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에서 사치와 참람함을 금하는 규정을 바치다
승정원(承政院)에서 사치와 참람함을 금하는 규정을 초(草)해 올리니, 전지(傳旨)하기를,
"우리 나라는 토지가 척박하고 백성은 가난한데도 젖어 온 풍속이 사치하고 참람하여 금제(禁制)의 조건(條件)이 이미 《대전(大典)》에 갖추어져 있고, 또 여러번 검소(儉素)해야 한다는 교지(敎旨)를 내렸는데도 오히려 소박(素朴)하고 순후(淳厚)한 데로 돌아가지 않고서 다른 지방의 물건을 다투어 숭상하여, 북경(北京)에 간 사람이 채단(綵段)과 기물(器物)을 함부로 사서 짐바리에 실어 운반해 오니, 역로(驛路)가 피폐해졌다. 초피(貂皮)와 서피(鼠皮)의 경우는 비록 토산물(土産物)이라 하지마는, 유독 양계(兩界)625) 에서만 생산되는데, 지금 상고(商賈)들이 한 곳으로 모여서 이익을 도모하고, 수령(守令)과 진장(鎭將)들도 또한 백성에게서 취(取)하며, 심한 경우는 저 사람들과 더불어 서로 물건을 팔고 사기까지 하니, 이로 말미암아 양계(兩界)가 시끄럽다. 그래서 내가 매우 염려하니 다시 조령(條令)을 정해서 부박(浮薄)한 경쟁을 근절(根絶)시켜 실제로 백성의 폐해를 제거하도록 한다."
하고, 그 조령에는,
"1. 사라 능단(紗羅綾段)은 시중(市中)에서 매매(買賣)하는 것을 일체 금지시킨다. 중국(中國)과 이웃 나라의 대소(大小) 사신(使臣)을 접견(接見)할 때나 본조(本朝)의 연향(宴享) 이외에는 비록 당상관(堂上官)일지라도 금하고, 당상관의 아내 이외의 여복(女服)에도 금한다. 비록 창기(倡妓)일지라도 어전(御前)에서 정재(呈才)할 때 이외에는 또한 금하고, 이속(吏屬)과 서인(庶人)과 복례(僕隷)의 낭자(囊子)·망건(網巾)의 장식과 자질구레한 물건도 역시 금하다.
1. 북경(北京)에 가는 행차(行次)에 만약 정한 수량 이외의 물화(物貨)를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도 검찰(檢察)하는 관원이 능히 검거(檢擧)하지 못하면 파출(罷黜)시키고 서용(敍用)하지 않는다.
1. 초피(貂皮)와 서피(鼠皮)는 당상관(堂上官) 이외의 조사(朝士)의 의복(衣服)과 이엄(耳掩)에는 일체 금하고, 당상관의 아내 이외의 의관(衣冠)에도 또한 금한다.
1. 상항(上項)의 사라 능단(紗羅綾段)·초피(貂皮)·서피(鼠皮) 등의 물건을 양계(兩界)에서 교역(交易)하는 사람은 장형(杖刑) 1백 대를 집행하고 변방의 먼 곳에 충군(充軍)하며, 있는 곳의 수령(守令)도 또한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로 논죄(論罪)하여 파직(罷職)시키고 서용(敍用)하지 않는다.
1. 사처(私處)의 금기(金器)와 은기(銀器)는 일체 모두 금단(禁斷)하고, 만약 연음(宴飮)할 때에 사용하게 되면, 빈객(賓客)과 주인(主人)을 모두 중죄(重罪)로 논정(論定)한다."
하였는데, 이를 명하여 원상(院相)에게 보이게 하니, 정인지(鄭麟趾)·정창손(鄭昌孫)·한명회(韓明澮)·김국광(金國光)이 의논을 드리기를,
"세종조(世宗朝)에는 비록 당상관(堂上官)일지라도 사라 능단(紗羅綾段)을 입은 사람이 매우 적었는데, 근래에는 사라와 능단의 의복이 매우 많으니 진실로 적당하지 못한 일입니다. 마땅히 금단(禁斷)해야 할 것이지마는, 그러나 당상관은 이미 착용(着用)하도록 허락했으니, 사신(使臣) 접견(接見)과 본조(本朝)의 연향(宴享) 이외에는 착용(着用)하지 못하게 한 것과 시중(市中)에서 매매(買賣)하는 것까지 금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듯합니다. 북경(北京) 가는 행차(行次)에 검찰(檢察)하는 관원이 능히 검거(檢擧)하지 못한 것과 양계(兩界)에서 교역(交易)한 사람은 진실로 마땅히 중죄(重罪)로 논정(論定)해야 할 것이지마는, 그러나 서용(敍用)하지 않는 것은 너무 지나친 듯합니다."
