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들이 한명회의 추국과 이종생·최호·이의석을 벌할 것을 아뢰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윤계겸(尹繼謙) 등이 차자(箚子)를 올려 아뢰기를,
"신 등이 이제 의금부(義禁府)에서 이종생(李從生)을 추핵(推劾)한 문안(文案)을 보니, 다만 장 1백 대의 죄로 사유(赦宥) 이전의 일에 비겨서 결단하였고, 또 전하의 명에 따라 한명회(韓明澮)를 추국(推鞫)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종생은 한 방면을 맡은 대장으로 성상께서 변방을 나누어 맡기신 중임(重任)을 생각하지 않고, 미치지 못할세라 마음을 기울여서 권세 있는 집을 섬겨, 장삿배를 엄습하여 물건을 빼앗았고, 정귀함(鄭貴咸)은 무관(武科)에 급제하여 관원으로 임명된 사람인데도 다 가두어 순월(旬月)을 지체하여 두었습니다.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력에 붙어서 아첨한 것이 이와 같으니, 그 죄를 엄하게 다스려 먼 곳으로 귀양보내어서 뒷사람들을 경계 해야 마땅한데, 이제 사유 이전의 일이라 하여 놓아 준다면 형정(刑政)을 매우 잘못하는 것이거니와, 간사한 사람이 어찌 경계되겠습니까? 한명회는 훈공(勳功)을 믿고 기염(氣焰)을 펴서 이종생을 시켜 최호(崔灝)·이의석(李宜碩)을 순치(脣齒)131) 로 하여 남의 재물을 빼앗게 하였으니, 그 죄가 큰데, 그대로 두고 죄를 묻지 않는 것이 옳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한명회를 추국하여 그 죄를 바루고, 아울러 이종생·최호·이의석 등의 죄도 다스려서 뒷사람들을 징계하소서."
하였다. 명하여 의득(議得)132) 할 재상과 대간(臺諫)에게 보이고, 아울러 의금부에서 이종생을 조율(照律)한 계본(啓本)도 보여서 의논하게 하고, 이어서 전교하기를,
"절도사(節度使)의 인(印)을 써서 과오를 범한 것은 이종생의 죄이나, 사유(赦宥)는 백성에게 신의를 보이는 것인데, 이제 소급하여 논한다면 신의에 있어서 어떠하겠는가? 이 일은 또 상당(上黨)133) 이 아는 것이 아니었다."
하였다. 정창손(鄭昌孫)·조석문(曺錫文)·윤사흔(尹士昕)·김국광(金國光)·이극배(李克培)·이파(李坡)·홍도상(洪道常)·윤효손(尹孝孫)은 의논하여 아뢰기를,
"이종생 등은 이미 파직하였고, 또 대사(大赦)를 지났으니, 의금부(義禁府)의 계본(啓本)대로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임원준(任元濬)·이승소(李承召)·이예(李芮)는 의논하여 아뢰기를,
"죄를 범한 것이 매우 중하면 사유(赦宥)를 지났더라도 별례(別例)로써 논하여 처단하여서 징계를 보인 전례가 있으니, 이종생은 고신(告身)을 거두고서 부처(付處)하고, 최호(崔灝)·이의석(李宜碩)은 고신을 거두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대사간(大司諫) 최한정(崔漢禎)·사간(司諫) 윤민(尹慜)·헌납(獻納) 강거효(姜居孝)·정언(正言) 박처륜(朴處綸)·변철산(卞哲山)은 의논하여 아뢰기를,
"한명회는 훈구 대신(勳舊大臣)으로서 권세가 가장 강성하여,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뜻대로 하였는데, 이번에 또 변장(邊將)·수령(守令)을 강제하여 남의 재물을 빼앗게 하였고, 절도사(節度使) 이종생·홍주 목사(洪州牧使) 최호·판관(判官) 이의석은 뜻에 아부하고 순종하여 불법을 감행하여서 조관(朝官)을 가두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한명회가 있는 줄만 알고 국법이 있는 줄 모르는 것이니, 그 죄악으로 말하면 무엇이 이보다 크겠습니까? 사유 이전의 일이라 하여 아주 놓아 주고 다스리지 않는다면 권세 있는 신하가 무엇을 꺼리겠으며, 세력에 아부하는 무리가 무엇에 징계되겠습니까? 신 등은 한명회가 임금을 속이고 사리(私利)를 행한 죄와 이종생이 권세 있는 신하에게 아부한 죄를 법으로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어떠할까 합니다."
