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최한정 등이 간언·예악·행직 당상의 예우·불교 배척 등을 다시 아뢰다
대사간(大司諫) 최한정(崔漢禎) 등이 와서 아뢰기를,
"신 등은 반드시 작은 잘못을 꾸짖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근일 대신에게 중한 죄가 있더라도 전하께서 거의 너그럽게 용서하시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한명회(韓明澮)는 대비(大妃)께서 귀정(歸政)086) 하시던 날 지나친 말을 하였고, 어유소(魚有沼)는 성균관(成均館)에서 쫓겨난 시녀(侍女) 녹금(祿今)을 희롱하였으므로, 대간(臺諫)이 탄핵하였으나 모두 들어 주시지 않았으며, 김씨(金氏)는 홍윤성(洪允成)의 첩(妾)인데 마침내 후처(後妻)로 논정(論定)하셨으며, 황효원(黃孝源)은 임씨(林氏)·신씨(申氏)를 함께 거느렸는데 마침내 임씨의 아들을 적자(嫡子)로 삼으셨으며, 대신이 김주(金澍)의 뇌물을 받았으므로 대간이 탄핵하였는데 들어 주시지 않았으니, 신 등이 말한 것은 이것입니다.
악(樂)은 간사하고 더러운 것을 씻어버리기 위한 것으로 지금 여악(女樂)087) 은 음사(淫邪)한 것인데도 정전(正殿)에 들어가니, 어찌 씻어버리기 위한 것이겠습니까? 세종(世宗)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세조(世祖)께서 특별히 쓰셨으나, 이것은 한때의 일이었을 뿐입니다. 행직 당상(行職堂上)은 재주에 따라 서용한다고는 하나, 아문(衙門)이 없으면 추종(騶從)도 없습니다. 대저 벼슬살이를 오래 하던 사람은 일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행직(行職)을 제수(除授)하는 것은 경로(敬老)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를테면 김세민(金世敏)·황치신(黃致身)은 1품 재상(宰相)인데, 이제 행 사과(行司果)088) 가 되었으니, 경로하는 방법이 안됩니다. 신 등은 준직(准職)089) 을 제수하고 면직(免職)하여 보낼 때에 음식물을 내리면 경로하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을 공양하는 일로 말하면 비록 횡간(橫看)에 있다고는 하나, 신 등이 보건대는 조종(祖宗)의 제향(祭享)에도 줄일 만한 것은 줄이는데, 더구나 중을 공양하는 일이겠습니까? 이른바 삼원(三元)·팔절(八節)은 다 허황한 일이며, 또 공양하는 것은 다 백성의 고혈(膏血)이니, 신 등은 이것을 없애면 백성이 그 혜택을 입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재산을 경영하는 사람은 괜찮겠으나, 청렴한 관원이라면 죽은 뒤에 처자가 굶주림과 추위를 호소하는 사람이 있게 되므로, 선왕께서 수신전(守信田)·휼양전(恤養田)을 두셨으니, 곧 주(周)나라에서 세록(世祿)하던 뜻과 같습니다. 이제 인심이 다 옛 제도를 회복하기를 바라니, 신 등의 생각으로는 인심에 따르는 것이 어떠할까 합니다. 곡식으로 이(利)를 불리는 호한(豪悍)한 자가 혹 남의 마소를 빼앗고 남의 가재(家財)를 노략질하여 방자하기가 막심하니, 이러한 무리는 의금부(義禁府)를 시켜 잡아다가 추국(推鞫)하여 징계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경 등이 말한 한명회·홍윤성 등의 일 이외에는 다 작은 일이다. 여악(女樂)은 토착의 풍속으로, 경 등은 세조 한 때의 일이라 하는데, 세조께서만은 선왕이 아니신가? 다시 말하지 말라. 제수(除授)는 전조(銓曹)의 일인데, 경 등이 어찌하여 김세민·황치신에게 준직을 제수해야 한다고 하는가? 수신전·휼양전의 일은 승정원(承政院)을 시켜 상고하여서 아뢰게 하겠다. 호한한 자란 누구를 가리키며, 의금부를 시켜 추국하자는 것인가?"
