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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37권, 성종 4년 12월 1일 정사 5번째기사 1473년 명 성화(成化) 9년

박시형을 승지로 김유를 공조 참판으로 제수하고 간통한 권추를 추국하게 하다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가니, 원상(院相) 한명회(韓明澮)·조석문(曺錫文)·성봉조(成奉祖) 및 승지(承旨)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임금이 예문관 응교(藝文館應敎) 박시형(朴始亨), 교리(校理) 정휘(鄭徽), 수찬(修撰) 채수(蔡壽)·정지(鄭摯), 부수찬(副修撰) 이명숭(李命崇)·안양생(安良生)을 불러 《시경(詩經)》·《서경(書經)》을 강론(講論)하게 하고, 작은 술자리를 베풀었다. 임금이 묻기를,

"김유(金紐)의 병(病)이 어떠한가?"

하니 도승지(都承旨) 이숭원(李崇元)이 대답하기를,

"얼굴에 부종(浮腫)이 있었으나, 이제 이미 다 나아갑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승지(承旨)는 다른 관직에 비할 것이 아닌데, 김유가 또한 질병(疾病)이 있으니, 마땅히 개차(改差)하라."

하고, 이어서 공조 참판(工曹參判)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숭원이 말하기를,

"이예(李芮)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김유를 공조 참판으로 제수(除授)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니 한명회가 대답하기를,

"구례(舊例)에 우승지(右承旨) 이상은 동벽(東壁)이라고 하고, 좌부승지(左副承旨) 이하는 서벽(西壁)이라고 하였으며, 동벽은 대개 2품(品)으로 올려서 천직(遷職)시키고, 서벽은 혹 육조 참의(六曹參議)를 제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상의 재단(裁斷)에 달려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김유를 대신할 자를 뽑아서 아뢰라."

하니 한명회가 말하기를,

"외관(外官)도 또한 가(可)한 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문관(藝文館)895) 은 직책이 임금[地禁]과 가까우니, 성상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박시형(朴始亨)은 직품(職品)이 어떠한가?"

하니 우부승지(右副承旨) 유권(柳睠)이 대답하기를,

"지금 응교(應敎)로서 정4품의 직책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 자급(資級)이면 예(例)대로 통정 대부(通政大夫)에 올릴 수 있느냐?"

하니 한명회가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박시형을 승지로 제수하고, 김유를 공조 참판으로 제수하라."

하니 박시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뢰기를,

"신이 병조 정랑(兵曹正郞)에 천직(遷職)된 지 오래되지 아니하였으며, 또 이제 부제학(副提學) 김극기(金克基)·직제학(直提學) 김영견(金永堅)·전한(典翰) 홍귀달(洪貴達)은 모두 직위(職位)가 신의 위에 있는데, 신이 어찌 외람되게 받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승지(承旨)를 어찌 예대로 제수할 수 있겠느냐? 오직 군상(君上)의 명령인데, 어찌 사양하느냐?"

하였다. 한명회가 아뢰기를,

"박시형은 전에 병조(兵曹)에 재직(在職)할 때에 근근(勤謹)하고 이재(吏材)가 있으며, 또 학문(學問)에 정통(精通)하였습니다."

하고, 조석문이 말하기를,

"세조조(世祖朝)노사신(盧思愼)이 또한 문학(文學)에서 승지로 발탁되었습니다."

하였다. 한명회가 또 아뢰기를,

"권추(權揫)적형(嫡兄)896) 영가군(永嘉君) 권경(權擎)의 첩(妾)의 딸을 간통하여 처로 삼아 살고 있으니, 강상(綱常)에 관계됩니다. 청컨대 추국(推鞫)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였다. 박시형은 물러나서 또 사양하기를 청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6책 3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7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윤리-강상(綱常)

  • [註 895]
    예문관(藝文館) : 김유(金紐)는 승지(承旨)이므로, 승정원(承政院)의 잘못임.
  • [註 896]
    적형(嫡兄) : 서자가 적실의 형에 대한 호칭.

○御宣政殿, 院相韓明澮曺錫文成奉祖及承旨等入侍。 召藝文館應敎朴始亨、校理鄭徽、修撰蔡壽鄭摯、副修撰李命崇安良生, 講論《詩》《書》, 設小酌。 上問曰: "金紐病何如?" 都承旨李崇元對曰: "面上浮腫, 今已向差。" 上曰: "承旨非他官比, 亦有疾, 宜改差。" 仍問工曹參判爲誰, 崇元曰: "李芮也。" 上曰: "除金紐工曹參判, 何如?" 明澮對曰: "舊例, 右承旨以上稱東壁, 左副承旨以下稱西壁, 東壁則例遷陞二品, 西壁則或除六曹參議。 然在上裁。" 上曰: "其選代者以啓。" 明澮曰: "外官亦有可者。 然藝文館, 職親地禁, 上鑑所燭。" 上良久曰: "始亨職品幾何?" 右副承旨柳睠對曰: "今爲應敎正四品職也。" 上曰: "其資級, 例當陞通政乎?" 明澮曰: "然。" 上曰: "其授始亨承旨, 除工曹參判。" 始亨避席啓曰: "臣遞兵曹正郞未久, 且今副提學金克基、直提學金永堅、典翰洪貴達, 皆位在臣上, 臣豈應冒受?" 上曰: "承旨豈可例授? 惟君上所命, 何以讓爲?" 明澮啓曰: "始亨前在兵曹, 勤謹有吏材, 且學問精通。" 錫文曰: "世祖盧思愼亦以文學, 擢授承旨。" 明澮又啓曰: "權揫奸嫡兄永嘉君 權擎妾女子, 作妻以居, 關係綱常。 請推鞫。" 上曰: "可。" 始亨退又請辭, 不許。


  • 【태백산사고본】 6책 37권 1장 A면【국편영인본】 9책 75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