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릉·창릉 등에서 제사를 행하고 박석현에서 사냥하다
임금이 경릉(敬陵)에 가서 제사를 행하고, 또 창릉(昌陵)에 가서 제사를 행하기를 의례(儀禮)와 같이 하였다. 예조 판서(禮曹判書) 허종(許琮)이 아뢰기를,
"오늘 담복(淡服)을 입고 능(陵)에 배알(拜謁)하여 남은 슬픔이 가시지 않으셨으니 친히 사냥하실 것이 아닙니다. 비록 악한 짐승이 있으나, 사람을 상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았으니, 어찌 반드시 친히 사냥하셔야 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대간(臺諫)이 또한 일찍이 그 그른 것을 말하였으나, 내가 사냥을 위한 것이 아니다. 능침(陵寢)에 사나운 범이 있으니, 구제(驅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일에 정승(政丞)에게 두루 의논하니 정승의 뜻이 또한 내 뜻과 같았다. 후세에 만일 의논하는 자가 있으면 혹 경(卿)과 같은 자도 있을 것이고 혹 정승과 같은 자도 있을 것이니, 다시 생각하여 보라."
하였다. 허종이 다시 아뢰었으나 들어주지 않고, 드디어 융복(戎服)을 입고 친히 박석현(薄石峴)에서 사냥하여 노루와 토끼를 잡았다.
사신(史臣)이 논평하기를, "허종은 청검(淸儉)하고 관후(寬厚)하여 생산(生産)을 일삼지 않으며, 풍자(風姿)가 기위(奇偉)하고 지조(志操)가 충직(忠直)하며 기쁘고 노하는 것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으며, 지론(持論)이 공정(公正)하고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진달하여 바로잡고 구제한 것이 많았으니, 참으로 훌륭한 정승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8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9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과학-생물(生物) / 역사-사학(史學) / 인물(人物)
○丁卯/上詣敬陵行祭, 又詣昌陵行祭如儀。 禮曹判書許琮啓曰: "今日服淡拜陵, 餘哀未忘, 不宜親獵。 縱有惡(戰)〔獸〕 , 不至傷人, 何必親獵?" 傳曰: "卿言是也。 臺諫亦嘗言其非, 然我非爲獵也, 陵寢猛虎, 不可不驅除。 前日遍議政丞, 政丞之意亦如我意。 後世如有議者, 或有如卿者, 或有如政丞者, 其更思之。" 琮更啓, 不聽, 遂御戎服, 親獵于薄石峴, 獲獐兎。
【史臣曰: "琮淸儉寬厚, 不事生産, 風姿奇偉, 志操忠直, 喜怒不形, 持(誦)〔論〕 公正, 有懷必陳, 多所匡救, 眞良相也"】
- 【태백산사고본】 13책 8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9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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