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의 단에서 선농제를 지내니, 백관이 의식에 따라 배제하다
임금이 친히 동교(東郊)의 단(壇)에서 선농제(先農祭)를 지내니, 백관(百官)이 배제(陪祭)하기를 의식과 같이 하였다. 일출(日出)할 때에 임금이 적전(籍田)을 몸소 갈면서 5퇴(推)를 그치고는 드디어 관경대(觀耕臺)에 나아가니, 종친(宗親) 월산 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과 재신(宰臣) 신숙주(申叔舟)가 7퇴(推)를 하고, 다음은 여러 판서(判書) 이극배(李克培)·정효상(鄭孝常), 대사헌(大司憲) 이서장(李恕長), 대사간(大司諫) 정괄(鄭佸)이 9퇴(推)를 하였다. 다음은 서인(庶人) 1백여 명이 1백 묘(畝)를 다 갈았는데, 임금이 기민(耆民)을 위로하기를 모두 의식과 같이 하였다. 예(禮)를 필(畢)하고 거가(車駕)를 돌리니, 노인(老人)·유생(儒生)·여기(女妓) 등이 가요(歌謠)를 올리었다. 그 유생(儒生)의 가요(歌謠)에 이르기를,
"성균 생원(成均生員) 신(臣) 조한주(趙漢柱) 등은 엎드려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비로소 은례(殷禮)라 일컬으시며, 친히 선농제(先農祭)를 지내시고 몸소 적전(籍田) 가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적전(籍田)의 의의(意義)는 큽니다. 수고로운 제사를 근심하고 풍년(豐年)을 비는 것은 어려움을 백성에게 보이고 자성(粢盛)을 종묘(宗廟)에 받드는 소이(所以)입니다. 이러므로 기곡(祈穀)122) 의 제도는 《예경(禮經)》에 나타나 있고, 궁경(躬耕)123) 하는 글은 한사(漢史)124) 에 기재되어 있으니, 진실로 백왕(百王)의 좋은 법입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성조(聖朝)가 대업(大業)을 창건(創建)하여, 80여 년에 예악(禮樂)을 제작(制作)하고, 문물(文物)이 빈빈(彬彬)125) 한데, 우리 주상 전하께서 대보(大寶)에 오르신 지 7년(1475년) 정월 25일에 비로소 동교(東郊)에서 경영하시니, 대례(大禮)가 이미 갖추어졌으며, 명인(明禋)126) 이 이에 거행되었습니다. 또 5퇴(推)의 예(禮)를 행하시니, 종공(宗工)과 백집사(百執事)도 또한 모두 빨리 달려와 견묘(畎畝)127) 에서 종사(從事)하였으니, 아아! 아름답도다. 진실로 천년[千載]에 한 번의 성사(盛事)입니다. 법가(法駕)가 돌아오니, 도성(都城)의 사녀(士女)가 우러러 임금[天顔]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신 등은 모두 복속(樸樕)128) 한 몸으로써 청아(菁莪)129) 하는 데 함육(涵育)되어 마침내 오늘을 당하여 훌륭하고 아름다움을 얻어 보니, 가만히 가시(歌詩)로써 성덕(聖德)을 송축(頌祝)하지 않을 수 없어 삼가 손을 마주 잡고 머리를 조아려 시(詩)를 바칩니다."
하고, 이르기를,
"하늘의 명(命)이 있어
성군이 나라의 법칙을 세웠네.
다스림은 안정되고 공은 이루어져
예(禮)를 갖추고 악(樂)을 일으켰네,
어떤 신(神)인들 일어나지 않겠는가?
감응이 있어 반드시 이르리라.
즉위하신 지 7년만인
때는 맹춘(孟春).
고전(古典)을 상고하여
좋은 날을 가리었네.
어가가 동교(東郊)에 납시어
제사를 정결히 지내셨네.
종고(鍾鼓)를 설치하고
살찐 희생도 진설하였네.
영감(靈感)이 통미(通微)하여 널리 퍼지니
만복을 함께 받으시리라.
몸소 쟁기를 잡으시고
전공(田功)에 나아갔네.
그 일을 마치시고
법가가 돌아오니,
회오리바람은 티끌을 쓸고
상서로운 해는 중천네 떴네.
도성(都城)의 사녀가
기뻐하고 즐기며,
늙은이는
절하며 태평 성대를 즐기네.
아아, 우리 임금께서
마음을 조심하니,
그 정성 신명을 감동시켜서
은택이 백성에게 더하였네.
풍년을 기원함이 매우 빨랐고
곡식 파종을 제때에 하였네.
