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전에 나아가 영의정 정창손 등의 전문을 받고, 교지를 내려 반사하다
임금이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니, 영의정 정창손 등이 전문을 올려 하례하였는데, 그 전문에 이르기를,
"성스러운 덕(德)을 몸에 지니고 있으니 이륜(彝倫)이 밝게 베풀어지고, 가인(家人)으로서 바른 위치에 있으니 복록(福祿)이 더욱 충만합니다. 무릇 보고 듣는 자들이 누군들 춤추고 노래하지 않겠습니까? 삼가 생각하건대 총명(聰明) 예지(睿智)하시고 강건(剛健) 수정(粹精)하시어, 대왕(大王)께서 나라를 다스리심을 본받아 풍화(風化)가 안으로부터 비롯되었고, 태사(太姒)와 같이 훌륭한 이를 얻어 배필로 삼으니 천명(天命)이 아름다왔습니다. 책례(冊禮)가 갖추어지니, 신민(臣民)이 경사를 함께 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다행히 좋은 세대를 만나 훌륭한 의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남(周南)의 호구(好逑)699) 의 노래를 부르며 지극히 아름다움을 칭송(稱頌)하고, 화봉인(華封人)의 다남(多男)하시라는 축하를 본받아 충성(忠誠)을 배(倍)나 다하겠습니다."
하였다. 마침내 교지를 내려 반사(頒赦)하였는데, 그 교지에 이르기를,
"대개 듣건대 《주역(周易)》에서 가인(家人)700) 의 바름을 찬술(贊述)하였으니 이는 천하(天下)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며, 《시경(詩經)》에서 후비(后妃)의 덕(德)을 노래하였으니 이남(二南)의 교화(敎化)를 일으켰도다. 전대(前代) 제왕(帝王)의 치적(治績)을 두루 보건대 대개 모두가 내후(內后)의 음(陰)으로 도운 공(功)이었다. 내가 대통(大統)을 이어 처음에 한씨(韓氏)를 비(妃)로 책봉(冊封)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슬픈 마음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생각건대 중궁[主壼]은 덕(德)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으므로, 적당한 사람을 얻기가 어려워서, 자리를 비워 둔 지가 오래 되었다. 이번에 대왕 대비의 의지(懿旨)를 받드니, 왕후의 자리는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고 내정(內政)은 주장하는 사람이 없을 수 없다고 하셨다. 내 생각으로는, 건곤(乾坤) 이기(二氣)의 교감(交感)으로 만물(萬物)이 화생(化生)하며 군후(君后)의 덕(德)이 같아야 모든 업적(業績)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나는 덕(德)이 없는데, 어찌 홀로 그것을 이룰 수 있겠는가? 돌아보건대 숙의(淑儀) 윤씨(尹氏)는 성품이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마음가짐도 깊고 고와서, 일찍이 내선(內選)에 뽑혀 오랫동안 궁중(宮中)에 거처하였다. 효성(孝誠)은 삼궁(三宮)을 움직이고, 공검(恭儉)은 일신(一身)에 현저하여 좌우(左右)에 있으면서 보필하게 되면 진실로 그 으뜸[首]으로서 마땅하다고 여겼다. 이에 성화(成化) 12년701) 8월 초9일에 옥책(玉冊)과 금보(金寶)를 내려 중궁의 자리로 정하고 이어서 대례(大禮)를 행하게 되었으니, 어찌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베풀지 않겠는가? 이달 초9일 새벽[昧爽] 이전에, 모반 대역(謀反大逆), 모반(謀叛), 자손으로서 조부모(祖父母)나 부모(父母)를 때리거나 욕한 것, 처첩(妻妾)으로서 지아비를 모살(謀殺)한 것, 노비(奴婢)로서 주인을 모살한 것,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 고독(蠱毒)702) ·염매(魘魅)703) , 다만 강간(强奸)·절도(竊盜) 및 도죄(徒罪)704) 를 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發覺)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정(結正)되었거나 결정되지 않았거나, 모두 용서한다. 감히 유지(宥旨) 이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발하여 말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주겠다. 아아! 경사가 궁궐[宮闈]에 이어져서 이미 나라의 근본에 명분(名分)이 바르게 되었으니, 뇌우(雷雨)와 같은 은혜를 베풀어 마땅히 백성[黎元]에게 복(福)이 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70권 6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7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사법-행형(行刑)
- [註 699]주남(周南)의 호구(好逑) : 주남(周南)은 《시경(詩經)》의 편명(篇名), 호구(好逑)는 "요조 숙녀(窈窕淑女)는 군자(君子)의 좋은 짝[好逑]이네." 라고 한 시(詩)의 내용을 줄인 말로, 문왕(文王)의 비(妃) 태사(太姒)의 덕(德)을 칭송한 시임.
- [註 700]
가인(家人) : 가인괘(家人卦), 즉 집안을 다스리는 도(道).- [註 701]
성화(成化) 12년 : 1476 성종 7년.- [註 702]
고독(蠱毒) : 뱀·지네·두꺼비 따위의 독(毒)이 든 음식을 먹여서 죽게 하는 것.- [註 703]
염매(魘魅) : 주문(呪文)이나 주술(呪術)로 남을 저주하여 죽게 만드는 일.- [註 704]
도죄(徒罪) : 도형(徒刑)에 해당하는 죄.○上御仁政殿。 領議政鄭昌孫等上箋賀, 其箋曰:
聖德在躬, 式昭彝倫之敍, 家人正位, 益衍福履之將。 凡屬瞻聆, 疇非蹈辭? 恭惟聰明睿智, 剛健粹精, 體大王之御邦, 風化自內, 得太姒而立配, 天命用休。 冊禮肇稱, 臣民同慶。 伏念幸際熙運, 獲覩縟儀。 歌《周南》好逑之辭, 載頌盛美, 効華封多男之祝, 倍殫忠誠。
遂下敎頒赦, 其敎曰:
蓋聞《易》贊家人之正, 所以爲天下之本, 《詩》歌后妃之德, 於以興二南之化。 歷觀前代帝王之治, 率皆內后陰助之功。 予承大統, 首冊韓氏爲妃, 不幸早世, 何以爲懷? 念惟主壼, 非德奚堪, 故難其人, 虛位以待久矣。 玆者仰承大王大妃懿旨, 后位不可久曠, 內政不可無主。 予惟乾坤交泰, 萬物化醇, 君后同德, 庶績其凝。 況予否德, 其何獨成? 眷玆淑(議)〔儀〕 尹氏, 稟性柔嘉, 宅心淵懿, 早膺內選, 久處宮中。 孝誠動于三宮, 恭儉著于一身, 相在左右, 允宜稱首。 乃於成化十二年八月初九日, 賜玉冊金寶, 正位中宮, 屬講大禮, 盍行寬典? 自今月初九日昧(夾)〔爽〕 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歐罵祖父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謀故殺人、蠱毒魘魅、但犯奸盜及徒罪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於戲! 慶衍宮闈, 旣正名於國本, 恩頒雷雨, 宜均福於黎元。
- 【태백산사고본】 11책 70권 6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71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사법-행형(行刑)
- [註 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