하였다. 최한정 등이 대답하기를,
"김세민·황치신을 신 등이 준직을 제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히 전조(銓曹)의 일을 침범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 등은 다만 예우(禮遇)를 넉넉히 해서 보내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중을 먹이고 부처를 공양하는 것은 매우 황당 무계하므로, 신 등이 반드시 줄이기를 청하였습니다. 호한한 자가 지금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예전에 세조 때에는 윤사흔(尹士昕)의 종 난금(難金)이 방자하여 마지 않으므로 극형에 처하려 하였는데, 난금이 도망하였고, 홍윤성의 종[蒼頭]이 나계문(羅繼門)을 죽였는데, 나계문의 아내가 신소(申訴)하니 곧 죽이게 하였습니다. 신 등은 지금도 이런 자가 있으면 이와 같이 처치하여 방자한 짓을 못하게 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이미 알았다. 부처에게 공양하는 일은 차차 생각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75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1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윤리-강상(綱常) / 가족-가족(家族) / 예술-음악(音樂) / 인사-임면(任免) / 사상-불교(佛敎) / 사법-치안(治安) / 재정-국용(國用) / 농업-전제(田制) / 금융-식리(殖利)
- [註 086]귀정(歸政) : 청정(聽政)하다가 임금에게 정권을 돌려준 일을 말함.
- [註 087]
○大司諫崔漢禎等來啓曰: "臣等非欲必責小過。 近日大臣雖有重罪, 殿下類多寬貸。 有如韓明澮, 於大妃歸政之日有過言, 魚有沼於成均館調戲放出侍女祿今, 臺諫彈之, 俱不聽, 金氏乃洪允成妾, 而卒以後妻論定, 黃孝源竝畜林、申, 而卒以林之子爲嫡, 大臣受金澍賄賂, 臺諫彈之而不聽, 臣等所云者此也。 樂者, 所以盪滌其邪穢。 今女樂乃淫邪之物, 而入於正殿, 惡在其盪滌乎? 世宗朝未嘗如此, 而世祖特用之, 此一時事耳。 行職堂上, 雖云隨才用之, 無衙門則無騶從。 大抵久於仕宦者, 雖不能事事, 尙授行職, 所以敬老也。 然有如金世敏、黃致身, 一品宰相也, 今而爲行司果, 非所以敬老也。 臣等以爲授準職, 而罷遣時賜食物, 則乃所以敬老也。 供僧一事, 雖在橫看, 臣等伏覩祖宗祭享, 可減者減損, 況供僧乎? 所謂三元、八節, 皆虛誕事也, 而且所供皆是民膏也, 臣等以爲除此, 則民蒙其澤矣。 營産者, 則哿矣, 若廉介之士, 則死後妻子啼飢呼寒者有之, 故先王設守信、恤養田, 卽周世祿之意也。 今人心皆思復古, 臣等以爲順人心何如? 殖穀豪悍者, 或奪人牛馬, 掠人家財, 橫恣莫甚, 如此等輩, 令義禁府拿鞫以懲何如?" 傳曰: "卿等所言明澮ㆍ允成等事外, 皆細事也。 女樂乃土風也, 卿等以謂世祖一時事, 世祖獨非先王耶? 其勿復言。 除授, 銓曹事也, 卿等何以曰世敏、致身授準(我)〔職〕 歟? 守信、恤養者, 令政院考啓。 豪悍者指誰, 而令禁府鞫之乎?" 漢禎等對曰: "金世敏、黃致身, 臣等以爲可授準職者, 非敢侵銓曹之事。 臣等但欲優禮而遣之耳。 飯僧供佛, 無稽太甚, 臣等請須蠲減。 豪悍者, 今不知其誰, 昔在世祖朝, 尹士昕奴難金恣橫不已, 將欲置諸極刑, 難金亡命, 洪允成蒼頭殺羅繼門, 而繼門妻申訴, 卽令戮之。 臣等願今亦有如此者, 則如是處置, 使不得恣行而已。" 傳曰: "予已知之。 供佛事, 當徐思之。"
- 【태백산사고본】 11책 75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10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비빈(妃嬪) / 윤리-강상(綱常) / 가족-가족(家族) / 예술-음악(音樂) / 인사-임면(任免) / 사상-불교(佛敎) / 사법-치안(治安) / 재정-국용(國用) / 농업-전제(田制) / 금융-식리(殖利)
- [註 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