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들이 임사홍의 처벌에 대해 의논하다
한명회(韓明澮)·심회(沈澮)·윤사흔(尹士昕)·윤필상(尹弼商)·홍응(洪應)·허종(許琮)·어유소(魚有沼)·양성지(梁誠之)·윤흠(尹欽)·신정(申瀞)·신준(申浚)·홍도상(洪道常)·김영유(金永濡)·유지(柳輊)·안관후(安寬厚)·김춘경(金春卿)·경준(慶俊)·박숙달(朴叔達)·강거효(姜居孝)·유인호(柳仁壕)는 의논하기를,
"율(律)에 의하여 과단(科斷)하소서."
하고, 윤계겸(尹繼謙)·이극균(李克均)은 의논하기를,
"《율학해이(律學解頤)》의 간당조(姦黨條)에, ‘간(姦)이란 것은 간사한 무리이고, 당(黨)이란 것은 붕당(朋黨)의 사람이다. 만약에 사람이 본래 죄가 없거나 혹은 죄가 있어도 사형에 이르지 아니하였는데, 모두 이들 간사한 붕당의 사람이 망령되게 올린 참소(讒訴)의 말을 입어서, 사람을 잘못 죽이게 한 자는 참(斬)한다.’고 하였습니다. 임사홍과 유자광·박효원·김언신은 단지 현석규(玄碩圭)를 소인(小人)이라고 모함하였을 뿐이고,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이르지 아니하였으니, 성상께서 재결하시어 시행하시고, 김괴(金塊)와 김맹성(金孟性)·표연말(表沿沫)·손비장(孫比長)의 죄상은 계달한 바에 의하여 시행하소서."
하고, 김순명(金順命)은 논하기를,
"예로부터 붕당은 그 해가 반드시 큽니다. 임사홍은 임금을 업신여기고 대간과 교결하였으니, 그 실정을 안 자도 죄가 또한 같습니다. 표연말과 김괴·김맹성·손비장의 조율(照律)이 심히 가벼우니, 마땅히 중한 율에 따라 과단(科斷)하소서. 이를 징계하지 않으면 뒤에 경계하는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윤계겸과 이극균의 의논이 옳다. 임사홍 등은 사형을 감하라."
하였다. 한명회 등이 아뢰기를,
"예로부터 제왕(帝王)은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였으니, 지금 임사홍 등에게 사형을 감하신 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붕당을 교결하여 조정을 문란하게 하였으니, 그 조짐이 가히 두렵습니다. 청컨대 율에 의하여 논단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고, 대간은 아뢰기를,
"법이란 것은 천하에서 공평하게 함께 하는 바이고, 임금이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임사홍 등은 죄악이 깊고 중하며, 율(律)이 정조(正條)가 있는데, 전하께서 특별히 사형을 감하심은 매우 옳지 못합니다. 청컨대 율에 의해 과단하시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쾌하게 하소서."
하였는데, 김순명(金順命)이 더욱 굳게 청하였다. 전교하기를,
"경 등이 아무리 말할지라도 나는 듣지 않겠다."
하고, 또 명하여 유자광에게 결장(決杖)할 가부를 의논하게 하니, 한명회 등이 의논하기를,
"유자광에게 사형을 감하심은 성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하니, 공신(功臣)을 삭적(削籍)435) 하고 결장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다. 주서(注書) 양희지(楊熙止)에게 명하여 오늘 모이지 아니한 재상들에게 가서 의논하게 하니, 정인지(鄭麟趾)는 의논하기를,
"유자광이 이미 성상의 은혜를 입어 사형이 감해졌으니, 결장을 없애고 먼 지방에 부처(付處)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정창손(鄭昌孫)·노사신(盧思愼)·이승소(李承召)는 의논하기를,
"유자광은 그 죄가 깊고 중하니, 율에 의하여 처결하는 것이 적당하나, 사직(社稷)에 관계되는 죄가 아니고 또 익대 공신(翊戴功臣)이니, 사형을 감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가의(賈誼)436) 가 이르기를, ‘대신이 죄가 있더라도 사도(司徒)의 소리(小吏)가 꾸짖고 매질하는 것은 여러 서민에게 보이게 할 바가 아니다.’고 하였으니, 그 장(杖)을 속(贖)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윤자운(尹子雲)·서거정(徐居正)은 의논하기를,
"유자광이 붕당을 교결하여 생각이 그 지위를 벗어나서 함부로 외람되게 글을 올려 임금을 속였으므로, 죄를 범한 것이 지극히 큰데, 지금 사형을 감하였으니, 성은(聖恩)이 깊고 중합니다. 공신(功臣)을 삭적(削籍)하고 결장(決杖)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김국광(金國光)은 의논하기를,
