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김자정 등이 창원군 이성의 외방 부처 철회의 부당성에 관해서 상소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유지(柳輊) 등과 사간원 대사간(司諫院大司諫) 김자정(金自貞) 등이 상소하기를,
"착한 것을 착하게 여길 뿐 쓰지 못한다면, 그 선(善)을 안다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으며, 악(惡)한 것을 미워할 뿐 제거하지 못한다면, 악을 알고 있다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남의 허물을 들어서 꾸짖지 않는다면, 허물을 들지 않는 것보다 낫지 못하며, 남의 죄를 알고도 징계하지 않는다면 알지 못하는 것보다 낫지 못합니다. 혹 알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바랄 것이 있지만, 알고도 징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모두 법을 희롱하며 스스로 방자(放恣)해질 것입니다. 징계하는 바가 없으면 기강(紀綱)이 무너져서, 나라가 나라답지 아니하여서 마침내 어찌할 수 없는 데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창원군 이성을 부처(付處)하라는 명령이 이미 내렸는데도, 곧 의지(懿旨)로 인하여 중지하니, 신 등은 그윽이 의혹스럽습니다. 대비(大妃)께서 이미 국정(國政)을 돌려주셨으니, 한 나라의 정령(政令)은 마땅히 전하(殿下)에게서 나와야 하고 대비께서 간여해 들을 바가 아닙니다. 창원군 성의 죄악은 종친(宗親)에게 의논하고, 공경(公卿)에게 의논하고, 대간(臺諫)에게 의논하고, 좌우(左右)에게 의논하여서, 의논한 것이 한 사람이 아니고 생각한 것이 하루가 아닙니다. 정상과 법을 참작하여 성상의 마음으로부터 재단(裁斷)하셔서 성명(成命)이 이미 내려졌는데, 지금 다시 고치신다면, 신 등은 정령이 한결같지 않아서 온 나라의 신민(臣民)이 전하의 얕고 깊음을 엿봄이 있을 듯합니다. 더구나 죄를 의논하던 처음에 어찌 창원군 성이 세조(世祖)의 유체(遺體)인 것을 몰랐으며, 대비(大妃)의 권애(眷愛)하는 정을 몰랐겠습니까? 진실로 성의 죄가 심히 커서 사은(私恩)으로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에 성을 내치는 것이 대비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을 두려워한다면, 신 등은 더욱 의혹스럽습니다. 신 등은 듣건대, ‘집에 간쟁(諫爭)하는 자식이 있으면 어버이가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군신(君臣)의 분수는 문란하게 할 수 없고 조정의 법은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을 힘써 진술(陳述)하여 되풀이해 진청(陳請)하지 않으십니까? 대비(大妃)께서는 성모(聖母)이시니 반드시 사친(私親)이라고 하여 국가 만세(國家萬世)의 공법(公法)을 폐하기를 즐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만약에 성의 죄가 종묘 사직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 법을 굽혀서 은정(恩情)을 펴는 것이 옳고 권의(權宜)에 합당하다고 한다면, 신 등은 더욱 의혹스럽습니다. 전하의 일신(一身)이 종묘 사직의 주인이 되었는데, 지금 창원군 성이 전하의 명령을 거역하고 전하의 총명을 속이고 있으니,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이미 조짐을 보인 것입니다. 그러니 종사에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 법이란 것은 조종(祖宗)이 준 것으로서 천하의 공기(公器)이니, 친귀(親貴)로 하여 흔들릴 수 없습니다. 