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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85권, 성종 8년 10월 22일 병진 7번째기사 1477년 명 성화(成化) 13년

손비장이 기신재의 소두에 대해 고칠 것을 건의하다

좌부승지(左副承旨) 손비장(孫比長)이 아뢰기를,

"신이 기신재(忌辰齋)의 소두(疏頭)1010) 를 보니, ‘보살계제자조선국왕(朝鮮國王) 성(姓) 아무개[諱]’라고 일컬었으므로 신은 놀라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모든 제향(祭享)에는 반드시 정성과 공경을 다할 뿐인데, 전하께서 이미 불씨(佛氏)의 잘못됨을 알고서도 오히려 이렇게 하신다면, 어찌 정성된 마음과 곧은 도리이겠습니까? 청컨대 기신재(忌辰齋)를 정지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기신재(忌辰齋)를 행한 지가 이미 오래 되니 갑자기 고칠 수는 없다. 소두(疏頭)의 말은 과연 옳지 못하지만, 그러나 또한 조종(祖宗)께서 하시던 바이니, 이를 고치는 것이 옳겠는가?"

하였다. 손비장이 말하기를,

"비록 선왕(先王)께서 일찍이 하시던 바라도 정도(正道)에 해(害)가 있다면 고치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이제 삼왕(二帝三王)1011) 을 법도로 삼으시는데, 이 한 가지 일에서 이제 삼왕(二帝三王)의 도(道)가 아닌 것을 보게 되니, 능히 마음에 스스로 편안하지 못합니다. 옛날에 이르기를, ‘그대가 면전(面前)에서 따르고 물러가서 뒷말을 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마음에 그 잘못을 알고서도 바르게 아뢰지 않는다면 신에게 실로 죄가 있게 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소두(疏頭)의 말은, 그것을 정승(政丞)들에게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 정승들이 모두 보살계제자라는 말을 마땅히 없애버려야 한다고 하니, 임금이 명하여 금후로는 단지 조선국왕(朝鮮國王)이라고만 쓰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8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20면
  • 【분류】
    사상-유학(儒學)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

  • [註 1010]
    소두(疏頭) : 글의 첫머리.
  • [註 1011]
    이제 삼왕(二帝三王) : 요(堯)임금·순(舜)임금과 하(夏)의 우왕(禹王), 은(殷)의 탕왕(湯王), 주(周)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통틀어 일컫는 말. 문왕과 무왕은 부자(父子)이므로 하나로 침.

○左副承旨孫比長啓曰: "臣見忌辰齋疏頭稱: ‘菩薩戒弟子朝鮮國王姓諱。’ 臣不勝驚駭。 凡祭享必盡誠敬而已, 殿下旣知佛氏之非, 而猶爲之, 豈誠心與直道哉? 請停忌辰齋。" 上曰: "忌辰齋行之已久, 未可遽革。 疏頭之語, 則果不是矣, 然亦祖宗之所爲, 改之可乎?" 比長曰: "雖先王所嘗爲, 有害正道, 不可不改。 殿下以二帝三王爲準, 臣見有一事非二帝三王之道, 不能自安於心。 古云: ‘爾無面從退有後言。’ 心知其非, 而不以直啓, 臣實有罪。" 上曰: "疏頭之語, 其議諸政丞。" 政丞皆以 ‘菩薩戒弟子’ 當去之, 命今後只書 ‘朝鮮國王。’


  • 【태백산사고본】 13책 8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20면
  • 【분류】
    사상-유학(儒學)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