삼농(三農)130) 이 서로 경사로와
백례(百禮)가 어김이 없었네.
하늘이 큰 복을 주시니
많은 곡식들이
창고에 이미 차고,
노적이 가득하여라.
우리가 따뜻하고 추운 것도
임금의 은덕이고,
우리를 배불리고 주리게 함도
임금의 은택이네.
백세토록
성하게 번창하소서.
부모(父母)도 되시고
군왕(君王)이 되시네.
송축을 바치니,
그 소리가 범범(渢渢)131) 할 제
우리의 말이 아첨되지 않음을
감히 신공(臣工)에게 고합니다."
하고, 그 여기(女妓)의 가요(歌謠)에 이르기를,
"내한매(耐寒梅) 등은 엎드려 주상 전하께서 친히 선농제(先農祭)를 지내시고, 몸소 적전(籍田)을 경작하시어 대례(大禮)가 이루어짐을 고(告)하고, 난가(鸞駕)가 돌아오심을 보았습니다. 첩(妾) 등은 경사를 기뻐하고 즐거워함이 지극함을 맡길 데가 없어, 삼가 가사를 바치며 아울러 간단한 서문도 덧붙입니다. ‘육룡(六龍)132) 이 황도(黃道)133) 를 날아, 취화(翠華)134) 를 동교(東郊)에 휘날리고, 쌍봉(雙鳳)이 단소(丹霄)135) 에 내려, 상서로운 계책을 북궐(北闕)에 바치니, 생가(笙歌)136) 가 다투어 비등(飛登)하고, 나기(羅綺)137) 가 성하게 나부낍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는 성경(聖敬)이 날로 높아지고, 총명(聰明)이 때로 드러나 예(禮)를 갖추고 악(樂)을 일으키시니, 제작(制作)은 고금(古今)에 으뜸이요, 정치는 안정되고 공은 이루어져 그윽한 향기는 상하(上下)에 사무쳤습니다. 이에 백성의 무리가 가색(稼穡)138) 의 어려움을 알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율력(律曆)의 초양(初陽)을 알리고 몸소 부지런히 종묘(終畝)139) 하시어, 크게 선농(先農)의 제사를 나타내시어, 곡식을 중히 여기는 정성을 밝히셨으며, 많은 사람이 나란히 갈고 김을 매니,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공(功)이 진취(進就)함을 서서 볼 것이고, 사방(四方)에서 싫어함이 없어 길이 사세(嗣歲)140) 의 진흥(振興)함을 노래합니다. 농사짓는 땅에는 상서를 고하고 사첩(史牒)에는 상서를 썼습니다. 첩 등은 멀리 봉도(蓬島)에 떨어져, 외람되게 이원(梨園)141) 에 적(籍)을 두어, 해가 있는 곳으로 향해 나아가고 구름이 있는 곳을 바라보다가 기쁘게 난로(鸞輅)142) 를 만나니, 손으로 춤추고 발로 뛰면서, 귀도(龜圖)를 바치려 원합니다."
하고, 사(詞)에 이르기를,
"제사를 파한 영단(靈壇)에서 옥로(玉輅)가 돌아오니
봄바람 거리마다 가득한 서기(瑞氣).
용기(龍旗)는 어른어른 높 낮이를 겨루고
봉관(鳳管)은 띄엄띄엄 앞 뒤로 목메이네.
숭악(嵩岳)143) 의 송축은 만세토록 전하리
선경(仙境)의 복숭아 열매 또다시 천년이네.
이원 제자(梨園弟子)의 송덕(頌德) 노래여
성수(聖壽)는 오래 오래 국운(國運)은 길이 길이."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5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18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
- [註 122]기곡(祈穀) : 농사가 잘 되기를 빔.
