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이 합사하여 임사홍의 죄를 말감한 것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하다
대간(臺諫)이 합사(合司)449) 하여 와서 아뢰기를,
"임사홍 등의 죄를 특별히 명하여 사형을 감하셨는데, 신 등이 되풀이하여 생각건대, 임사홍은 대간(臺諫)에게 은밀히 사주(使嗾)하여 조정의 정사를 문란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전하를 속였으니, 비록 법대로 처단할지라도 오히려 남는 죄가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은 내가 가볍게 논죄(論罪)했다고 하는가? 만약 내가 가볍게 논죄했다면, 내가 애초에 반드시 적발해 국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자광(柳子光)은 선왕조(先王朝) 때의 원훈(元勳)이므로, 결장(決杖)하는 것은 내가 또한 어려우며, 임사홍은 비록 공신은 아니지만, 그 아비 임원준(任元濬)이 또한 좌리 공신(佐理功臣)에 참여 하였다. 만약에 법대로 처단한다면, 전일에 삽혈 동맹(歃血同盟)하기를, ‘영구히 죄를 용서한다.’고 한 뜻에 어긋남이 있다."
하였다. 대사헌 유지(柳輊) 등이 다시 아뢰기를,
"전하께서 비록 임사홍 등을 모반 대역(謀反大逆)이라고 이르지 아니하시나, 신 등은 생각하건대, 오늘날의 일이 비록 대역(大逆)은 아닐지라도 다른 날의 마음을 이것으로 점쳐서 알 수 있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간사한 자의〉 작은 것은 등창[癰腫]을 빨고 치질(庤疾)을 혀로 핥으며, 큰 것은 아비와 임금을 죽인다.’고 하였으니, 이 같은 마음으로 미루어보면 부도(不道)한 일인들 어찌 꺼리겠습니까? 비록 공이 크다고 할지라도 일신(一身)의 죄라면 용서할 수 있지만, 국가의 큰 죄에 어찌 옛 공을 따질 수 있겠습니까? 옛사람이 이르기를, ‘악을 제거하는 데에는 근본에 힘쓰라.’고 하였으니, 어찌 용서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죄가 크기 때문에 이같이 처단한 것이다. 《춘추(春秋)》에 이르기를, ‘공숙단(共叔段)450) 이 세력이 커져서 도모하기 어렵다.’고 하였고, 한(漢)나라에는 홍공(弘恭)·석현(石顯)이 있고, 당(唐)나라에는 노기(盧杞), 송(宋)나라에는 왕안석(王安石)이 있었는데, 이들을 능히 제거하지 못한 것을 후세에서 비난하였으나, 나는 알고서 죄를 주었으니, 여기에 비길 것이 아니다. 지금은 바로 죄로써 죄를 준 것인데, 어찌 뒷날의 일을 미리 헤아려야 하는가? 나도 역시 옛일을 보았다. 경 등만이 어찌 옛일을 다 보았겠는가?"
하였다. 유지 등이 다시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호랑이를 기르면 스스로 근심을 남긴다.’고 하였으니, 임사홍 등을 비록 먼 지방에 귀양보낸다 하더라도 다른 날에 다시 서용(敍用)할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청컨대 법대로 죄를 주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대간의 말을 다 믿을 수 있는가?"
하였다. 유지 등이 아뢰기를,
"오로지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임금은 간하는 말을 받아들이면 선(善)해지는 것입니다. 근일에 임사홍이 대간과 더불어 교결하여 대신을 모함하였으니, 성상께서 믿지 않으심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대간이 된 자가 어찌 모두 박효원(朴孝元)과 같겠습니까? 신 등이 요즈음 듣건대 붕당(朋黨)이 풍습을 이루어서 임사홍과 같은 무리가 과연 많고, 또 남효온(南孝溫)이란 자가 소학계(小學契)451) 를 만들어서 서로 붕당이 되었다고 하니, 이 같은 무리들이 비록 불의(不義)한 일을 하더라도 성상께서 또한 알지 못하실 것입니다. 지금 임사홍의 일은 개국(開國)이래로 없었던 것이니, 비록 다 베지는 못할지라도, 청컨대 죄의 괴수를 베어서 그 나머지를 경계하면, 뒤에 대간이 된 자가 자연히 경계하고 두려워할 것입니다."
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9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0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향촌-계(契) / 인사-관리(管理) / 역사-고사(故事)
- [註 449]합사(合司) : 나라의 중대한 일을 처리하거나 의논할 때 두 개 이상의 관사(官司)가 서로 합하여 일을 보던 것을 말함.
- [註 450]
공숙단(共叔段) : 춘추 시대의 정(鄭)나라 왕자.- [註 451]
소학계(小學契) : 《소학(小學)》의 모든 범절을 지키며, 이것으로 입지(立志)의 바탕을 삼고자 한 모임.○臺諫合司來啓曰: "任士洪等罪, 特命減死。 臣等反覆思之, 士洪非唯陰嗾臺諫, 紊亂朝政, 亦以欺罔殿下, 雖依律斷之, 尙有餘辜。" 傳曰: "爾等以予爲輕論乎? 若以予輕論, 則予初不必摘發以鞫之。 柳子光先王朝元勳也, 決杖予亦難之, 士洪雖非功臣, 其父元濬亦與佐理之勳。 若斷之如律, 則與前日歃血同盟宥及永世之意有乖矣。" 大司憲柳輊等更啓曰: "殿下雖以謂士洪等非謀叛大逆, 臣等以爲今日之事雖非大逆, 他日之心占此可知。 古人云: ‘小則吮癰舐痔, 大則弑父與君。’ 推此心, 則雖不道之事亦何憚焉? 縱曰功大, 若一身之罪則可貰矣, 於國家大罪, 何足計其舊勳也? 古人云: ‘除惡務本,’ 其可恕之乎?" 傳曰: "罪大故處之如此。 《春秋》謂: ‘共叔段滋蔓難圖,’ 漢有弘恭、石顯, 唐有盧杞, 宋有王安石, 後世譏其不能去, 予則知而罪之, 非此之比也。 今則直以其罪罪之耳, 豈宜逆料後日之事乎? 予亦觀古事矣。 卿等豈獨盡觀古事哉?" 柳輊等更啓曰: "古云 ‘養虎自遺患。’ 士洪等雖竄諸遠方, 安知異日不復敍乎? 請如律罪之。" 傳曰: "臺諫之言, 其可盡信乎?" 輊等曰: "惟木從繩則正, 人君納諫固善矣。 近日士洪與臺諫交結, 誣陷大臣, 宜乎上之不信也。 然爲臺諫者, 豈皆如孝元乎? 臣等比聞朋黨成風, 如士洪之黨果衆, 又有南孝溫者, 結爲小學契, 相爲朋黨, 如此之徒雖爲不義之事, 上亦不之知矣。 今士洪之事, 自開國以來未有也, 雖不盡誅, 請誅罪魁, 以警其餘, 則後之爲臺諫者, 自然戒懼矣。" 不聽。
- 【태백산사고본】 14책 92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0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향촌-계(契) / 인사-관리(管理) / 역사-고사(故事)
- [註 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