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승 문제 등에 관해서 신하들과 논의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임금이 원상(院相)을 보고 말하기를,
"근자에 이승(尼僧) 정인(正因)이 학윤(學潤)과 간통하고 주인을 죽이기까지 하였으니, 풍속의 어지러움이 막심한데, 이것은 이승들이 도성(都城)의 방곡(坊曲)에 많이 살아 여염(閭閻)에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한 구역에 따로 살면서 서로 섞이지 않게 하려는데, 어떠한가?"
하니, 정창손(鄭昌孫)이 대답하기를,
"성안에 이미 정업원(淨業院)497) 이 있는데, 또 어디에서 따로 살겠습니까? 정업원에도 자못 추문이 있습니다. 무릇 승(僧)과 이승(尼僧)은 복색이 다르지 않아서 거리낌 없이 왕래하므로 쉽게 어울려 음행할 수 있습니다. 그 근원을 막자면 성안의 방곡(坊曲)에 새로 지은 작은 절들을 일체 헐어 없애야 합니다."
하고, 사간(司諫) 박숭질(朴崇質)이 아뢰기를,
"사족(士族)의 부녀자는 이승이 되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나, 근자에는 단속이 엄하지 않으므로 어린 처녀가 억지로 머리를 깎이어 과년하여도 짝짓지 못하는 남녀[冤曠]가 매우 많습니다. 또 중들과 서로 왕래하며 방자하게 음행(淫行)을 합니다. 근자에 설잠(雪岑)이라는 중은 본래 계율(戒律)도 모르면서 불경(佛經)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정업원에 출입하면서 이틀 밤을 머물러 잤으니, 그 사이에 음란한 일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성안의 이사(尼舍)를 모두 헐어 없애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지평(持平) 윤혜(尹惠)가 아뢰기를,
"듣건대 이승 홍씨(洪氏)가 조카딸[姪女]을 꾀어 이승이 되게 하였으므로 근일 추국(推鞫)하였는데, 있는 곳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산놀이[遊山]하러 경상도에 갔다.’ 하였고, 그 아비에게 어째서 딸을 이승이 되게 하였느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젊어서 병에 걸렸으므로 머리를 깎고 이승이 되었었는데, 이제 홍씨가 독을 먹고 죽었고 딸의 나이도 매우 많아졌으므로 환속(還俗)하여 출가시키려 한다.’ 하였다 합니다. 이렇게 선동하고 현혹하여 서로 이끌어 이승이 된 자를 어찌 이루 셀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새로 꾸민 이사(尼舍)는 모두 헐어 없애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사를 헐어 버리는 일은 의지(懿旨)를 받들어야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5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9책 228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윤리(倫理) / 신분(身分)
- [註 497]정업원(淨業院) : 서울 성내(城內)에 있던 암자(庵子). 주로 양반 출신의 여승만이 있었음.
○甲戌/御經筵。 講訖, 上顧謂院相曰: "近者尼僧正因通學潤, 至於殺主, 風俗之汚莫甚, 尼僧多處都城坊曲, 雜於閭閻故耳。 欲別處一區, 使不相混何如?" 鄭昌孫對曰: "城中旣有淨業院, 又何別處乎? 淨業院亦頗有醜聲。 凡僧、尼服色不殊, 往來無嫌, 易與淫褻。 欲禁絶其源, 城中坊曲新創小社, 一切撤去可也。" 司諫朴崇質啓曰: "士族婦女, 不許爲尼, 而近者糾擧不嚴, 童稚處女抑令剃髮, 冤曠甚矣。 又與僧徒相往來, 恣爲淫行。 近有僧雪岑者, 本不知戒, 托稱授經, 出入淨業院, 留連信宿, 其間淫事, 未可知也。 城中尼舍, 盡令撤去爲便。" 持平尹惠啓曰: "聞尼僧洪氏誘姪女爲尼, 近日推鞫, 問其所在則, 曰: ‘以遊山在慶尙道’, 問其父何以女爲尼乎? 曰: ‘少嬰疾故剃髮, 今洪氏毒死, 女年甚長, 欲還而嫁之。’ 如此鼓感, 相率爲尼者, 何可勝數? 請新構尼舍, 盡令撤去。" 上曰: "尼舍撤去, 當稟懿旨。"
- 【태백산사고본】 8책 5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9책 228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윤리(倫理)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