 놀 적에 여악(女樂)까지 모두 들어와서 밤을 지냈었는데, 나는 이것을 처음 거행(擧行)하는 것이니, 또한 군주(君主)가 술에 빠져서 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경(卿) 등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애를 써가며 부지런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겸하여 음악을 내려서 위로하려고 한 것이니, 이에 윤허하지 않겠다."
하였다. 승정원(承政院)과 홍문관(弘文館)의 관원이 모이자, 임금이 술과 음악을 하사(下賜)하고, 이어 사의(蓑衣)1011) 1부(部), 백록비(白鹿皮) 2장(張), 석정(石鼎)1012) 1사(事), 활 4장(張)을 내어 주었다. 전교(傳敎)하기를,
"그대들은 술에 빠져서 코를 골며 곤히 자지 말고, 모름지기 탕전(帑錢)을 걸고 내기하면서 밤을 지내도록 하라."
하였다. 김승경(金升卿) 등이 이에 종정도(從政圖)1013) 를 사용하여 내기를 하다보니, 새벽의 북을 이미 치고 나서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12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03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 / 풍속-풍속(風俗) / 예술-음악(音樂)
- [註 1010]금중(禁中) : 대궐의 안.
- [註 1011]
사의(蓑衣) : 도롱이.- [註 1012]
석정(石鼎) : 돌로 만든 솥.- [註 1013]
종정도(從政圖) : 오락 기구의 한 가지. 넓은 종이에 벼슬 이름을 품계(品階)와 종별에 따라서 써놓고 다섯모진 종정노 알을 굴려서 나온 끗수에 따라 말을 쓰는데, 최고는 영의정(領議政)을 거쳐 사궤장(賜几杖)으로 끝나고, 가장 나쁜 것은 파직(罷職)에서 사약(賜藥)으로 끝나게 됨. 승경도(陞卿圖)·종경도(從卿圖)라고도 함.○弘文館副提學李世佐等, 上箚子曰:
臣等伏聞, 今夜交年會用女樂, 女樂姦聲亂色, 不可入禁中度夜, 伏望命停女樂。
傳曰: "此故事也。 雖度夜, 而曾不寐焉, 如逐疫時, 入內度夜, 亦古例也。 世祖朝, 日與宗親遊女樂, 竝入度夜, 予則是初擧也, 亦非人君沈湎, 而爲之也。 且以卿等, 早暮勤苦, 兼欲賜樂慰焉, 玆以不允。" 承政院、弘文館員旣會, 賜酒樂, 仍出蓑衣一部、白鹿皮二張、石鼎一事、弓四張。 傳曰: "爾等毋湎酒沈眠, 須賭帑度宵。" 升卿等, 乃用從政圖賭之, 曉皷已檛矣。
- 【태백산사고본】 17책 112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03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 / 풍속-풍속(風俗) / 예술-음악(音樂)
- [註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