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청주의 효자 경연을 인견하고 이조에 서용을 명하다
충청도(忠淸道) 청주(淸州) 사람인 효자(孝子) 경연(慶延)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오니, 임금이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가 인견(引見)하고 말하기를,
"네가 벼슬을 구(求)하는 뜻이 없다 하는데, 무엇 때문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은 성현(聖賢)의 훈계(訓戒)를 믿는데,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구하는 것이 있지만,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구하는 것이 없다고 들었으므로, 스스로 나서기가 어려웠을 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같은 효성(孝誠)은 옛사람에게서 찾으려 해도 쉽사리 얻을 수가 없다. 옛 말에 이르기를, ‘두 마리의 잉어가 얼음에서 뛰어나왔다.’고 하였는데, 지금 너에게 그와 같은 일이 있었으니, 천도(天道)가 변하지 아니하는 것을 증험(證驗)할 수가 있었다. 내가 그것을 매우 가상(嘉尙)하게 여긴다."
하고, 곧 도승지(都承旨) 현석규(玄碩圭)에게 이르기를,
"경연(慶延)이 일찍이 벼슬한 적이 있는가?"
하니, 현석규가 대답하기를,
"본래 문달(聞達)523) 을 구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 계사년524) 에 효성이 알려져 특별히 남부 참봉(南部參奉)에 제수되었으나, 어미의 상(喪)을 당하여 나아가지 아니하였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충(忠)과 효(孝)는 둘을 갖추기가 실로 어려운 법이다. 이제 내가 너를 쓴다면, 너는 장차 어떻게 하겠는가?"
하니, 경연이 말하기를,
"만약 쓰인다면 죽음으로써 기약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책은 얼마나 읽었는가?"
하니, 현석규가 아뢰기를,
"이 사람은 경오년525) 에 생원시(生員試)에 급제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신이 물어 보니, 스스로 사서 오경(四書五經)을 읽었다고 말하였습니다."
하였는데, 경연이 말하기를,
"신은 사서(四書)와 《시경(詩經)》·《서경(書經)》·《주역(周易)》·《예기(禮記)》를 읽었습니다. 그래서 요순(堯舜)의 군민(君民)이 되는 것으로 마음먹지 아니하면 인신(人臣)이 아니고, 순(舜)임금과 증자(曾子)가 어버이를 봉양(奉養)하는 것을 본받아 어버이를 봉양하지 아니하면 자식이 아니라고 스스로 여겼는데, 비록 신이 뜻은 있었지만, 그것을 어찌 시행할 수 있었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버이를 위하여 물고기를 구하였으니, 너의 효심(孝心)이 실로 지극하다. 그러나, 물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옷을 벗고 들어갔다가 빠져서 나오지 못한다면 어버이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너는 끝내 효도를 다하지 못하였을 것이 아닌가?"
하니, 경연이 대답하기를,
"신의 아비는 병이 나서 들어누운 지 1년 남짓 되었는데, 죽[飦粥]조차 거의 먹지 못하니, 지쳐서 여윈 나머지 뼈가 드러나게 되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에 하늘에서 비가 내려 물이 앞 개울에 넘쳐 흐르는데, 신의 아비가 갑자기 말하기를, ‘생선회[魚膾]를 맛보고 싶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서 물이 얼어 붙었으니 그것을 어떻게 구하겠느냐?’ 하였는데, 그때가 정월 6일이었습니다. 신은 곧 이웃에 사는 어부와 함께 그물을 들고 개울에 나가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갔는데, 물이 깊은데다가 물살이 세어서 그물을 칠 수가 없었습니다. 어부가 신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의 어버이를 위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물고기를 구할 때가 아니니, 그만두는 것만 같지 못하겠다.’ 하므로, 신이 대답하기를, ‘아닐세 이 무슨 말인가? 병든 아버지가 거의 죽게 되어 물고기를 맛보고 싶어 하니, 나는 마땅히 힘을 다할 뿐인데, 이 무슨 말인가? 하고, 다시 완류(緩流)에 그물을 설치하였으나, 하루 낮 하룻밤이 지나도 끝내 소득(所得)이 없었습니다. 신이 해를 쳐다보고 목놓아 울면서 말하기를, ‘옛사람은 능히 얼음을 깨뜨리고 뛰어나오는 물고기를 얻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 나는 실로 행실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구나!’ 하였는데, 잠시 후에 까만 물고기가 걸렸으므로, 너무 기뻐서 잡아 살펴보니, 산 것 같지가 아니하여 신은 다시 슬픔이 북받쳐 울면서, ‘본래 산 물고기를 잡아 아비에게 드리려고 하였던 것인데, 지금 이 죽은 물고기를 얻었구나!’ 하자, 갑자기 물고기가 가느다랗게 숨을 쉬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마리의 큰 붕어가 걸렸으므로, 신이 또 잡아서 살펴보니, 죽은 것 같은 데도 또한 까만 물고기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비늘이 많이 상했으므로, 신은 금새 죽을 것이 두려워 옷으로 싸가지고 돌아와서 동이에 넣고 손으로 어루만지니, 물고기는 곧 헤엄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곧 까만 물고기로 회를 만들어 드렸더니, 아비가 먹고 말하기를, ‘내가 언제나 먹던 것들은 그 맛을 알지 못하였는데, 지금 이것으로 그 맛을 알게 되었다.’ 하였습니다."
