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독관 이세광이 창덕궁 중수의 중지와 복세암의 철거를 청했으나 듣지 않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시독관(侍讀官) 이세광(李世匡)이 아뢰기를,
"신(臣) 등이 듣건대, 장차 창덕궁(昌德宮)을 증수(增修)한다고 하는데, 참말입니까? 조종(祖宗)께서 건축(建築)한 것은 그 무너진 것만 수리(修理)하였던 것뿐인데, 어찌 힘써 굉장히 크게 지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대가 누구에게서 들었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신(臣)이 들은 바가 이와 같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 궁전(宮殿)이 얕아서 드러나고 선정전(宣政殿)이 내전(內殿)에 가까우니, 비록 명칭은 대궐(大闕)이라고 하지마는, 제작된 규모(規模)는 실제로 협착(狹窄)하다. 지금 마땅히 개수(改修)해야만 할 것인데, 남은 땅이 있기 때문에 이를 넓히려고 한 것이고, 다른 사람의 담장이나 집을 헐고서 증대(增大)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정승(政丞) 등도 반드시 대내(大內)751) 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니, 영사(領事) 홍응(洪應)이 대답하기를,
"과연 성상의 말씀과 같이 매우 얕아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그대가 이미 들은 바가 이와 같다면 이를 말하는 것이 옳겠다. 다만 내 뜻은 이와 같지 않을 뿐이다."
하였다. 이세광이 말하기를,
"신(臣)이 듣건대 명년에 성상께서 장차 경복궁(景福宮)으로 옮겨 거처하신다고 하는데, 과연 옮겨 거처하신다면 복세암(福世庵)이 대내(大內)를 내려다 보면서 누르고 있으니, 어찌 중들이 거주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를 철거(撤去)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진실로 숭상하지는 않지만, 또한 선왕(先王)께서 이미 만든 절인데 어찌 철거할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이세광이 아뢰기를,
"불교(佛敎)를 배척하여 절의 철거를 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궐 안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매우 옳지 못하다는 것뿐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세조(世祖) 때에 내가 대군(大君)과 더불어 임금의 명령을 받들고 함께 가서 이를 보았는데, 대궐(大闕)과의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보아도 아득할 뿐이니, 모름지기 철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1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76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사상-불교(佛敎)
- [註 751]대내(大內) : 임금이 거처하는 곳.
○庚午/御經筵。 講訖, 侍讀官李世匡啓曰: "臣等, 聞將增修昌德宮, 信乎? 祖宗所營構, 修其頹毁而已, 何必務爲宏大乎?" 上曰: "爾聞於誰歟?" 對曰: "臣所聞如是。" 上曰: "此宮淺露, 宣政殿, 近於內, (誰)〔雖〕 名爲大闕, 制作規模, 實窄狹。 今當改修, 有餘地欲廣之, 非撤人墻屋, 而增大也。 政丞等必知大內矣。" 領事洪應對曰: "果如上敎, 甚淺露矣。" 上曰: "爾旣所聞如此, 言之是也。 但予意, 則不如是也。" 世匡曰: "臣聞明年, 將移御于景福宮, 果若移御, 則福世庵, 臨壓大內, 豈僧人所得住乎? 請撤之。" 上曰: "予固不崇尙, 且先王已成之寺, 何用撤爲?" 世匡曰: "非闢佛, 而請撤也。 臨見闕內, 甚不可耳。" 上曰: "世祖朝, 予與大君, 承命偕往見之, 距闕遠, 視之茫茫然矣, 不須撤去。"
- 【태백산사고본】 17책 11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76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