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에서 황효원 부자의 논죄, 김수온의 처벌건, 홍윤성의 처·첩 분변을 논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대사헌(大司憲) 윤계겸(尹繼謙)이 아뢰기를,
"황효원(黃孝源) 부자(父子)의 죄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청컨대 황준경은 율(律)에 의거하여 벌을 내리도록 하고, 황효원은 고신(告身)을 거두든지 아니면 파직(罷職)하소서."
하고, 헌납(獻納) 이인충(李仁忠)이 아뢰기를,
"황효원의 죄는 그의 아들보다 더하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좌우에게 하문하였다. 영사(領事) 김질(金礩)이 대답하기를,
"신이 젊을 때부터 보건대 사람들이 모두 대성(臺省)을 두려워하고 공경하여 감히 업신여기고 범하지 못하였습니다. 황준경이 그러한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 오히려 이와 같이 한 것은 아비의 공을 믿었기 때문이며, 황효원은 대신(大臣)으로서 대성을 능멸한 것이 이와 같으니, 황효원의 부자가 잘못한 것입니다. 그전에 김종서(金宗瑞)가 예조 판서(禮曹判書)가 되었을 때 사헌부(司憲府)의 탄핵(彈劾)을 받아 대간(臺諫)의 공함(公緘)에 회답하면서 사지(辭旨)가 자못 공손하지 않았다 하여 지금까지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황효원의 부자도 매우 지나침이 있으니, 대간의 주청이 옳습니다."
하였다.
윤계겸(尹繼謙)이 또 아뢰기를,
"김수온(金守溫)은 탐심(貪心)이 송희헌(宋希獻)과 다름이 없는데다가 또 엄효량(嚴孝良)의 전지(田地)를 강탈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각됨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엄효량을 달래어 거짓을 꾸며 공초(供招)하게 하였으니, 그 정상(情狀)이 더욱 간휼(奸譎)592) 스럽습니다. 청컨대 벌을 가하소서."
하였는데, 김질이 말하기를,
"김수온이 전지(田地) 구하기를 좋아하여, 한전(閒田)이 있다고 하면 틀림없이 몰래 가서 그것을 본 뒤에야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취득한 것은 없었습니다. 비록 송희헌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송희헌은 감독하는 자로서 도둑질을 하였으니 그와 같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윤계겸 등이 재차 처벌을 가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남의 전지를 강탈하는 것을 옳게 여겨서 그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수온은 훈구 대신(勳舊大臣)이고, 또 사유(赦宥)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니, 윤계겸이 말하기를,
"송희헌은 사유를 겪었어도 오히려 그를 죽였는데, 지금 김수온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이인충이 또 아뢰기를,
"홍윤성이 김씨에게 장가든 것은 예의에 맞지 않았는데도 대신들의 의논은 아비의 명령을 중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홍윤성이 복(服)을 입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나 복을 마치고 서울로 되돌아올 때에 다 남씨와 동행하였으니, 그가 김씨에게 장가든 것은 아비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적첩(嫡妾)의 분변은 관계되는 것이 너무나 중대하니, 청컨대 개정(改正)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6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6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농업-전제(田制) / 가족-가족(家族) / 풍속-예속(禮俗)
- [註 592]간휼(奸譎) : 간사하고 음흉함.
○辛酉/御經筵。 講訖, 大司憲尹繼謙啓曰: "黃孝源父子之罪, 不可宥也。 請俊卿依律抵罪, 孝源收告身, 否則罷職。" 獻納李仁忠啓曰: "孝源之罪, 浮於其子, 不可宥也。" 上問左右。 領事金礩對曰: "臣自少見, 人皆畏敬臺省, 不敢陵犯。 俊卿非不知之, 猶且如此者, 挾父之功也, 孝源大臣, 而陵蔑臺省如此, 孝源父子非矣。 昔金宗瑞爲禮曹判書時, 被司憲府之劾, 答臺緘辭頗不恭, 至今以爲口實。 孝源父子殆有甚焉, 臺諫之請是也。" 繼謙又啓曰: "金守溫貪心, 無異於宋希獻, 而又奪嚴孝良田。 及事發, 反誘孝良, 飾詐供招, 其情尤爲奸譎。 請須加罪。" 礩曰: "守溫好求田, 聞有閒田, 則必潛往見之後乃已。 然卒無所得。 雖曰與希獻無異, 希獻監臨自盜者, 不可謂之同也。" 繼謙等再請加罪, 上曰: "予非以奪人田爲是而不之罪也。 以守溫勳舊, 且經赦宥故也。" 繼謙曰: "希獻經赦, 猶殺之, 今不罪守溫何也?" 不聽。 仁忠又啓曰: "洪允成之娶金氏不合禮, 而大臣議以爲父命爲重。 然允成服喪歸鄕, 服闋還京也, 皆與南氏偕行, 其娶金氏, 非出於父命明矣。 嫡妾之分, 所關至大, 請須改正。" 不聽。
- 【태백산사고본】 10책 6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6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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