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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33권, 성종 4년 8월 9일 무진 2번째기사 1473년 명 성화(成化) 9년

일본국 방장섭천 4주 태수 다다량정홍이 원주덕을 보내어 와서 토산물을 바치다

일본국(日本國) 방장섭천 4주 태수(防長攝泉四州太守) 대내 별가(大內別駕) 다다량정홍(多多良政弘)원주덕(源周德)을 보내어 와서 토산물을 바치었다. 그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근래에 우리 나라 사람으로서 상국(上國)에 조공(朝貢)하고 돌아온 자는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모두 축하하며 말하기를, ‘폐하의 용봉(龍鳳)과 같은 자태는 천일(天日)의 표상이라 성스러운 덕이 계속 일고, 인자한 교화(敎化)가 바야흐로 풍성하여 역시 중흥(中興)을 선광(宣光)할 것 같습니다.’ 하였으니, 누군들 서쪽을 향해 기꺼워하지 않을 자 있겠습니까? 항차 다다량정홍(多多良政弘)은 남소(南巢)의 북시(北嘶)에 있는 사사로운 자로서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적읍(敵邑)에 우환이 많아 선인(先人)들의 구호(舊好)를 닦지 못해 왔습니다. 《시경(詩經)》 상서편(相鼠篇)의 ‘예의가 없으면 빨리 죽는다.’라는 뜻에 감복되어 지금 오로지 원주덕(源周德)·심 통사(沈通事) 등을 파견하여 예를 폐지한 죄를 사례(謝禮)하고, 이어 고(告)합니다.

이 땅의 서울[洛] 동쪽에 절이 있어 청수사(淸水寺)라고 하는데, 원통 대사(圓通大士)616)화현(化現)617) 한 곳입니다. 불각(佛閣)과 경전(經殿)은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갈 듯하며, 승방(僧房)과 빈관(賓館)은 산골 물가에 닿아 물을 퍼 마실 수 있을 듯하고, 전대(前臺)와 후대(後臺)에는 갖가지 꽃이 피어 있고 상계(上界)와 하계(下界)는 종소리가 서로 화답(和答)하고 있으며, 그 나머지에는 약간의 집들이 들어서 있어 으리으리하게 날아갈 듯하고, 비늘처럼 죽 늘어서 있어 장대(壯大)하고 아름답기가 극도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수년 전 병화(兵火)가 거듭되어 모두 재가 되었으나, 유독 대사(大士)의 전존상(栴尊像)618) 은 세찬 불길 속에서도 남아 있어 경탄한 나머지 마음속으로 절을 다시 일으킬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 장마와 가뭄으로 농사때를 잃어 매년 흉년이 들자 군자(軍資)도 오히려 부족한 형편이었으므로, 진작시키려 하였으나 힘이 미치지 못하여 그럭저럭 지금까지 끌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고하기를, ‘너는 일찍이 법문(法門)을 위하였으니, 밖에서 보호하여 청수 정사(淸水精舍)의 터를 다시 닦도록 하라.’ 하였고, 다시 대원륜(大願輪)을 타고 나타나서, ‘장군이 몸소 옛 터에다 절을 세워보려 하니, 그대의 일찍이 세웠던 뜻에 중(重)하게 보상하겠거니와, 대사(大士)가 훤히 보고 있으니 감히 원곡(願轂)을 물릴 수가 없다.’ 하였으므로, 이에 감탄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대전(大殿) 한 채를 영조(營造)하여 대사(大士)의 유상(遺像)을 안치하려 하는데, 무릇 대전(大殿)을 안치하려 하는데, 무릇 대전(大殿)이라는 것은 사찰의 근본으로, 근본이 온전하면 지엽은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곧 양장(良匠)들을 불러 계획하였더니 4만 민전(緡錢)619) 이 필요하였습니다. 상국(上國)을 여러 번 조알(朝謁)하니, 만기(萬機)를 처리하는 여가에 임금께서 불사(佛事)에도 마음을 기울여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으니, 간절히 바라건대 대전(大殿)의 영조(營造) 자금을 하사하시어 인자함을 흠앙하게 하소서. 오로지 동전(銅錢)을 청구합니다만, 면주(綿紬)와 면포(綿布) 등도 소용됨은 한가지이며, 아울러 비로 대장(毗盧大藏)과 법보 인시(法寶印施)도 간절히 원하는 바입니다. 처음으로 빙례(聘禮)를 닦음에 있어 시재(施財)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상 너무나 옳지 못하나, 너그러이 용서하시기를 바랍니다. 보잘것 없는 토산물의 이름을 다음에 주기(注記)하니, 대도(大刀) 2파(把), 부채[扇子] 10파, 거울[鏡奩] 10개, 나갑(螺甲) 2, 벼루[碩] 10면(面), 술병[樽] 1쌍, 치자(梔子) 1백 근, 우피(牛皮) 50매(枚), 후다(厚茶) 1백 근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33권 9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2면
  • 【분류】
    외교-왜(倭)

  • [註 616]
    원통 대사(圓通大士) : 관세음보살.
  • [註 617]
    화현(化現) : 불(佛)·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하여 세상에 나타나는 일.
  • [註 618]
    전존상(栴尊像) : 향나무로 된 존상.
  • [註 619]
    민전(緡錢) : 꾸러미 돈.

日本國 四州太守大內別駕多多良政弘源周德, 來獻土宜。 其書契曰:

比年, 我國人, 朝于上國歸來者, 異口同辭僉賀曰: "陛下龍鳳之姿, 天日之表, 聖德嗣興, 仁化方盛, 亦猶宣光中興矣", 孰肯不向西而笑焉? 矧政弘有南巢北嘶之私者乎? 然緣敵邑多虞, 缺修先人舊好也。 感《相鼠》之篇, ‘無禮遄死’ 之義, 而今專遣源周德沈通事等, 謝廢禮之罪也仍告。 此土洛之東有寺, 日淸水, 圓通大士化現之境也。 佛閣經殿, 架空如飛, 僧房賓館, 臨磵如飮, 前臺後臺, 花交其色, 上界下界, 鍾聲互答, 其餘爲屋若干區, 翬翼魚鱗, 究輪煥之美也。 數年之前, 荐罹兵燹, 盡化灰燼, 獨大士栴尊像, 儼然出烈焰嘆異之餘, 陰懷興復之志也。 邇來雨旱失時, 饗年不豐, 軍資猶乏矣, 欲振起而力不迨也, 因循于今矣。 一夕夢, 有神人來告曰: "爾夙爲法門, 外護而開淸水精舍之基也", 再乘大願輪來現: "將軍身欲開寺舊基, 重償爾夙志, 大士昭昭然鑑焉, 無敢退願轂。" 於是不勝感嘆。 先欲營造大殿一宇, 安大士遺像, 凡如大殿者, 寺之根本也, 根本全則枝葉自生, 輒召良匠計之, 用度四萬緡矣。 上國累朝, 萬機之暇, 傾宸聽於佛乘, 廣布仁慈, 切望賜大殿營造之資, 欽仰仁慈耳。 專求銅錢, 綿紬、綿布等, 亦所用同矣, 幷毗盧大藏、法寶印施, 是亦深願也。 初修聘禮, 而求財施, 於禮甚不可也, 當蒙寬恕也。 不腆土宜, 注名于後, 大刀二把, 扇子十把, 鏡奩十箇, 螺甲二, 硯十面, 樽一雙, 桅子百斤, 牛皮五十枚, 厚茶百斤。


  • 【태백산사고본】 5책 33권 9장 B면【국편영인본】 9책 52면
  • 【분류】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