- [註 123]
궁경(躬耕) : 친경(親耕).- [註 124]
한사(漢史) : 한나라 《사기》.- [註 125]
빈빈(彬彬) : 문채와 바탕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모양.- [註 126]
명인(明禋) : 정결히 하여 제사지냄.- [註 127]
견묘(畎畝) : 전답(田畓).- [註 128]
복속(樸樕) : 하찮은 사람.- [註 129]
청아(菁莪) : 인재(人材)를 교육하는 일.- [註 130]
삼농(三農) : 봄에 밭을 갈고[春耕], 여름에 김매고[何夏耘], 가을에 거두는 것[秋收]을 말함.- [註 131]
범범(渢渢) : 알맞은 소리.- [註 132]
육룡(六龍) : 임금.- [註 133]
황도(黃道) : 임금이 거둥하는 길.- [註 134]
취화(翠華) : 물총새 깃으로 장식한 임금의 기(旗).- [註 135]
단소(丹霄) : 저녁놀 따위로 붉게 물든 하늘.- [註 136]
생가(笙歌) : 생황(笙簧)과 노래.- [註 137]
나기(羅綺) : 화려한 의복.- [註 138]
가색(稼穡) : 농사.- [註 139]
종묘(終畝) : 적전(籍田)을 다 갈아 엎음.- [註 140]
사세(嗣歲) : 내년(來年).- [註 141]
○乙亥/上親祀先農于東郊之壇, 百官陪祭如儀。 日出時, 上躬耕籍田, 五推而止, 遂御觀耕臺, 宗親月山大君 婷、宰臣申叔舟耕七推, 次諸判書李克培ㆍ鄭孝常、大司憲李恕長、大司諫鄭佸九推。 次庶人百餘耕盡百畝, 上勞耆民竝如儀禮。 畢旋駕, 老人、儒生、女妓等進歌謠。 其儒生歌謠曰: "成均生員臣趙漢柱等伏覩主上殿下, 肇稱殷禮, 親祀先農, 躬耕籍田。 臣等竊惟, 籍田之義大矣哉。 所以恤毖祀祈豐年, 示艱難於百姓, 奉粢盛於宗廟也。 是以祈穀之制, 著於禮經, 躬耕之文, 載在漢史, 誠百王之令典也。 恭惟聖朝創建大業, 八十有餘載, 制禮作樂, 文物彬彬, 我主上殿下登大寶之七年正月二十有五日, 始事東郊, 大禮旣備, 明禋斯擧。 又行五推之禮, 宗工、百執事亦皆駿奔, 從事畎畝, 猗歟休哉! 誠千載一盛事也。 法駕言旋, 都人士女顒望天顔, 懽忭悅懌。 臣等俱以樸樕, 涵育菁莪, 適當今日, 獲覩盛美, 不可暗無歌詩以頌聖德, 謹拜手稽首獻。 《詩》曰: ‘惟天有命, 惟聖建極。 治定功成, 禮備樂作, 何神不擧? 有感必格。 維歲之七, 時惟孟春。 載稽古典, 乃涓吉辰。 駕言東郊, 以祀以禋。 鍾皷乃設, 牲腯斯陳。 胖蠁布(護)〔濩〕 , 萬福攸同。 躬乘耒耜, 乃卽田功。 乃竣厥事, 法駕言旋, 虛飇掃塵, 瑞日中天。 都人士女, 懽忻怡愉, 黃眉鶴髮, 拜抃康衢。 猗歟我后, 小心戰兢, 誠感神明, 澤加黎蒸。 祈年孔夙, 播穀攸時。 三農相慶, 百禮莫違。 天錫純祜, 多黍多稷, 我倉旣盈, 我庾維億。 我燠我寒, 我后之德, 我哺我飢, 我后之澤。 庶幾百世, 俾熾而昌。 爲父爲母, 爲君爲王。 曰爲獻頌, 厥聲渢渢, 我言不諛, 敢告臣工。’ 其女妓歌謠曰: "女妓耐寒梅等伏覩主上殿下親祀先農, 躬耕籍田, 大禮告成, 鸞駕言旋。 妾等無任慶抃歡愉之至, 謹獻歌詞, 幷疏短引。 曰: ‘六龍飛黃道, 颺翠華於東郊, 雙鳳下丹霄, 獻瑞圖於北闕, 笙歌競沸, 羅綺紛披。’ 恭惟主上殿下聖敬日躋, 聰明時憲, 禮備樂擧, 制作冠於古今, 治定功成, 馨香達于上下。 爰念黎元之衆, 未知稼穡之艱, 律啓初陽, 躬勤終畝, 丕顯先農之祀, 於昭重穀之誠, 千耦其耘, 佇見康功之卽, 四方無斁, 永歌嗣歲之興。 農疇告祥, 史牒書瑞。 妾等逖離蓬島, 叨籍梨園, 就如日, 望如雲, 欣逢鸞輅, 手之舞, 足之蹈, 願獻龜圖。" 詞曰: "祀罷靈壇玉輅旋, 春風綺陌擁祥烟。 龍旗影動爭高下, 鳳管聲[催]〔摧〕 咽後先。 嵩岳祝傳應萬世, 仙桃子結又千年。 梨園弟子歌新頌, 聖壽天長國祚緜。"
- 【태백산사고본】 8책 5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9책 18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농업-권농(勸農)
- [註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