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의 의례
경적(耕籍)은 이러하였다. 처음에 전하가 대차(大次)로 돌아가면, 군신(群臣)이 각기 막차(幕次)에서 대기한다. 봉상시 정(奉常寺正)이 조복(朝服)을 갖추고 여러 쟁기[耒耜]를 잡은 자를 거느리고 먼저 자리[位]로 나아가고, 알자(謁者)가 시경(侍耕)하고 종경(從耕)할 제집사(諸執事)와 문무 백관(文武百官)을 인도하여 모두 조복을 갖추고 차례로 들어와 자리로 나아간다. 전하가 원유관(遠遊冠)·강사포(絳紗袍)를 갖추고 여(輿)를 타고 나오면, 헌가악(軒架樂)을 연주한다. 좌통례·우통례가 부축하고 인도하여 관경대(觀耕臺) 남계(南階) 아래에 이르러 여(輿)에서 내리면, 근시가 꿇어앉아 규(圭)를 올린다. 예의사(禮儀使)가 규(圭)를 잡기를 계청하고, 앞에서 인도하여 경적위(耕籍位)에 이르러 남향하여 서면, 주악(奏樂)이 그친다. 예의사가 경적례(耕籍禮)를 행하기를 계청하면, 적전령(籍田令)이 친경뢰석(親耕耒席)171) 의 남쪽으로 나아가서 북향하고 꿇어앉아, 부복(俯伏)하고 홀(笏)을 꽂는다. 씌운 것[韜]을 풀고 쟁기를 내어서 동향하고 서서 봉상시 정(奉常寺正)에게 주면, 봉상시 정이 근시(近侍)에게 주어 올리게 한다. 사복시 정(司僕寺正)이 소[牛]를 올린다. 예의사가 규(圭)를 꽂고 쟁기 받기를 계청하여, 전하가 규를 꽂고 쟁기[耒耜]를 받으면, 악(樂)을 연주한다. 근시 한 사람과 고품 중관(高品中官) 두 사람이 같이 쟁기를 잡고, 사복시 정이 고삐[轡]를 잡아, 5퇴례(五推禮)172) 를 마치면 악이 그친다. 예의사가 규(圭)를 잡기를 계청하고, 근시가 쟁기를 받아서 다시 돌리어, 차례로 적전령에게 주어서 다시 싸게 한다. 전하가 처음 밭을 갈면, 제집뢰사자(諸執耒耜者)가 각기 종경자(從耕者)에게 주고, 예의사가 전하를 인도하여 관경대(觀耕臺)에 올라가면 악(樂)을 연주하는데, 남계(南階)로 다 올라가고 나면, 주악이 그치고, 등가(登歌)에서 악을 연주하여 〈전하가〉 자리[座]로 나아가 남향하면 주악이 그친다.
종경(從耕)하는 종친(宗親)·재신(宰臣)이 모두 쟁기를 잡으면 헌가(軒架)에서 악을 연주하고, 7퇴지례(七推之禮)를 행하고 물러나 제자리로 돌아가면, 악을 그친다. 제판서(諸判書)와 대간(臺諫)이 차례로 쟁기를 잡으면, 악을 연주하고, 9퇴(推)를 하고 나서 제자리로 돌아가면, 악을 그친다. 봉상시 부정(奉常寺副正)이 서인(庶人)을 거느리고 차례로 백묘(百畝)를 갈고 나면 바로 물러난다. 경적사(耕籍使)가 동계(東階)로 올라가서 악좌(幄座) 앞으로 나아가 조금 동쪽으로 서향하여 서고, 배경(陪耕)하던 기민(耆民)이 대(臺) 아래로 나아가서 북향하고 네 번 절한다. 도승지(都承旨)가 좌전(座前)에 나아가서 북면(北面)하고 교지를 받들고 물러나서 남계(南階)의 동쪽에 이르러 서향(西向)하여 서서 선교(宣敎)하기를, "경로(敬勞)한다." 하고, 물러간다. 좌통례가 교지를 받들고 서면(西面)하여 선교하기를, "기민(耆民)들을 경로한다." 하면, 기민들이 네 번 절하고 모두 물러나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예의사가 예필(禮畢)을 아뢰어, 전하가 남계(南階)로 내려오면, 등가에서 악을 연주하고, 단(壇) 아래에 이르면 악을 그친다. 예의사가 규(圭)를 풀고 승여(乘輿)하기를 계청하면, 헌가(軒架)에서 악을 연주하고, 대차(大次)에 이르러 내전으로 들어가면 악을 그친다. 시경(侍耕)·종경(從耕)하던 자와 문무백관(文武百官)이 모두 물러가고, 봉상시 정(奉常寺正)이 동륙(橦稑)173) 의 종자[種]를 받들고 경소(耕所)에 이르러 파종하는데, 부정(副正)이 주부(主簿)를 거느리고 백묘(百畝) 마치는 것을 본다. 봉상시 정이 일의 끝난 것[功畢]을 살피고 나서, 대차(大次)에 이르러 북면(北面)하고 아뢴다. 이를 마치면 모두 물러난다. 거가(車駕)가 환궁(還宮)한다.
- 【태백산사고본】 8책 51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
- [註 171]
○耕籍。 初殿下還大次, 群臣各俟于次。 奉常寺正具朝服, 率諸執耒耜者, 先就位, 謁者引侍耕、從耕諸執事及文武百官, 皆朝服, 以次入就位。 殿下具遠遊冠、絳紗袍, 乘輿以出, 軒架樂作。 左ㆍ右通禮夾引, 至觀耕臺南階, 下降輿, 近侍跪進圭。 禮儀使啓請執圭, 前導至耕籍位, 南向立, 樂止。 禮儀使啓請行耕籍禮, 籍田令進親耕耒席南, 北向跪, 俯伏搢笏。 解韜出耒, 東向立, 授奉常寺正, 奉常寺正以授近侍進之。 司僕寺正進牛。 禮儀使啓諸搢圭受耒, 殿下搢圭受耒耜, 樂作。 近侍一人與高品中官二人共執耒, 司僕寺正執轡, 五推禮畢, 樂止。 禮儀使啓請執圭, 近侍受耒耜, 復轉以次授之籍田令, 復于韜。 殿下初耕, 諸執耒耜者, 各授從耕者, 禮儀使導殿下, 升觀耕臺, 樂作, 升自南陛, 樂止, 登歌樂作, 卽座南向, 樂止。 從耕宗親、宰臣皆執耒耜, 軒架樂作, 行七推之禮, 退復位, 樂止。 諸判書、臺諫次執耒耜, 樂作, 九推訖復位, 樂止。 奉常寺副正帥庶人, 以次耕于百畝, 耕畢乃退。 耕籍使升自東階, 進幄座前, 稍東西向立, 陪耕耆民進臺下, 北向四拜。 都承旨進當座前, 北面承敎, 退之南陛之東, 西向立, 宣敎曰: "敬勞。" 退。 左通禮承敎, 西面宣敎曰: "敬勞耆民。" 耆民四拜, 皆退復位。 禮儀使啓禮畢, 殿下降自南陛, 登歌樂作, 至壇下, 樂止。 禮儀使啓請釋圭乘輿, 軒架樂作, 至大次入內, 樂止。 侍耕從耕者及文武百官皆退, 奉常寺正捧穜稑之種, 至耕所播之, 副正帥主簿, 視終百畝。 奉常寺正省功畢, 至大次, 北面啓。 訖皆退, 車駕還宮。
- 【태백산사고본】 8책 51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