"유자광의 죄악은 율(律)에 정조(正條)가 있는데, 특별히 사형을 감하기를 명하였으니, 성상의 은혜가 분수에 지나칩니다. 유자광이 공신으로서 성상을 속였으니, 이제 마땅히 삭적하고 결장하여 먼 지방에 유치(流置)시켜서 영구히 서용(敍用)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만약에 〈공신을〉 삭적하지 않으면 종신토록 서용하지 아니하기가 어려우니, 이는 삭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이 같은 소인은 보기가 어려우니, 네 사람 중에서 죄의 괴수 한 사람은 율에 의해 시행하여 널리 보여서 뒷사람을 경계함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강희맹(姜希孟)은 의논하기를,
"유자광은 서자(庶子)의 몸으로 지위가 극품(極品)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마땅히 성은(聖恩)의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기를 도모해야 할 것인데, 붕당을 교결하여 시비(是非)를 변란(變亂)시켜 성총(聖聰)을 모독하고, 겉으로는 충직(忠直)함을 가장하며, 안으로는 실로 간사하니, 이는 바로 소인(小人)의 가장 큰 것입니다. 그 죄를 밝게 바루지 않을 수 없으니, 마땅히 공신을 삭적(削籍)하고 먼 변방에 내쳐서 종신토록 서용(敍用)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에 결장(決杖)이라면 형벌이 대부(大夫)에게 이르지 아니하는 것이 성주(成周)437) 의 아름다운 법인데, 유자광이 비록 무상(無狀)할지라도, 이미 대부가 되었으니, 그 몸에 형장(刑杖)을 받을 수 없습니다. 속장(贖杖)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는데, 명하여 임사홍과 유자광·김언신·박효원은 사형을 감하고, 표연말과 김맹성·김괴·손비장은 율(律)에 의하게 하였다. 대간이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은 임사홍 등에게 사형을 감하신 명령을 듣고 결망(缺望)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임사홍은 소인의 정상이 모두 드러났고, 그 당류도 이미 찾았으니, 청컨대 모두 율에 의하여 과단(科斷)하소서. 옛사람도 말하기를, ‘알고도 다스리지 않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으니, 청컨대 법을 무너뜨리지 마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이미 사정(事情)을 헤아려서 적당하게 결정하였으니, 경 등의 청을 듣지 않겠다."
하였다. 대간이 또 아뢰기를,
"사정은 진실로 사형이 마땅합니다. 붕당(朋黨)은 국가의 흥망과 사직(社稷)의 안위(安危)가 달렸습니다. 유향(劉向)438) 이 말하기를, ‘붕당의 친밀함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도적이다.’고 하였으니, 신은 청컨대 붕당의 신하를 기르지 마소서."
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박시형(朴時衡)의 탐오(貪汚)한 일을 윤호(尹壕)가 말하지 아니하였으면, 내가 어찌 알겠는가? 조정 안의 대신이 모두 말하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매우 그르게 여긴다. 경 등은 어찌하여 말하지 아니하였는가?"
하니, 홍귀달(洪貴達)과 김승경(金升卿)이 대답하기를,
"신 등이 만약 들었을 것 같으면 어찌 감히 아뢰지 않았겠습니까?"
하였다.
사신이 논평하기를, "박시형은 성품이 인색(吝嗇)하여서 집에 있을 때에는 비록 음식과 같은 작은 물건일지라도 반드시 스스로 출납(出納)하여 처첩(妻妾)이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였고, 밀양 부사(密陽府使)가 되어 부임하던 날에는 새벽에 바로 들어가서 아전들이 미처 영알(迎謁)하지 못한 자가 많았었는데, 모두 연포(練布)로써 속(贖)하게 하였으니, 그 행한 일이 대개 이와 같았으므로, 백성들이 매우 원망하였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92권 9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01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물(人物)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가족-가족(家族)
- [註 435]삭적(削籍) : 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함.