법이 낮아졌다 높아졌다 하는 일이 있다면, 백성이 어떻게 편안히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옛날의 성왕(聖王)은 능히 신자(臣子)가 법을 준수함을 용납하였습니다. 그러한 뒤에라야 그 법이 믿어지고 조정이 의지할 바가 있었던 것입니다. 옛날에 도응(桃應)이 맹자(孟子)에게 묻기를, ‘순(舜)이 천자(天子)가 되고 고요(皐陶)가 법관(法官)이 되었을 때에, 고수(瞽瞍)162) 가 사람을 죽였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니, 맹자가 대답하기를, ‘체포할 따름이다.’ 하였습니다. 순(舜)이 천자로서 그의 아버지를 구(救)하지 못하는 것은 고요(皐陶)를 위하여서가 아니며, 고요가 체포한 것은 법인 것입니다. 창원군 성이 전하에게 비록 존속(尊屬)이기는 하나, 어찌 순의 고수에 대한 관계와 같겠습니까? 순이 아버지를 위하여 천하의 법을 사사로이 하지 못하였는데, 전하께서 감히 창원군 성을 위하여 사사로이 하고자 하십니까? 고수가 사람을 죽였을 뿐이라도 순은 오히려 이렇게 할 터인데, 하물며 창원군 성은 이미 함부로 사람을 죽인 죄를 범하고, 또 왕명을 거역하였으며, 천총(天聰)을 속이지 않았습니까? 신 등은 불초(不肖)하여 진실로 감히 고요(皐陶)로 자처(自處)하지 못하나, 감히 대순(大舜)과 같은 성군(聖君)을 전하께 기대해 바라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사사로운 은정(恩情)을 따르지 마시고 대의(大義)로써 결단하시어 창원군 성을 외방에 두시어서, 공론(公論)을 쾌하게 하고, 여정(輿情)에 부응(副應)케 하시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90권 7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6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 / 역사-고사(故事)
- [註 162]고수(瞽瞍) : 순(舜)임금의 아버지.
善善而不能用, 無貴於知其善, 惡惡而不能去, 無貴於知其惡。 故擧人之過而不之責, 不如不擧之爲愈也, 知人之罪而不之懲, 不如不知之爲愈也。 未之或知則猶有所冀, 知之而不懲, 則人皆玩法自恣無所懲艾, 紀綱陵夷, 國非其國, 而終至於不可爲也。 今昌原君 晟付處之命已下, 而旋以懿旨寢之, 臣等竊惑焉。 大妃旣還政, 一國政令當出於殿下, 非大妃所得預聞。 晟之罪惡, 議諸宗親, 議諸公卿, 議諸臺諫, 議諸左右, 議之非一人, 慮之非一日。 斟酌情法, 斷自宸衷, 成命已下, 而今復改之, 臣等恐政令之不一, 而一國臣民有以窺殿下之淺深也。 況當議罪之初, 豈不知晟爲世祖之遺體而大妃眷戀之情乎? 誠以晟之罪甚大, 不可以私恩貰也。 若以晟之放, 恐傷大妃之心, 則臣等尤惑焉。 臣等聞: "家有爭子, 親不陷於不義。" 殿下何不力陳: "君臣之分之不可紊, 朝廷之法之不可撓", 反復陳請乎? 大妃聖母, 必不肯以私親之故, 廢國家萬世之公法矣。 若以晟之罪不關宗社, 屈法伸恩, 以爲是合權宜, 則臣等尤惑焉。 殿下一身爲宗廟社稷之主, 今晟拒殿下之命, 欺殿下之聰, 無君之心已兆, 不可謂不關宗社也。 且法者祖宗之所授, 天下之公器, 不可以親貴而撓之也。 有所低昻, 民安所措其手足? 是故古之聖王能容臣子之執法。 然後其法信, 而朝廷有所倚矣。 昔桃應問於孟子曰: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瞍殺人, 則如之何?" 曰: "執之而已。" 舜以天子不能救其父者, 非爲皐陶也, 以皐陶所執者法也。 晟於殿下雖曰尊屬, 豈如舜之於瞽瞍哉? 舜爲父不能私天下之法, 而殿下敢爲晟私之乎? 瞽瞍殺人而已, 舜尙且如此, 況晟旣犯擅殺, 又拒王命欺天聰乎? 臣等無狀, 固不敢以皐陶自處, 敢不以大舜期望殿下乎? 伏望殿下勿循私恩, 斷以大義, 置晟于外, 以快公論, 以副輿情, 不勝幸甚。
不聽。
- 【태백산사고본】 14책 90권 7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6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친(宗親) / 사법-행형(行刑)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