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김영유 등이 종친의 간음을 엄히 다스릴 것을 차자로 올리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김영유(金永濡)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 등이 엎드려 듣건대, 종부시(宗簿寺)에서 부림군(富林君) 이식(李湜)이 안천군(安川君) 권팽(權彭)의 첩(妾)인 기생 금강아(錦江兒)를 간음한 죄를 계청(啓請)하니, 명하여 구사(丘史)만을 몰수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신 등이 헤아려 보건대, 세족(世族)이 위(位)에 있으면서 서로 처첩(妻妾)을 훔치는 것은 진실로 쇠세(衰世)의 일이며 음란한 풍습이니, 당당한 성조(聖朝)에 어찌 이런 일이 있어 마땅하겠습니까? 하물며 종친(宗親)은 부귀(富貴)한 가운데에 낳았으니, 진실로 예의로서 그 마음을 기르고, 염치로써 그 절의를 여행(礪行)함이 없으면, 방벽(放僻)하고 사치(奢侈)함이 어느 곳인들 이르지 않겠습니까? 이식(李湜)은 종실(宗室)의 지친(至親)이나, 권팽(權彭)도 옹주(翁主)의 아들이므로 척리(戚里)의 거실(巨室)인데, 금강아(錦江兒)가 비록 창기(倡妓)라고는 하나 권팽(權彭)이 사랑하는 첩이 되어 어린 자식까지 둔 것을 식(湜)이 어찌 알지 못하였겠습니까? 알고서도 꺼리지 않았으니, 음종(淫縱)하는 버릇이 이것을 계제로 번져갈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또 관대하게 용서하여 금지하지 않는다면, 백성의 풍속과 선비의 습속이 견문에 익숙하여 날로 음탕한 데로 나아가, 마지막에 생기는 폐단은 거의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또 이식(李湜)은 직위가 높은 종친(宗親)인데, 도보(徒步)로 상종(相從)하기에 이르렀으니, 형세가 반드시 예복(禮服)을 벗고 추종하는 자를 물리치고서 어두운 밤에 미행(微行)하였을 것입니다. 의외의 일이 있어 혹 협소한 자에게 해를 받거나, 도적이 엿보는 바가 되어 한 번 그 몸을 그르칠 것 같으면, 그 종실(宗室)에 누가 되는 것이 어찌 크지 않겠습니까?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어려서 바른 것을 기른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식(李湜)은 나이가 바야흐로 어리어 지기(志氣)가 정해지지 못하였으므로, 엄격하게 다스리면 뉘우쳐서 착한 쪽으로 향하고, 가볍게 용서하면 방자하여 악하게 될 것이니, 선악의 기미를 삼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금강아(錦江兒)는 처음에 권팽(權彭)과 간음하여 권팽으로 하여금 정처(正妻)를 소박하게 하였으며, 조롱(操弄)하고 고혹(蠱惑)하여 그 행실을 문란하게 하고 음탕함이 절도가 없게 하였으므로, 이미 처벌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권팽의 5촌 조카인 이식(李湜)과 사통(私通)하여, 족친(族親)임을 생각하지 않고 뻔뻔스레 서로 야합하여 행동이 금수와 같았으니, 징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자에 자운아(紫雲兒)가 먼저 강양군(江陽君) 이융(李瀜)의 첩(妾)이 되고 또 이융의 4촌 매부인 유철손(柳哲孫)과 서로 간통하였으므로 잔읍(殘邑)의 비복(婢僕)으로 정속(定屬)하였으니, 청컨대 금강아(錦江兒)를 자운아(紫雲兒)의 예에 의하여 시행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경 등의 말이 옳다. 음란한 풍속을 금하지 않으면 장차 상중(桑中)597) 에 이를 것이므로, 이식(李湜)이 비록 지친(至親)이지만 이미 그 죄를 다스렸고, 또 종부시(宗簿寺)의 청(請)을 따라 금강아(錦江兒)를 장형(杖刑)하였으니, 다시 무엇을 더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8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6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윤리-강상(綱常) / 신분-천인(賤人)
- [註 597]상중(桑中) : 음사(淫事).
○司憲府大司憲金永濡等上箚子曰:
臣等伏聞宗簿寺啓請富林君 湜淫於安川君 權彭妾妓錦江兒罪, 命收丘史。 臣等商量, 世族在位相竊妻妾, 此固衰世之事, 淫亂之風。 堂堂聖朝豈宜有此? 況宗親生於富貴之中, 苟無禮義以養其心, 廉恥以礪其節, 則放僻邪侈何所不至? 湜宗室至親, 彭亦翁主之子, 戚里巨室, 錦江兒雖云倡妓, 爲彭嬖妾, 至有兒息, 湜豈不知? 知而不忌, 淫縱之漸, 此其階也。 若又寬貰不加禁戢, 則民風士習狃於見聞, 日就淫蕩, 末流之弊, 殆不可言。 且湜職高宗親, 至於徒步相從, 勢必屛去禮服, 簡斥騶從, 昏夜微行。 如有意外之虞, 或爲狹小所害盜賊所窺, 一失其身, 其爲宗室之累, 豈不大哉? 《易》曰: "蒙以養正。" 湜年方幼少, 志氣未定, 嚴治則愧悔而向善, 輕宥則放肆而爲惡, 善惡之機, 不可不謹。 且錦江兒, 初與彭奸, 使彭疎薄正妻, 操弄蠱惑, 壞敗其行, 淫蕩無度, 已經斷罰。 今又與彭五寸姪湜私通, 不計族親, 靦面相奔, 行同禽獸, 不可不懲。 前者紫雲兒先爲江陽君 瀜妾, 又與瀜四寸妹夫柳哲孫相奸, 定屬殘邑之婢, 請以錦江兒依紫雲兒例施行。
傳曰: "卿等言是。 不禁淫風, 則將至於桑中, 故湜雖至親, 已治其罪, 又從宗簿寺請, 杖錦江兒, 更何加焉?"
- 【태백산사고본】 12책 8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62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윤리-강상(綱常)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