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간왕의 부묘(祔廟)를 명하고 그 절차를 의논케 하다
임금이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가 도승지(都承旨) 유지(柳輊)·우부승지(右副承旨) 임사홍(任士洪)에게 이르기를,
"회간 대왕(懷簡大王)의 부묘(祔廟)를 원상(院相)이 모두 옳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반복(反覆)하여 생각하건대, 진실로 정의(情義)에 합당하므로 이미 대비(大妃)에게 아뢰어 윤허를 얻었다. 원상(院相)의 의논에 불가(不可)하다고 하는 것은 백고(伯考)라고 일컫고서 부묘(祔廟)함이 미안(未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별묘(別廟)에서 백고(伯考)라 일컬었은즉, 어찌 종묘(宗廟)에서만 백고라고 칭하는 것이 옳지 못하겠는가? 이것이 그 하나이다. 예(禮)에 ‘대부(大夫)는 제후(諸侯)에 부제(祔祭)할 수 없다.’는 글이 있으나, 회간 대왕(懷簡大王)은 이미 세자(世子)가 되었고 또 천자의 명(命)을 받아 왕으로 봉(封)하였은즉, 대군(大君)의 집[第]에 입묘(立廟)하여서 대군으로 하여금 봉사(奉杞)하는 것은 마땅하지 못하니, 이것이 그 하나이다. 의논하는 자는 비록 부묘(祔廟)한다 하더라도 예종(睿宗)의 위에 올리는 것은 불가하다고 하나, 내 생각에는 회간왕이 세자가 되었을 때 예종은 대군이 되었으니, 비록 군신(君臣)이라고 이를 수는 없더라도, 그러나 명위(名位)가 이미 정해졌다. 불행히 세상을 일찍 떠나 대통(大統)을 계승하지 못했을 뿐이니, 비록 예종의 위에 부제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해롭겠는가? 희공(僖公)을 민공(閔公)에게 승부(陞祔)한 비교가 아니니, 이것이 그 하나이다. 비록 남의 후사(後嗣)가 된 자는 사친(私親)을 돌아보지 못한다고 말하나, 내가 예종의 뒤를 계승하여, 이미 예종을 황고(皇考)로 하였으니, 명분이 진실로 바르게 되었다. 비록 회간 대왕(懷簡大王)을 백고(伯考)라 칭한다 하더라도 또한 무엇이 해롭겠는가? 이 뜻으로 원상(院相)에게 말하여, 부묘(祔廟)하는 모든 일을 속히 의논하여 판비(辦備)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59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9책 271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국왕(國王)
○上御宣政殿, 謂都承旨柳輊、右副承旨任士洪(啓)〔曰〕 : "懷簡大王祔廟, 院相皆謂不可。 然予反覆思之, 實合情義, 已啓於大妃蒙允。 院相之議以爲不可者, 以稱伯考而祔廟爲未安耳。 然旣稱伯考於別廟, 則何獨於宗廟不可稱伯考乎? 此其一也。 《禮》有 ‘大夫不得(祖)〔祔〕 諸侯’ 之文, 懷簡大王旣爲世子, 而又受天子之命而封王, 則不宜立廟於大君之第, 而使大君奉祀, 此其一也。 議者以爲, 雖祔廟, 不可躋睿宗之上, 予謂懷簡王爲世子時, 睿宗爲大君, 雖不可謂之君臣, 然名位已定。 不幸早世, 不得承大統耳, 雖祔睿宗之上何害焉? 非躋僖於閔之比, 此其一也。 雖曰: ‘爲人後者, 不顧私親’, 予承睿宗之後, 旣以睿宗爲皇考, 名固正矣。 雖稱懷簡大王爲伯考亦何妨? 其以此意語院相, 祔廟諸事, 其速議辦。"
- 【태백산사고본】 9책 59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9책 27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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