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강에서 동부승지 홍귀달이 사정전의 철망 설치 중지를 청하다
석강에 나아가니, 동부승지(同副承旨) 홍귀달(洪貴達)이 아뢰기를,
"경복궁(景福宮)의 사정전(思政殿)에 철망(鐵網)을 갖추는 일은 지금 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 결조(結造)하는 공역(功役)은 쉽지가 않으니, 예전대로 수리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 뜻도 역시 이와 같다. 다만 처음엔 단청(丹靑)이 제비와 참새[燕雀]에게 더럽혀지기 때문이었는데, 한 사람도 그 그른 것을 말하는 자가 없었다."
하였다. 홍귀달이 아뢰기를,
"철망(鐵網)은 공역(功役)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이 지나친 듯합니다. 조장(雕墻)359) 은 옛날에 경계하던 바이었는데, 하물며 철망을 쓰는 것이겠습니까? 성조(聖朝)에 있어서도 이와 같다면 후세(後世)에는 반드시 보기를 보통의 일로 여길 것이니, 그 말류(末流)의 폐단(弊端)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청컨대 모름지기 이를 정지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卿)의 말이 참으로 옳다. 그러나 이미 이를 만들었는데, 지금 폐한다면 이것은 이미 이뤄놓은 공(功)을 헛되게 버리는 것이요, 또 한번 수리한 뒤에 때때로 다시 수리하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6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3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
- [註 359]조장(雕墻) : 화초담.
○御夕講。 同副承旨洪貴達啓曰: "景福宮 思政殿鐵網之具, 今已畢備。 然其結造之功不易, 仍舊修之何如?" 上曰: "予意亦如此。 但初以丹靑爲燕雀所汚也, 且無一人言其非者耳。" 貴達曰: "鐵網非徒功役之難, 似涉奢麗。 雕墻, 古所戒也, 況用鐵網乎? 在聖朝如是, 則後世必視以爲常, 其流之弊, 安有紀極? 請須停之。" 上曰: "卿言正是。 然業已爲之, 今若廢之, 則是虛棄已成之功也。 且一修之後, 不可時時更修。"
- 【태백산사고본】 10책 66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3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