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청사 윤필상·부사 유지가 북경에서 돌아와 복명하다
주청사(奏請使) 윤필상(尹弼商), 부사(副使) 유지(柳輊)가 북경으로부터 돌아와 복명(復命)하였다.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묻기를,
"요동(遼東)의 소식이 지금은 어떠한가?"
하니, 윤필상이 대답하기를,
"신이 북경에 갈 때에 들으니, 삼위 달자(三衛達子)012) 가 요동에서 소요를 부리므로 지휘 대인(指揮大人)이 군사를 거느리고 더불어 싸우다가 패하여 죽은 자가 8천여 인이라 합니다."
하였다. 윤필상이 또 아뢰기를,
"신 등이 돌아올 때에 진자령(榛子嶺)에 이르러 초적(草賊)을 만나 겁략(劫掠)당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들으니, 적의 활 힘이 강하지 않다는데, 대적할 수 없었는가?"
하니, 윤필상이 말하기를,
"신 등의 반종(伴從)은 모두 나귀를 타느라 지쳤고 몸에 작은 무기도 지니지 않았는데, 졸지에 만난 도둑 10여 기(騎)는 모두 활과 칼을 가지고 겁박하였습니다. 신 등이 어찌할 수 없어 차고 있던 칼과 주머니를 끌러 주고 또 갖옷을 벗어 주었더니, 도둑이 받아서 털옷은 도로 주고 갔습니다. 저물어서 한 역(驛)에 당도하여, 한 관인이 절월(節鉞)을 갖추고 청사(廳司)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물어보니 형부 주사(刑部主事)였습니다. 신 등이 울면서 도둑을 만난 상황을 고하니, 대답하기를, ‘이것은 나의 소관이 아니고, 또 도둑의 무리는 조정에서도 제어하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신 등이 또 길가는 사람이 통곡하는 것을 보고 물으니, 말하기를, ‘길에서 도둑을 만나 내 의복을 다 빼앗기고 우리 일행 사람들이 적에게 죽었기 때문에 운다.’ 하였습니다. 대낮에 큰길 가운데에서 겁략(劫掠)을 자행하는 것이 이와 같아도 쫓아 잡는 자가 없으니, 조정의 법금(法禁)이 해이한 것 같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궁각(弓角)을 청하여 이번에 준허(准許)받았으니, 기쁘고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겠다."
하니, 윤필상이 말하기를,
"황제는 비록 수매(收買)를 허락하였으나, 중국 조정에서는 모두 그르게 여겼습니다. 지금 만일 수량 외에 지나치게 사다가 드러나면 반드시 다시 금할 것입니다. 청컨대 다시 사매(私買)를 금하는 것을 거듭 엄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중국 조정의 환관(宦官)의 권세가 어떠하던가?"
하니, 윤필상이 말하기를,
"신 등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마는, 들으니 왕직(汪直)이란 자가 있는데 가장 총애를 받아 황제가 미복(微服)을 입혀 백사(百司)의 잘못을 살피게 하므로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한다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하였다. 임금이 좌부승지(左副承旨) 손비장(孫比長)에게 이르기를,
"주청사(奏請使)가 도둑을 만난 일을 사유를 갖추어 주문(奏聞)하는 것이 어떠한가? 명일에 여러 정승(政丞)과 예조 판서(禮曹判書)를 불러 의논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88권 3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4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 / 인사-임면(任免)
- [註 012]삼위 달자(三衛達子) : 만주의 송화강(松花江) 중상류에 사는, 여진족과 몽고족의 혼혈족인 올량합(兀良哈)을 말함.
○甲戌/奏請使尹弼商、副使柳輊回自京師復命。 上引見, 問曰: "遼東在聲息, 今何如?" 弼商對曰: "臣赴京時聞三衛達子作耗遼東, 指揮大人領兵與戰, 而敗死者八千餘人。" 弼商又啓曰: "臣等回來時, 至榛子嶺遇草賊見劫。" 上曰: "聞賊弓力不强, 其不可敵乎?" 弼商曰: "臣等伴從皆騎驢困頓, 身不帶寸兵, 猝遇賊十餘騎, 皆持弓劎劫之。 臣等無如之何, 解所佩刀子、囊子, 又脫裘與之, 賊受之, 還給毛衣而去。 至暮抵一驛, 見一官人備節鉞坐廳事, 問之則刑部主事也。 臣等泣告遇賊之狀, 答曰: ‘此非我所管, 且賊黨朝廷亦不能制之。’ 臣等又見路人痛哭者, 問之則曰: ‘路遇賊盡掠我衣裝, 吾一行人爲賊所殺, 故哭之。’ 白晝大路中, 賊肆行劫掠如此, 而無追捕者, 朝廷法禁似解弛也。" 上曰: "請弓角, 今得蒙準, 不勝喜幸。" 弼商曰: "皇帝雖許收買, 而朝廷皆非之。 今若數外買濫而敗露, 則必復禁之矣。 請更申嚴私買之禁。" 上曰: "中朝宦官權勢何如?" 弼商曰: "臣等未得詳知, 但聞有汪直者最有寵, 皇帝使之微服, 伺察百司得失, 人皆畏之。" 上曰: "此非美事也。" 上謂左副承旨孫比長曰: "奏請使遇盜事, 具由奏聞何如? 明日召諸政丞及禮曹議之。"
- 【태백산사고본】 14책 88권 3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4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