- [註 436]
○韓明澮、沈澮、尹士昕、尹弼商、洪應、許琮、魚有沼、梁誠之、尹欽、申瀞、申浚、洪道常、金永濡、柳輊、安寬厚、金春卿、慶俊、朴叔達、姜居孝、柳仁壕議: "依律科斷。" 尹繼謙、李克均議: "《律學解頤》姦黨條: ‘姦者, 姦回之儔, 黨者, 朋黨之人也。 若人本無罪, 或有罪不至死者, 俱被此等姦邪朋黨之人妄進讒譖之言, 而左使殺人者斬。’ 任士洪、柳子光、朴孝元、金彦辛, 只以玄碩圭爲小人誣陷, 而不至殺人, 上裁施行。 金塊、金孟性、表沿沫、孫比長罪狀, 依所啓施行。" 金順命議: "自古朋黨其害必大。 任士洪不有其君, 與臺諫交結, 其知情者罪亦同。 表沿沫、金塊、金孟性、孫比長照律甚輕, 宜從重科斷。 此而不懲, 後無所戒。" 傳曰: "繼謙、克均之議是矣。 士洪等其減死。" 明澮等啓曰: "自古帝王不嗜殺人, 今士洪等減死, 誠美矣。 然此輩交結朋黨, 紊亂朝政, 其漸可懼。 請依律論斷幸甚。" 臺諫啓曰: "法者天下之所公共, 非人主之所得私。 士洪等罪惡深重, 律有正條, 而殿下特減死甚不可。 請依律科斷, 以快衆心。" 金順命請之愈堅。 傳曰: "卿等雖言, 予不聽也。" 又命議柳子光決杖可否, 明澮等議曰: "柳子光減死, 上恩至重, 功臣削籍, 決杖何如?" 命注書楊熙止就議今日不會宰相。 鄭麟趾議: "柳子光已蒙上恩減死, 除杖遠方付處何如?" 鄭昌孫、盧思愼、李承召議: "柳子光其罪深重, 依律處決爲便。 然非關係社稷之罪, 且翊戴功臣, 減死允當。 賈誼云: ‘大臣有罪, 司徒小吏罵慢而榜笞之, 非所以令衆庶見也。’ 贖其杖何如?" 尹子雲、徐居正議: "柳子光交結朋黨, 思出其位, 冒濫上書, 欺君罔上, 罪犯至大, 今減死, 聖恩深重。 功臣削籍, 決杖何如?" 金國光議: "柳子光罪惡, 律有正條, 而特命減死, 上恩過分。 子光以功臣欺罔聖上, 今宜削籍決杖, 流置遠方, 永不敍用。 如不削籍, 則終身不敍爲難, 此不可不削也。 且如此小人, 得之不易, 四人中罪魁一人, 依律施行, 廣示戒後何如?" 姜希孟議: "子光身爲孽息, 位至極品, 固當圖報聖恩之萬一, 交結朋黨, 變亂是非, 冒瀆聖聰, 外假忠直, 內實姦回, 此正小人之尤者也, 不可不明正其罪。 宜削勳籍, 逬邊遠終身不齒。 若其決杖, 則刑不上大夫, 成周之令典, 子光雖爲無狀, 旣爲大夫, 則不可身受刑杖。 贖杖何如?" 命士洪、子光、彦辛、孝元減死, 沿沫、孟性、塊、比長依律。 臺諫更啓曰: "臣等聞士洪等減死之令, 不勝缺望。 士洪小人之狀畢露, 其黨亦已得之, 請皆依律科斷。 古人亦曰: ‘與其知而不治, 不若不知之爲愈也’, 請勿壞法。" 傳曰: "業已較計事情, 酌宜而定之, 故不從卿等之請。" 臺諫又啓曰: "事情固當死矣。 朋黨, 國家興亡社稷安危係焉。 劉向曰: ‘朋黨比周, 亡國之賊。’ 臣請勿畜朋黨之臣。" 不聽。 傳于承政院曰: "朴時衡貪汚之事, 微尹壕言之, 予焉知之? 朝中大臣皆不言, 予甚非之。 卿等何不言耶?" 洪貴達、金升卿對曰: "臣等如有聞, 敢不上聞?"
【史臣曰: "時衡性吝嗇, 居家雖飮食微物, 必自出納, 妻妾不得擅用。 爲密陽上官日, 冒曉經入, 吏多不及迎謁, 皆贖以練布, 其行事類此, 民甚怨之。"】
- 【태백산사고본】 14책 92권 9장 B면【국편영인본】 9책 601면
- 【분류】역사-편사(編史) / 인물(人物)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가족-가족(家族)
- [註 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