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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52권, 성종 6년 2월 10일 기축 2번째기사 1475년 명 성화(成化) 11년

예문관 직제학 홍귀달 등이 야대의 말을 발설한 자를 가리자고 주장한 것의 상소

예문관 직제학(藝文館直提學) 홍귀달(洪貴達)·전한(典翰) 노공필(盧公弼)·수찬(修撰) 정지(鄭摯)·검열(檢閱) 이창신(李昌臣)이 상소하기를,

"지난번 승정원에 전교를 내려, 신 등이 야대(夜對)에서 계달한 일이 어느 사람의 입에서 나와 밖에 전한 것인지를 묻게 하였는데, 승정원에서 신 등을 국문하여 계달하자, 명하여 다시 묻지 말게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신 등의 마음이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여 옥(獄)에 나아가서 변명하기를 청하였으나, 전하께서 또 그만두게 하시니, 신 등은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릅니다. 원컨대 대질(對質)하여 진위(眞僞)를 일체 밝히게 하소서. 무릇 사가(史家)의 일은 근밀(謹密)함이 귀한 것이고 신하는 임금에게 숨김이 없는 것이 마땅한데, 비밀히 하지 아니하고 숨기는 것은 스스로 그 죄가 있음을 면할 수 없습니다. 신 등은 모두 사필(史筆)을 잡고 그날 야대(夜對)에 함께 모셨으니, 그 일을 아는 자는 신 등 외에 다른 사람이 없으므로, 보고 들은 것을 밖에 누설한 것이 신 등의 입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비록 신 등의 입에서 나오지 아니하였다고 할지라도, 미루어서 생각하면 반드시 신 등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만약 신 등이 스스로 대신의 잘못을 진술하고, 또 남이 계달한 일을 천위(天威) 가까운 곳에서 들었는데 나가서 대신과 사사로이 하였다면, 이는 매우 보잘것없는 자이므로, 진실로 용서하여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각각 마음이 달라서 마음을 서로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 등 두어 사람으로써 헤아리건대, 홍귀달·노공필이 말하지 아니하였으면 홍귀달·노공필이 그 입에서 나오지 아니한 것은 자신할 것이나, 또 어찌 정지이창신을 보증하겠습니까? 정지이창신이 말하지 아니하였으면 정지·이창신이 그 입에서 나오지 아니한 것을 자신할 것이나, 또 어찌 홍귀달·노공필을 보증하겠습니까? 하물며 한 사(司) 가운데 춘추관(春秋館)의 벼슬을 가진 자는 모두 《경연일기(經筵日記)》를 볼 수 있으므로, 헤아릴 수 없는 데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말을 하였으면 반드시 들은 자가 있고, 들었으면 반드시 전한 자가 있을 것이니, 흐르는 물은 거슬러 올라가서 근원을 구하고, 가지와 잎사귀로부터 뿌리를 찾아내면 저절로 조리가 있어 환하게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그대로 두고 묻지 말도록 명하신 것은, 말의 나온 곳을 캐자면 대신의 마음을 동요시키게 됨이 어려워서가 아니겠습니까? 신 등은 생각하건대 이는 말한 자의 죄일 뿐이며 들은 자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제 들은 자에게 물으려고 하는 것은 바로 그 말의 근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인데, 만약 대신을 동요시키게 됨을 어려워하여 묻지 아니하면 말의 근원을 찾기 어려우며, 말의 근원을 찾지 못하면 옳고 그름과 흐리고 맑음이 한데 섞여서 분별할 수 없으니, 신 등 몇사람이 마침내 모두 전하께서 의심하는 바가 되고 조정(朝廷)의 의심하는 바가 되어, 곧은 것이 있어도 펴지 못하고 굽은 것이 있어도 구분하지 못하니, 곧은 것을 펴지 못하는 것도 옳지 못한데 굽은 것을 가리지 아니하면 공의(公義)에 어떠하겠습니까? 무릇 간사함을 제어해서 다스리는 데에는 위엄이 때때로 있어야 하며, 간사함을 덮고 거짓을 용납하면 만연되어 도모하기가 어렵습니다. 무릇 말하고 들어서 대신에게 전한 자는 반드시 대신에게 아부하는 것이니, 간사함을 형용할 수 없음이 이보다 심함이 없는데, 어찌 하루라도 조정에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을 끝까지 추핵하여 그 죄를 밝게 다스려서, 한 사람을 징계하여 백 사람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이러한데도 그대로 두면 어찌 위엄을 밝히겠습니까? 장차 권세 있는 집에 붙좇아서 곧은 말을 하는 선비를 해치고 기밀(機密)을 밖에 누설하여 나라를 그르치게 하는 것이 오늘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하건대 신 등을 옥(獄)에 내려서 신 등의 죄를 끝까지 다스려 삼가지 못한 것을 징계하고 뒷사람을 깨우친다면, 신 등에게 다행일 뿐만 아니라 또한 국가 장래를 도모하는 것이니,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굽어살피소서."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5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9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역사-편사(編史)

○藝文館直提學洪貴達、典翰盧公弼、修撰鄭摰、檢閱李昌臣上疏曰:

日者下敎承政院, 問臣等以夜對所啓之事, 出自何口, 傳之于外, 承政院鞫臣等以啓, 命勿復問。 臣等心不自安, 請就獄辨明, 殿下又置之, 臣等居不安席, 食不甘味。 願得對吏, 一明情僞。 凡史家之事, 貴在謹密, 臣之於君, 所宜無隱, 不密而隱, 自有其罪, 不可逃也。 臣等皆秉史筆, 俱侍其日夜對, 知其事者, 外臣等無他, 耳目漏言于外, 以爲出臣等之口宜矣。 雖或不出於臣等之口, 推之必自臣等也。 若臣等自陳大臣之失, 且聞人所啓之事於天威咫尺之地, 出以私於大臣, 則是無狀之甚者, 固不可容而赦之。 然人各其心, 心不相見。 以臣等數人揆之, 貴達公弼不言, 則貴達公弼自信其不出於口矣, 又焉保昌臣哉? 昌臣不言, 則昌臣自信其不出於口矣, 又焉保貴達公弼哉? 況一司中, 職帶春秋者, 皆得見《經筵日記》, 其出於意料之所不可及者, 亦未可知也。 言之而必有聽之者, 聽之而必有傳之者, 泝流而求源, 由枝葉而根本, 則自有條理, 章章可明。 殿下所以命置勿問者, 豈不以推言之所自, 重搖大臣心耶? 臣等以爲, 此特言之者之罪耳, 聽之者何罪? 今欲問諸聽之者, 直欲跡其言根爾, 若重搖大臣而不之問焉, 則言根難得, 言根不得, 則是非一途, 涇渭同流, 臣等數人, 終皆爲殿下之疑, 朝廷之所疑, 有直莫伸, 有枉莫分矣, 直之莫伸, 猶且不可, 枉如不錯, 於公義何? 夫繩回制邪, 威必有時, 掩姦容僞, 蔓將難圖。 夫言之聽之, 傳之於大臣者, 是必阿附大臣也, 奸回無狀, 莫此之甚, 豈可一日容於朝廷? 窮推其人, 明正其罪, 懲一警百, 此其時也。 此而置之, 于何明威? 將有趨權勢之門, 害直言之士, 泄機密於外, 誤人國家者, 未必不自今日始也。 願下臣等于獄, 窮治臣等之罪, 以懲不恪, 以警後人, 非惟臣等之幸, 抑亦國家將來之圖, 伏惟殿下垂覽焉。

不聽。


  • 【태백산사고본】 8책 5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9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