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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100권, 성종 10년 1월 20일 정축 3번째기사 1479년 명 성화(成化) 15년

석강에서 《대학연의》의 내용에 대하여 시강관 안침·검토관 정성근 등이 설명하다

석강(夕講)에 나아갔다. 《대학연의(大學衍義)》를 강(講)하다가 ‘하는 바가 없으되 천하가 다스려진다.[無爲而天下治]’는 데에 이르러, 시강관(侍講官) 안침(安琛)이 아뢰기를,

"이것은 괴연(塊然)031) 하게 전혀 하는 일이 없으되,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짐을 이른 것이 아닙니다. 성인(聖人)은 그 자연의 법칙을 따라 행할 따름입니다. 《서경(書經)》에 말하기를, ‘임금의 그 극(極)을 세운다.[皇建其有極]’고 하였고, 해석하는 자가 말하기를, ‘극은 지극하다는 뜻[至極之義]이고, 표준(標準)의 이름[名]이니, 사방(四方)에서 바른 것을 취하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대개 임금이 위에서 본보기[表率]가 되면 아랫사람이 이를 지켜 보고 감화(感化)되어서 자연히 다스려지게 되는데, 이것이 ‘하는 바가 없으되 천하가 다스려진다.’는 것입니다."

하고, 검토관(檢討官) 정성근(鄭誠謹)은 말하기를,

"임금의 학(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아서 조금도 중단함이 없은 연후에야 날로 고명(高明)한 데에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경(書經)》에 말하기를, ‘시종 한결같은 생각으로 배움에 힘쓰면, 자신도 모르게 그 덕(德)이 닦여진다.’ 하였고, 진덕수(眞德秀)도 말하기를, ‘낮에는 조회에서 천신(薦紳)032) 들이 엄숙하게 줄을 서서 창언(昌言)033)정론(正論)034) 이 앞에 폭주(輻輳)035) 하면, 그 보존하여 지키기가 쉽겠지만, 깊은 궁중의 저문 밤에 접하는 자가 초당(貂璫)036) 의 무리가 아니면, 곧 빈어(嬪御)의 무리일 경우 화려하고 짙은 화장을 하여 아름다운 자태가 눈을 현혹시키며, 기이한 재주와 음란한 기교가 모두 마음을 방탕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그 수양함을 보전하기가 어려운데, 야대(夜對)의 이익됨은 낮에 방문(訪問)함보다 더욱 큰 효과가 있다.’ 하였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도 야대는 성학(聖學)에 도움됨이 더욱 많다고 여겨집니다."

하였다. 강(講)하기를 마치니, 정성근이 또 아뢰기를,

"대저 임금이 몸소 행한 것이 본보기가 되면, 그 아랫사람은 자연히 감화됩니다. 근자에 양로례(養老禮)와 대사례(大射禮) 등을 행하였으니, 이는 성대한 거사입니다. 그러나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내가 시골의 풍속을 보고 왕교(王敎)가 이미 해이해졌음을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국가에서 하는 향사례(鄕射禮)·향음주례(鄕飮酒禮)는 《오례의(五禮儀)》에 기재되어 있는데도 주군(州郡)에서 봉행(奉行)하지 않으니, 매우 옳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이 법을 거듭 밝혀서 여러 고을로 하여금 때로 거행하게 하면, 백성을 교화하고 선량한 풍속을 이룸에 어찌 조금의 보탬만이 되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0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8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 풍속-풍속(風俗)

  • [註 031]
    괴연(塊然) : 편안히 있는 모양.
  • [註 032]
    천신(薦紳) : 지위가 높은 사람. 진신(縉紳).
  • [註 033]
    창언(昌言) : 도리에 맞는 말.
  • [註 034]
    정론(正論) : 정당한 의논.
  • [註 035]
    폭주(輻輳) : 많이 모임.
  • [註 036]
    초당(貂璫) : 환관(宦官)의 별칭(別稱).

○御夕講。 講《大學衍義》, 至 ‘無爲而天下治’, 侍講官安琛啓曰: "此非謂塊然全無作爲而天下自治也。 聖人行其所無事而已。 《書》曰: ‘皇建其有極,’ 釋之者曰: ‘至極之義, 標準之名, 四方之所取正者也。’ 蓋人君表率於上, 而下人觀瞻感化, 自然而治, 是 ‘無爲而天下治’ 也。" 檢討官鄭誠謹曰: "人君之學, 終始如一, 無少間斷, 然後可以日進於高明矣。 故《書》曰: ‘念終始典于學, 厥德修罔(寬)〔覺〕 。’ 眞德秀亦曰: ‘晝日便朝, 薦(伸)〔紳〕 儼列, 昌言正論, 輻輳於前, 則其保守也易, 深宮暮夜, 所接者非貂璫之輩, 卽嬪御之徒紛華盛麗, 雜然眩目, 奇忮淫巧, 皆足蕩心, 故其持養也難, 夜對之益, 尤深於晝訪。’ 臣意以謂夜對於聖學, 裨益尤多矣。" 講訖, 誠謹又啓曰: "大抵人君躬行表率, 則其下自然而化。 近行養老、大射等禮, 斯爲盛擧。 然孔子曰: ‘吾觀於鄕, 而知王敎之已弛也。’ 今國家鄕射禮、鄕飮酒禮, 載在《五禮儀》, 而州郡不奉行, 甚未便。 幸申明此法, 令諸邑以時擧行, 則於化民成俗, 豈爲少補哉?"


  • 【태백산사고본】 16책 100권 7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89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상-유학(儒學) / 풍속-풍속(風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