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호가 이선남의 죄를 파직으로 처리하기를 청함에 이를 의논하다
경연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정언(正言) 유인호(柳仁濠)가 아뢰기를,
"괴산 군수(槐山郡守) 이선남(李善男)이 음식물을 본가(本家)에 보냈으니, 한성부(漢城府)에서 장(杖) 60대에 처해야 마땅한데, 단지 고신(告身) 한 등(等)만 빼앗았으므로 미편(未便)합니다. 청컨대 파직(罷職)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 물건이 비록 백성의 힘에서 나온 것이나 자기에게 들인 것이 아니고, 또한 부모를 위한 것인데, 어찌 처벌하겠는가?"
하자, 지평(持平) 이세광(李世匡)이 말하기를,
"대저 경관(京官)은 동료(同僚)가 있어서 탐묵(貪墨)을 함부로 행할 수 없으나, 수령은 남이 알지 못한다고 이르고 무릇 탐오(貪汚)한 일을 자기의 하고 싶은 대로 하니, 이를 징계하지 아니한다면 뒤에 경계할 바가 없을 것입니다. 청컨대 바꾸소서."
하니,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어떻게 할까?"
하였다. 영사(領事) 심회(沈澮)는 말하기를,
"신도 들으니, 그 보낸 물건이 매우 적고 또 부모를 위한 것이니, 다른 자와 같이 자기에게 들인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하고, 이세광은 말하기를,
"자기에게 들였으면 마땅히 장안(贓案)에 기록하여야 하며, 이 율(律)에 좌죄(坐罪)될 뿐만이 아닙니다."
하였으며, 유인호는 말하기를,
"경상 도사(慶尙都事) 이극련(李克連)이 면포(綿布) 여덟 필과 지초(芝草) 등의 물건을 이지(李墀)에게 보냈는데, 이지는 바로 관찰사(觀察使) 이육(李陸)의 아버지입니다. 요즘 박시형(朴時衡)이 밀양 부사(密陽府使)로 있으면서 관찰사 윤효손(尹孝孫)의 집에 뇌물을 바쳤으므로 곧 의금부로 하여금 잡아 오게 하였는데, 이제 이극련(李克連)의 죄가 박시형보다 못하지 아니한데도 국문(鞫問)하지 아니함은 미편(未便)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다시 추안(推案)을 본 뒤에 조처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91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8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甲寅/御經筵。 講訖, 正言柳仁濠啓曰: "槐山郡守李善男以食物送于本家, 漢城府當以杖六十, 只奪告身一等未便。 請罷職。" 上曰: "此物雖出於民力, 然非入己, 且爲父母也, 何罪之乎?" 持平李世匡曰: "大抵京官則有同僚, 不得肆行貪墨, 守令則謂人莫知, 凡貪汚之事, 惟己所欲。 若此不懲, 後無所戒, 請遞之。" 上謂左右曰: "何如?" 領事沈澮曰: "臣亦聞之。 其送物甚少, 且爲父母, 非他入己者之比也。" 世匡曰: "入己則當錄于贓案, 非但坐此律而已。" 仁濠曰: "慶尙道都事李克連, 綿布八匹、芝草等物遺李墀, 墀觀察使陸之父也。 比者朴時衡爲密陽府使, 致賂于觀察使尹孝孫家, 卽令義禁府拿來。 今克連之罪不減於時衡, 而不鞫未便。" 上曰: "更觀推案, 然後有以處之。"
- 【태백산사고본】 14책 91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8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