하고, 대사헌(大司憲) 윤계겸(尹繼謙) 등은 의논하여 아뢰기를,
"신 등의 뜻은 이미 차자(箚子)에 죄다 아뢰었으니, 다시 의논하여 아뢸 것이 없겠습니다. 신 등은 이종생 등이 범한 것이 사유 이전에 있었던 일이기는 하나, 근일 분대(分臺)134) 가 규찰(糾察)하여 검거(檢擧)한 수령(守令)·만호(萬戶)도 다 사유를 지났으나 모두 파출(罷黜)하였으니, 이제 이종생 등도 죄를 논하여 처단해서 뒷사람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의금부를 시켜 사유 이후에 소급하여 논한 전례를 상고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75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1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신분-천인(賤人)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131]순치(脣齒) : 입술과 이처럼 긴밀한 관계.
- [註 132]
의득(議得) : 의결(議決).- [註 133]
상당(上黨) :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韓明澮).- [註 134]
분대(分臺) : 지방 관리의 치적(治績)·근만(勤慢)·청탁(淸濁)과 백성들의 빈부 고락을 조사하고, 또 각 관청의 감독과 검열을 위하여 지방에 파견하는 사헌부의 감찰.○司憲府大司憲尹繼謙等上箚子曰:
臣等今考義禁府劾李從生文案, 只以杖一百, 赦前擬斷, 而又以殿下之命, 不鞫韓明澮。 今李從生以方面大將, 不念聖上分閫之重, 傾事權門, 如恐不及, 就襲商船, 收掠物貨, 鄭貴咸策名武科爲命官, 而亦皆囚繫, 動淹旬月。 其不畏邦憲而附勢行媚如此, 正宜深治其罪, 逬諸遠方, 以警後來, 今以赦前釋之, 則失刑甚矣, 奸人安所懲乎? 明澮恃其勳庸, 張其氣焰, 使從生、崔灝、李宜碩爲之唇齒, 掠人財貨, 其罪大矣, 乃置不問可乎? 伏望命鞫明澮, 以正其罪, 竝治從生、崔灝、李宜碩等罪, 以(徵)〔懲〕 後來。
命示議得宰相及臺諫, 竝示義禁府李從生照律啓本議之, 仍傳曰: "用節度使印爲不應爲之事, 從生之罪也, 然赦者示民信也, 今而追論則於信何? 此且非上黨所知也。" 昌孫、錫文、士昕、國光、克培、李坡、道常、孝孫議: "李從生等已曾罷職, 且經大赦, 依義禁府啓本何如?" 元濬、承召、李芮議: "罪犯深重, 則雖經赦宥, 別例論斷, 以示懲戒有例。 李從生收告身付處, 崔灝、李宜碩收告身何如?" 大司諫崔漢禎、司諫尹慜、獻納姜居孝、正言朴處綸、卞哲山議: "明澮以勳舊大臣, 權勢最盛, 凡有所欲, 莫不如意, 今又勒制邊將、守令, 據奪人財, 節度使李從生、洪州牧使崔灝、判官李宜碩阿意順志, 敢行不法, 至囚朝官。 是知有明澮, 而不知有邦憲, 其爲罪惡, 孰大於是? 若以赦前全釋不治, 則權臣何所忌憚, 阿勢之徒何所懲艾乎? 臣等謂明澮誣罔行私之罪, 從生阿附權臣之罪, 痛繩以法何如?" 大司憲尹繼謙等議: "臣等之意, 已盡於箚子, 不必更議。 臣等謂從生等所犯, 雖在赦前, 近日分臺糾擧守令、萬戶, 亦皆經赦, 而盡行罷黜, 今從生等亦宜論斷, 以懲後來。" 傳曰: "其令禁府考赦後追論之例以啓。"
- 【태백산사고본】 11책 75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1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윤리-사회기강(社會紀綱) / 신분-천인(賤人)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