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급하여야 할 노비를 부모가 아직 분급하지 않은 노비 문제에 대해 의논하다
《대전(大典)》의 사천조(私賤條)에, ‘〈분급하여야 할 노비를 부모가〉 아직 분급하지 않은 노비는 자녀(子女)의 존몰(存歿)을 논하지 않고 분급해 준다.’는 일을 의논하였는데, 정인지(鄭麟趾)·정창손(鄭昌孫)·한명회(韓明澮)·윤자운(尹子雲)·노사신(盧思愼)·이극배(李克培)·서거정(徐居正)이 의논하기를,
"자녀의 존몰을 논하지 않고 분급(分給)한다고 한 것은, 고려[前朝]의 풍속(風俗)에 먼저 죽는 자는 불효(不孝)라고 여기고서 노비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설치한 것이지, 자식(子息)이 없는 딸로서 죽은 자를 위하여 말한 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대범하게 자녀의 존몰을 논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식이 없는 딸은 말하지 않은 것이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죽은 지 수십년 뒤에 처부모(妻父母)라고 일컬으면서 아직 분급하지 않은 노비를 송사로 다투어 얻는다는 것은 정리(情理)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사위가 다시 후처(後妻)를 취(娶)하여 아들을 두면, 봉사(奉祀)를 한다고 일컫고서 분급받는 것은 오히려 말할 수도 있겠으나, 만약 딸만 있는데 분급받는 것은 더욱 이치가 없는 것입니다. 금후로는 자식이 없이 죽은 아내는 노비를 분급(分給)하지 말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조석문(曺錫文)·김질(金礩)·홍윤성(洪允成)·김국광(金國光)·이극증(李克增)·정효상(鄭孝常)·김교(金嶠)·이승소(李承召)가 의논하기를,
"혼가(婚嫁)할 때에 반드시 새로 온 노비가 있을 것이니, 이것도 부모(父母)가 친히 주는 노비입니다. 비록 더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봉사(奉祀)할 노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였으며, 이숭원(李崇元)이 의논하기를,
"후처(後妻)의 아들이 전모(前母)를 봉사할 노비는 《대전》에 의하여 수(數)대로 나누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정인지 등과 이숭원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8책 56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9책 23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신분-천인(賤人) / 가족-가산(家産)
○議《大典》私賤條, ‘未分奴婢, 勿論子女存歿, 分給’ 事, 麟趾、昌孫、明澮、子雲、思愼、克培、居正議: "勿論子女存歿, 分給云者, 爲前朝風俗, 以先亡者爲不孝, 而不給奴婢者設也, 非爲無子息女子身死者言也。 況汎言勿論子女存歿, 而不言無子息之女? 故妻亡數十年之後, 稱爲妻父母, 未分奴婢爭訟分得, 不合情理。 且壻更娶後妻有子, 則稱爲奉祀而分得, 猶可說也, 若只有女子而分得, 尤爲無理。 今後無子息亡妻, 奴婢勿分給, 何如?" 錫文、礩、允成、國光、克增、孝常、嶠、承召議: "婚嫁時, 必有新奴婢, 此父母親給奴婢也。 雖不加給, 不可無奉祀奴婢也。" 李崇元議: "後妻之子, 前母奉祀奴婢, 依《大典》, 分數給之。 何如?" 從麟趾等及崇元議。
- 【태백산사고본】 8책 56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9책 23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신분-천인(賤人) / 가족-가산(家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