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친잠시 행하여야 할 절목을 아뢰다
예조에서 친잠(親蠶)할 때 마땅히 행하여야 할 절목(節目)을 아뢰기를,
"1. 《두씨통전(杜氏通典)》의 황후(皇后) 친잠의(親蠶儀)에, ‘출궁(出宮)하고 환궁(還宮)할 때와 단(壇)에 오르내릴 때에 모두 음악(音樂)을 연주한다.’ 하였는데, 《송사(宋史)》의 친잠의에는 음악을 연주함이 없으며, 본조(本朝)의 《오례의(五禮儀)》에는, ‘모든 왕비(王妃)의 수하의(受賀儀)376) 와 회명부의(會命婦儀)377) 에 있어서, 자리[座]에 오르고 내릴 때에 모두 음악을 연주한다.’ 하였습니다. 지금의 친잠도 또한 성례(盛禮)이니, 출궁하고 환궁할 때와 단에 오르내릴 때에 모두 음악을 연주함이 어떻겠습니까?
1. 고제(古制)에 황후의 친잠에는 모두 국의(鞠衣)378) 를 입었으니, 《예기(禮記)》의 월령(月令)에 ‘국의(菊衣)를 선제(先制)에게 드린다.’고 하고, 그 주(注)에 ‘옷의 빛깔이 국화(菊花)의 황색(黃色)과 같으며, 친상(親桑)의 의복(衣服)은 빛깔이 국진(菊塵)과 같은데, 뽕잎이 처음 돋는 빛깔을 상징한 것이고, 선대(先代)의 목덕지군(木德之君)이 이 옷을 신좌(神座)에 드리고 잠사(蠶事)를 빌었다.’ 하였으니, 생각건대 국의는 황색을 취한 것이 아니고, 황후의 옷이라 하여 오로지 뽕의 빛깔을 상징해서 베푼 것입니다. 또 《두씨통전》에 황후의 육복(六服) 가운데에서 국의가 네 번째에 있고 명부(命婦)의 의복 가운데에서 국의가 첫 번째에 있으니, 오직 황후의 의복만이 아닌 것이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왕비의 친잠 때에는 국의를 입고 수식(首飾)을 가(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뽕을 받는 그릇은 송나라 제도에는 상자[箱]라고 칭하고, 나머지는 모두 광주리[筐]라 칭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두 빛깔은 말하지 않았으니, 이제 옛날의 광주리의 체제(體制)에 따라 네모진 광주리[方筐]를 만들고, 빛깔은 국의(菊衣)의 뜻을 상징하여 황색을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쇠로 된 갈고리[金銅]의 제작(制作)은 지금 상고할 수 없으니, 요사이 사용하는 갈고리의 모양으로 만들되, 왕비께서 사용하는 갈고리[御鉤]는 놋쇠[豆錫]를 쓰고, 내명부(內命婦)와 외명부(外命婦)의 것은 정철(正鐵)을 써서 땜납을 올리고[鑞染], 나무 자루[木柄]는 길이를 1척(尺) 2촌(寸)으로 하되, 포백척(布帛尺)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의주(儀注) 안에, ‘왕비의 악차(幄次)를 단유(壇壝)의 동문(東門) 안의 길 북쪽에 남향(南向)으로 설치하고, 또 내명부의 자리[次]를 악차의 뒤에 남향으로 설치하며, 또 외명부의 자리를 악차의 남쪽에 설치하되, 담[壝] 밖의 길 서쪽에 동향(東向)으로 한다.’고 하였으나, 지금 단유 안의 지형(地形)이 좁아서 악차를 설치할 곳이 없으니, 동문 밖의 지형에 따라 설치하고, 악차 밖에 또 장유(帳唯)를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잠실(蠶室)의 모든 일은 별잠실(別蠶室)로 하여금 전장(專掌)하여 갖추어 베풀게 하고, 잠모(蠶母)도 또한 별잠실의 잠모로서 길(吉)한 자를 선택하여 충당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연을 메는 내관[擔輦內官]의 관복(冠服)은 흑의(黑衣)와 사모(紗帽)·품대(品帶)를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의장 봉지(儀仗奉持)379) 와 각 차비(差備)는 내시부(內侍府)로서 부족하니, 청컨대 모두 여기(女妓)로써 충당해 정하고, 부족하면 의녀(醫女)로써 충당해 임명하되, 임시로 여기의 의복을 입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 각위(各位)의 위패(位牌)는 통례원(通禮院)과 선공감(繕工監)으로 하여금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77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3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농업-양잠(養蠶) / 의생활-예복(禮服) / 신분-천인(賤人)
- [註 376]수하의(受賀儀) : 조하를 받는 의식.
- [註 377]
회명부의(會命婦儀) : 내·외 명부를 회례(會禮)하는 의식.- [註 378]
국의(鞠衣) : 옛날 왕후(王后)의 육복(六服)의 하나. 새 움이 돋는 뽕잎의 빛깔임. 국의(菊衣).- [註 379]
의장 봉지(儀仗奉持) : 의장을 받드는 사람.○禮曹啓親蠶應行節目:
一。 《杜氏通典》皇后親蠶儀: "出宮、還宮升降壇, 竝樂作。" 《宋史》親蠶儀, 無樂作, 本朝《五禮儀》: "凡王妃受賀ㆍ會命婦儀, 陞降座, 竝樂作。" 今親蠶亦是盛禮, 出宮、還宮陞降壇, 竝樂作何如? 一。 古制, 皇后親蠶, 皆服鞠衣, 《禮記》月令: "乃薦菊衣於先帝" 注: "衣色如菊花之黃也。 親桑之服, 色如菊塵, 象桑葉始生之色也, 先代木德之君, 薦此衣于神座, 以祈蠶事", 則意菊非取黃色爲皇后之服, 專象桑色而設。 且《杜氏通典》皇后六服, 菊衣居第四, 命婦之服, 菊衣居第一, 非獨皇后之服明矣。 今王妃親蠶時, 服菊衣加首飾何如? 一。 受桑器, 宋制稱箱, 餘皆稱筐, 竝不稱色。 今依古筐體制, 造方筐, 色則象菊衣之義, 用黃何如? 一。 金鉤制作, 今不可考, 以今時所用鉤形制造, 御鉤用豆錫, 內外命婦用正鐵鑞染, 木柄長一尺二寸, 用布帛尺何如? 一。 儀注內: "設王妃幄次於壇壝東門之內道北南向, 又設內命婦次於幄次之後南向, 又設外命婦次於幄次之南, 壝外道西東向。" 今壇壝內地形狹窄, 無設幄處, 於東門外隨地形設之, 幄外又設帳帷何如? 一。 蠶室諸事, 令別蠶室專掌辦設, 蠶母亦擇別蠶室蠶母之吉者充之何如? 一。 擔輦內官冠服, 用黑衣、紗帽ㆍ品帶, 何如? 一。 儀仗奉持、各差備, 內侍府不足, 請竝以女妓充定, 不足則以醫女充差, 權着女妓衣服何如? 一。 各位位牌, 令通禮院ㆍ繕工監造作用之, 何如?
從之。
- 【태백산사고본】 12책 77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34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농업-양잠(養蠶) / 의생활-예복(禮服) / 신분-천인(賤人)
- [註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