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 경준 등이 창원군 이성의 국문을 요청함에 징계로 대신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사간(司諫) 경준(慶俊)이 아뢰기를,
"당초에 전교를 받고 인가(人家)를 수색할 때에 창원군(昌原君) 이성(李晟)이 거절하고 들이지 않았고, 사단(事端)이 드러난 뒤에 대궐(大闕)에 나와 변명하였고, 지금은 또 허물을 자인하고 옥에 나오지 않고 집에 편안히 앉아 있었으며, 의금부(義禁府)에서 또 가서 칼을 찾을 때에 성(晟)이 또 거절하였으니, 가두고 국문(鞫問)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어떠한가?"
하였다. 영사(領事) 정창손(鄭昌孫)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종사(宗社)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나 일이 대단히 중대하니, 마땅히 끝까지 국문하여 중하게 논죄(論罪)하여 후래를 징계해야 합니다."
하고, 동지사(同知事) 이승소(李承召)는 말하기를,
"성(晟)이 미치고 망령되어 징계할 줄 모르니, 청컨대 잡아 가두고 곤고(困苦)를 주어 스스로 반성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반드시 가두고 국문할 것은 없다."
하였다. 정창손이 말하기를,
"성이 마음대로 사람을 속이고 스스로 면하기를 꾀하여 거짓을 꾸며 아뢰었으니, 이것은 임금을 무시한 것입니다."
하고, 영사(領事) 김국광(金國光)은 말하기를,
"창원군은 본디 버릇이 미치고 어그러졌으니, 만일 징계하지 않았다가 뒤에 큰 죄를 범하면 장차 어떻게 처치하시겠습니까? 조금 징계하여 스스로 보전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하고, 창원군 성에게 의금부(義禁府) 문 밖에 나와 대죄할 것을 명하고, 중관(中官) 조진(曺疹)을 창원군의 집에 보내어 행흉(行凶)053) 한 칼을 가져오게 하였는데, 창원군이 말하기를,
"내가 죽인 것이 아닌데 무슨 행흉한 칼이 있는가?"
하였다. 또 의금부의 낭청(郞廳)을 보내어 창원군에게 묻기를,
"비록 행흉하지 않았더라도 집에 가지고 있는 칼을 반드시 가져오라."
하였으나, 창원군이 말하기를,
"나에게 칼이 없는데 어느 곳에서 얻느냐?"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88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5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註 053]행흉(行凶) : 범행.
○辛卯/御經筵。 講訖, 司諫慶俊啓曰: "當初承傳搜索人家, 昌原君 晟拒之不納, 及事端旣露, 乃詣闕(辨)〔辯〕 明, 今又不引咎就獄, 安坐於家, 禁府又往取劍, 晟又拒之, 請囚鞫。" 上謂左右曰: "何如?" 領事鄭昌孫對曰: "此非係干宗社, 然事甚重大, 宜窮鞫重論, 以懲其後。" 同知事李承召曰: "晟狂妄, 莫知懲艾, 請拘囚困苦, 使之自省。" 上曰: "不必囚鞫也。" 昌孫曰: "晟專擅殺人, 謀欲自免, 飾詐以啓, 是不有君上也。" 領事金國光曰: "昌原素習狂悖, 若不懲之, 後犯大罪, 將何以處之? 莫若小懲, 使自保全。" 上曰: "然。" 命昌原君 晟詣義禁府門外待罪, 遣中官曺疹于其第, 取行凶劍以來, 昌原曰: "我非殺之, 何有行凶之劍?" 又遣義禁府郞廳問于昌原曰: "雖不行凶, 家藏之(釰)〔劍〕 必取來。" 昌原曰: "我無(釰)〔劍〕 , 何處得之?"
- 【태백산사고본】 14책 88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51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