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 인백단 삼주 태수 원교풍이 양영서당을 보내어 선물과 글을 올리다
일본국(日本國) 인백단 삼주 태수(因伯丹三州太守) 산명전(山名殿) 소필(少弼) 원교풍(源敎豐)이 양영 서당(亮瑛西堂)을 보내어 와서 토의(土宜)를 바치고, 아울러 사서(四書) 각각 1건(件)씩을 바쳤다. 그 서계(書契)에는 이르기를,
"공경히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皇帝陛下)께서 보위(寶位)에 오르시어 천운(天運)을 이어받으시니, 구방(舊邦)이 유신(維新)하며, 덕(德)이 하(夏)나라·은(殷)나라의 초정(初政)보다 뛰어나시고 도(道)가 요(堯)임금·순(舜)임금보다 위에 짝하시니, 지극히 축하하고 지극히 축수합니다. 신은 선조(先祖) 이래로 가세(家世)에서 상국(上國)490) 에 빙문(聘聞)을 통하지 아니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경인년491) 가을에 일개 암자승(菴子僧)과 석도문(奭都聞) 등을 차견(差遣)하여서, 옛날의 맹세를 닦으며, 또 토의(土宜)의 미미한 정성을 바쳤습니다. 다행히 금상 황제(今上皇帝)492) 께서 왕위(王位)를 이어받으시는 초정(初政)을 만나서, 눈으로는 한(漢)나라 관리의 위의(威儀)를 보겠고, 귀로는 주(周)나라 시(詩)의 가송(歌頌)을 듣겠으니, 아아, 성대(盛大)합니다. 실로 문무(文武)의 나라인지라 영우(榮遇)하기가 너무나 크옵니다. 전사(專使)493) 가 일을 끝마치고 동쪽으로 돌아오게 되매, 화로 동반(火爐銅盤) 1개와 동경(銅磬) 1개를 더하여 내려 주시니, 이미 후한 은혜를 받았으므로, 감격하고 기쁜 마음이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만복사(萬福寺)의 주지(住持) 양영 서당(亮瑛西堂) 등을 보내어 바다를 건너가서 박(薄)한 폐물(幣物)을 바치어 오로지 황제께서 왕위를 이으신 것을 배하(拜賀)하게 합니다. 신은 비록 먼 하늘, 먼 바닷가의 땅에 있어서 위궐(魏闕)494) 아래에 달려가 마음을 바치지는 못하나, 구구(區區)한 단성(丹誠)495) 을 엎드려 예찰(睿察)하여 주시기를 빌며, 그리하여 주시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신의 봉지(封地) 안의 백주(伯州)에 만복 선사(萬福禪寺)라고 하는 옛 사찰(寺刹)이 있는데, 허물어져 무너진 지가 세월이 오래 되었으므로 장차 다시 영조(營造)하려고 하여, 저번 때에 상국(上國)에 조연(助緣)496) 을 구(求)하였으나, 너그러이 용납하여 주심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바라는 바는 대왕께서 관인(寬仁)으로써 포금(布金)497) 의 봉시를 속히 행하여 주시면, 불각(佛閣)과 승방(僧房)을 일시에 다시 옛날처럼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길이 성수(聖壽)가 만안(萬安)하시도록 봉축(奉祝)하는 일단이 될 것입니다. 하정(下情)498) 은 지극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변변치 않은 방물(方物)을 별폭(別幅)에 갖추었습니다."
하였는데, 그 별폭에는,
"활[弓] 2장(張), 백시 동대(百矢同臺) 1대(對), 대도(大刀) 10진(振), 관자 풍로(罐子風爐)·건명분(健茗盆) 2매(枚)."
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5책 3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2면
- 【분류】외교-왜(倭)
- [註 490]상국(上國) : 조선(朝鮮)을 말함.
- [註 491]
경인년 : 1470 예종 원년.- [註 492]
금상 황제(今上皇帝) : 성종(成宗)을 말함.- [註 493]
전사(專使) : 특사(特使).- [註 494]
위궐(魏闕) : 임금의 궁궐.- [註 495]
단성(丹誠) : 진정에서 우러나는 정성.- [註 496]
조연(助緣) : 절을 지을 때에 돈이나 재물로 도와 주어 인연을 맺는 일.- [註 497]
포금(布金) : 베나 돈.- [註 498]
하정(下情) : 윗사람에게 대하여 자기의 마음이나 뜻을 낮추어 이르는 말.○日本國 因、伯、丹三州太守山名殿少弼源敎豐遣亮瑛西堂來, 獻土宜, 兼獻四書各一件。 其書契曰:
恭惟皇帝陛下寶祚紹運, 舊邦維新, 德超夏、殷之初, 道配堯、舜之上, 至祝至禱。 臣先祖以來, 家世無不通聘問於上國, 故庚寅之秋, 差一菴僧及奭都聞等, 而理舊盟且獻土宜之微誠。 幸遇今上皇帝踐祚之初, 染目於漢冠威儀, 濡耳於周詩歌頌, 吁盛哉! 實文武國也, 榮遇莫大焉。 專价事竣, 賜以東歸, 忝賜火爐銅盤一箇ㆍ銅磬一箇, 旣蒙恩惠之厚, 無勝感忭之至矣。 今差萬福寺住持亮瑛西堂等, 航海捧薄幣, 專致皇帝踐祚之拜賀。 臣雖在遙天遼海之際, 而莫不馳心於魏闕之下, 區區丹悃, 伏丐睿察萬幸。 臣封內伯州有古刹, 曰萬福禪寺, 敗顚歲久矣, 將成再造之營, 而嚮求助緣於上國, 未賜恕容。 所希以大王之寬仁, 速行布金之施, 則佛閣、僧房, 一時可復舊觀者也。 然則永奉祝延, 聖壽萬安之一端也。 下情不勝惶懼之至, 不腆方物, 具于別幅。 弓貳張, 百矢同臺一對, 大刀拾振, 罐子風爐、健茗盆貳枚。
- 【태백산사고본】 5책 3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42면
- 【분류】외교-왜(倭)
- [註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