하고, 이어서 아뢰기를,
"그물을 설치한 지 오래 되었으므로, 물고기가 우연히 이른 것뿐인데, 이것이 무슨 성감(誠感)이라 하겠습니까? 뜻하지 않게 헛된 예성(譽聲)이 성상(聖上)께 들리어 번거롭게 부르기까지 하였으니, 황구(惶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였다. 경연의 말이 해를 쳐다보고 목놓아 울던 일에 이르러 울음을 참느라고 스스로 말을 잇지 못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착한 사람이다. 지극한 정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와 같을 수가 있었겠는가."
하고, 인하여 이조(吏曹)에 명하여 서용(敍用)하도록 하였다. 현석규가 이르기를,
"멀리서 와서 여관에 묵고 있었으니, 반드시 양식이 없을 것입니다. 그에게 쌀과 고기를 내려 주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6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5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인사-임면(任免) / 윤리-강상(綱常) / 과학-생물(生物)
- [註 523]
○忠淸道 淸州人孝子慶延承召而來, 上御宣政殿, 引見曰: "爾無求仕之志, 何也?" 對曰: "臣信聖賢之訓, 聞上有求於下, 下無求於上, 自進爲難耳。" 上曰: "爾之誠孝, 求之古人, 亦不易得。 古云: ‘雙鯉躍出’, 今於爾身有之, 可驗天道不爽。 予甚嘉焉。" 仍謂都承旨玄碩圭曰: "延嘗仕者乎?" 碩圭對曰: "本不求聞達者也, 歲癸巳, 以孝聞, 特除南部參奉, 丁母憂未就。" 上曰: "忠孝兩全實難。 予今用爾, 爾將何以哉?" 延曰: "如用之, 則以死爲期。" 上曰: "所讀幾書?" 碩圭啓曰: "此人中庚午年生員, 今朝臣問之, 自言讀《四書》 《五經》。" 延曰: "臣讀《四書》及《詩》、《書》、《易》、《禮》, 自謂不以堯ㆍ舜君民爲心, 則非人臣; 不以大舜、曾子所以養親者養親, 則非人子, 臣雖有志於斯, 其能行之乎?" 上曰: "爲親求魚, 爾之孝心誠至。 然漁于水, 脫致漂溺, 於親心何如? 爾且不得終孝矣。" 延對曰: "臣父寢疾歲餘, 飦粥尙不入口, 羸瘦骨立。 一夕天雨, 水漲前溪, 父忽語臣曰: ‘欲嘗魚膾。 然天寒水冱, 其可得乎?’ 時正月初六日也。 臣卽與隣之漁者謀, 擧網臨溪, 解衣入水, 水深湍急, 網不得施。 漁者謂臣曰: ‘予不能遏汝爲親之誠, 此非求魚之時, 不如已也。’ 臣答曰: "惡是何言耶? 病父垂死而欲嘗之, 我當竭力而已, 是何言耶?’ 更於緩流設網, 一晝一夜, 竟無所得。 臣向日號泣曰: ‘昔人有能扣氷魚躍者, 余則不然, 余實匪人。’ 俄而有黑鱗罹之, 臣感悅取而觀之, 似非生者, 臣復爲之垂涕以悲: ‘本欲得生魚而進之父也, 今乃得此死魚。’ 魚便張口呴沫。 又一大鮒罹之, 臣又取視, 若死而動, 亦如黑鱗。 然鱗甲多傷, 臣懼遄死, 以衣捧持而歸, 投之盆手, 以手撫之, 魚乃游泳。 卽以黑鱗魚爲膾而進之, 父食之, 旣曰: ‘予常所食, 皆不知味, 今於此乃得知味矣。’" 仍啓曰: "臣設網之久, 魚偶至耳, 是何誠之感也? 不意虛譽上聞, 至煩徵召, 惶懼無措。" 延語至向日號泣事, 飮泣不能自言, 上曰: "善人也。 非至誠何能如是?" 因命吏曹敍用。 謂碩圭曰: "遠來旅寓, 必無糧餉。 其賜米肉。"
- 【태백산사고본】 10책 6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5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인사-임면(任免) / 윤리-강상(綱常) / 과학-생물(生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