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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10권, 성종 10년 윤10월 22일 갑술 2번째기사 1479년 명 성화(成化) 15년

성건 등이 폐비 윤씨 집에 담을 쌓도록 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고 이들을 책망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장경(掌令) 성건(成健)과 정언(正言) 유인호(柳仁濠)가 아뢰기를,

"윤씨(尹氏)의 집에서 도둑을 맞은 일은 비록 국가에 관계되지 않지마는, 그러나 지금 사대부(士大夫)의 집에서 혹시 도둑을 맞는 사람이 있더라도 국가에서 도적을 잡도록 해야 할 것인데, 하물며 일찍이 왕비(王妃)의 자리에 있던 분이겠습니까? 모름지기 담을 쌓도록 해야만 옳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사람이 누군들 허물이 없겠는가마는 허물을 고치는 것이 소중한데, 윤씨(尹氏)는 허물을 고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부인(夫人)인데도 후에 강등(降等)시켜 서인(庶人)으로 삼았던 것이니, 내가 어찌 후궁(後宮)의 말을 듣고서 이런 일을 하였겠는가? 전일 박숙진(朴叔蓁)이 대사헌(大司憲)이 되었을 때에도 나의 뜻을 알지 못하고서 말하기를, ‘마땅히 허물을 고치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하므로, 내가 이를 처벌하려고 했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였다. 시독관(侍讀官) 김흔(金訢)이 아뢰기를,

"신(臣)이 지난번 일본(日本) 통신사(通信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대마도(對馬島)에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왕비(王妃)를 폐위(廢位)시킨 일을 알지 못했으나, 돌아온 후 삼가 교서(敎書)를 본 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윤씨(尹氏)는 진실로 죄가 있습니다마는, 그러나 원자(元子)가 있으므로 마땅히 따로 한 곳에 두고서 그 원장(垣牆)을 튼튼하게 하고는 기다리게 해야 할 것이니, 대간(臺諫)의 말이 진실로 옳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안치(安置)한 것이니, 이것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또 윤씨(尹氏)가 일찍이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오래 살아서 보기를 원하는 일이 있다.’고 했으니, 이것은 반드시 내가 죽은 후에 원자(元子)를 끼고서 조정(朝廷)에 임하여 무릇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대로 행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 대왕 대비(大王大妃)의 친족(親族)으로 하여금 죽지 않고 남는 사람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원자(元子)가 현명하다면 조선(朝鮮)의 사직(社稷)이 염려가 없겠지마는, 만약 원자가 현명하지 못하다면 사직(社稷)이 영구하게 전해질는지 알 수 없겠다. 지금 집에 거처하는 사람은 비록 좁은 뒷골목의 미천한 백성일지라도 모두 도적을 방비하고 있는데, 윤씨(尹氏)가 도둑을 맞은 것이 어찌 국가에 관계되겠는가? 옛날 사람이 말하기를, ‘당(唐)나라가 화(化)하여 주(周)나라 되는 것754) 은 이를 징계(懲戒)할 것이다.’ 했는데, 어찌 충신(忠臣)·의사(義士)가 있으면서도 장차 사직(社稷)에 화(禍)를 일으키려는 한 사람의 여자를 비호(庇護)하겠는가?"

하였다 이어 좌우의 신하에게 이르기를,

"내가 윤씨(尹氏)를 처벌하려고 하는데, 어떻겠는가?"

하니, 영사(領事) 윤필상(尹弼商)과 지사(知事) 서거정(徐居正)이 대답하기를,

"이 사람들은 우선 눈앞의 일을 가지고 말한 것뿐이니, 어찌 전하(殿下)께서 종사(宗社)를 위하여 먼 장래를 생각함을 알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정승(政丞)은 늙었으므로 미처 볼 수가 없겠지마는, 자손(子孫)들은 반드시 이를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10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7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법-치안(治安)

  • [註 754]
    당(唐)나라가 화(化)하여 주(周)나라 되는 것 : 중국 당(唐)나라 고종(高宗)의 황후였던 측천 무후(則天武后)는, 고종이 죽은 뒤에 중종(中宗)·예종(睿宗)을 폐하고 스스로 제위(帝位)에 올라 국호를 주(周)로 고쳤던 일을 말함. 측천 무후는 중국 역사상 단 한 사람의 여제(女帝)였으며, 후에 재상 장간지(張柬之) 등에 의해 폐위되었음.

○御經筵。 講訖, 掌令成健、正言柳仁濠啓曰: "尹氏家被盜事, 雖不干於國家, 然今士大夫之家, 或有被盜者, 則國家猶使之搜捕, 況曾位坤極乎? 且須築墻乃可。" 上曰: "人誰無過, 改之爲貴, 尹氏, 則罔有悛心, 猶夫人也, 而後降爲庶人, 予豈聽後宮之言, 而爲之哉? 前者, 朴叔蓁爲大司憲, 亦不知予意曰: ‘當俟改過。’ 予欲罪之, 而不果。" 侍讀官金訢啓曰: "臣曩者, 以日本通信使書狀官, 在對馬島, 初未知廢妃之事, 及還, 伏見敎書, 而後始知也。 尹氏, 則信有罪矣。 然有元子, 當別置一處, 固其垣墉以待之, 臺諫之言, 誠然。" 上曰: "是則安置也, 非此之比也。 且尹氏嘗自言: ‘吾久生, 而有願見之事。’ 是必我死之後, 挾元子臨朝, 凡所欲爲, 無不肆行, 而至使大王大妃之族, 無遺類矣。 使元子而賢也, 則朝鮮社稷, 可無慮也, 如使元子不賢, 則社稷之永久, 未可知也。 今居室者, 雖窮巷小民, 皆爲之備盜, 尹氏之被盜, 何與於國家哉? 古人云: ‘化爲, 是可懲也。’ 烏有忠臣、義士, 而覆庇其將構禍社稷之一女子乎?" 仍謂左右曰: "予欲罪之何如?" 領事尹弼商、知事徐居正對曰: "此人等, 姑以目前之事言之, 烏知殿下, 爲宗社遠慮哉?" 上曰: "政丞老矣, 猶未及見, 子孫, 則必有見之者矣。"


  • 【태백산사고본】 17책 110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7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