하였다. 홍윤성(洪允成)·김질(金礩)·윤자운(尹子雲)·윤사흔(尹士昕)은 의논드리기를,
"성상의 교지(敎旨)가 진실로 적당합니다."
하였고, 조석문(曺錫文)은 의논드리기를,
"폐해가 많은 풍속을 제거하려고 한다면 법은 엄중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상항(上項)의 전지(傳旨)에 의거하여 시행하는 것이 편리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사처(私處)의 금기(金器)·은기(銀器)에 관한 조목은 모두 지워버리고, 사라 능단(紗羅綾段)에 관한 조목은, 다만 ‘창기(倡妓)가 어전(御前)에서 정재(呈才)할 때 이외에는 또한 금한다.’는 것만 남겨두고, 북경(北京)에 가는 행차(行次)라는 조목에는, ‘서용하지 않는다[不敍]’는 두 글자를 지워버리고, 초피(貂皮)와 서피(鼠皮)를 금한다는 조목에는, 서자(鼠字)와 의관 역금(衣冠亦禁)이란 네 글자를 지워버리고, 또 서피(鼠皮)는 서인(庶人)은 금한다고 썼다.
- 【태백산사고본】 9책 57권 9장 A면【국편영인본】 9책 243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외교-명(明) / 의생활-예복(禮服)
- [註 625]양계(兩界) : 평안도와 함경도.
○承政院草禁奢僭, 傳旨曰: "我國土瘠民貧, 而習俗奢僭, 禁制條件, 已具《大與〔大典〕 》, 且屢降從儉之敎, 猶不反朴歸厚, 競尙異土之物, 赴京者濫市綵段器物, 駄載輸, 轉驛路彫弊。 至於貂鼠皮, 則雖曰土物, 獨産兩界, 今商賈輻輳牟利, 守令鎭將亦索取於民, 甚者至與彼人交市, 由玆兩界爲之騷然。 予甚慮焉, 更定條令, 用絶浮競, 實祛民弊。" "一, 紗羅綾段, 市裏買賣一禁。 中朝隣國大小使臣接見時、本朝宴享外, 雖堂上官亦禁, 堂上官妻外, 女服亦禁。 雖倡妓, 御前呈才時外亦禁, 吏典及庶人僕隷, 囊子、綱巾之飾細瑣之物亦禁。 一, 赴京行次, 如有齎持數外物貨者, 而檢察官不能檢擧, 則罷黜不敍。 一, 貂、鼠皮, 堂上官外朝士衣服ㆍ耳掩一禁, 堂上官妻外衣冠亦禁。 一, 上項紗羅綾段、貂、鼠皮等物兩界交市者, 決杖一百, 邊遠充軍, 所在守令亦論以制書有違律, 罷職不敍。 一, 私處金、銀器, 一皆禁斷, 若宴飮時行用, 則賓主竝重論。" 命示院相, 鄭麟趾、鄭昌孫、韓明澮、金國光議: "世宗朝, 雖堂上官, 服紗羅綾段者甚少, 近來紗羅綾段衣服甚盛, 誠爲未便。 所當禁斷, 然堂上官旣已許着, 則使臣接見本朝宴享外, 不許穿着, 市裏亦禁, 似爲過重。 赴京行次, 檢察官不能檢擧者, 兩界交市者, 固當重論, 然不敍似過重。" 洪允成、金礩、尹子雲、尹士昕議: "上旨允當。" 曺錫文議: "欲除弊俗, 法不可不嚴, 依上項傳旨, 施行便" 上於私處金、銀條盡抹, 紗羅綾段條, 只存 ‘倡妓御前呈才時外亦禁。’ 赴京行次條, 抹 ‘不敍二字’, 禁貂ㆍ鼠皮條, 抹鼠字及衣冠亦禁四字’, 又書鼠皮禁庶人。"
- 【태백산사고본】 9책 57권 9장 A면【국편영인본】 9책 243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외교-명(明) / 의생활-예복(禮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