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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5권, 성종 3년 12월 7일 기사 4번째기사 1472년 명 성화(成化) 8년

상당 부원군 한명회가 병조의 겸판서를 해면해 줄 것을 청하다

상당 부원군(上黨府院君) 한명회(韓明澮)가 와서 아뢰기를,

"헌부(憲府)에서 신이 사사로이 김순성(金順誠)의 일을 아뢰었다고 하여 죄줄 것을 청하니, 황공(惶恐)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김순성은 일찍이 신의 낭청(郞廳)이 되어, 신이 그의 처병(妻病) 때문에 부임(赴任)할 수 없음을 아는 까닭으로 아뢰었을 뿐, 어찌 다른 뜻이 있겠습니까? 김순성은 처병이 매우 심하여 그 낫는 것을 기다렸다 가려고 함이며, 평창(平昌)이 조잔(彫殘)함을 꺼림은 아닙니다. 김순성의 처병은 홀로 신만이 아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아는 것이니, 어찌 헛된 말을 가지고서 아뢰겠습니까? 〈세력이〉 차고 넘치면 거(居)하기가 어려운 것은 옛사람도 근심한 것이고, 주공(周公)은 대성인(大聖人)인데도 오히려 참소하고 비방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더구나 신은 부덕(不德)한데다 오래 병권(兵權)을 맡아 총애를 받으니 위험을 생각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 헌부(憲府)에서 아뢰어 청함이 이와 같으니, 신이 무슨 얼굴로 다시 권세를 장악하겠습니까? 청컨대 병조(兵曹)의 겸판서(兼判書)를 해면하여 중의(衆議)를 막으소서."

하니 명하여 장령(掌令) 이맹현(李孟賢)을 불러 묻기를,

"김순성(金順誠)이 정승(政丞)에게 청탁하는 것을 누가 보고 들었느냐?"

하였다. 이맹현이 아뢰기를,

"신(臣) 등은 보고 들은 바가 없고, 다만 김순성이 만약 청탁하지 않았다면 정승이 어떻게 그의 처병(妻病)을 알겠습니까? 신은 이로써 김순성이 청탁하였음을 알았습니다. 정승이 사사로운 일을 가지고 간여함도 또한 대신(大臣)의 체모가 아니니, 국문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정승을 문죄하라고 청한 것은 누가 한 말이냐?"

하니 이맹현이 아뢰기를,

"대중(臺中)에서 사건을 만나면 반드시 한가지로 의논하므로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먼저 발언(發言)한 자는 누구이냐?"

하니 이맹현이 아뢰기를,

"같이 의논할 때에 누가 먼저 발언하였는지 알지 못하오니, 신은 마땅히 물러가 물어서 아뢰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25권 2장 B면【국편영인본】 8책 698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上黨府院君 韓明澮來啓曰: "憲府, 以臣爲私啓順誠事, 請罪之, 不勝惶恐。 順誠, 曾爲臣郞廳, 臣知其以妻病, 不能赴任, 故啓之耳。 豈有他意? 順誠妻病轉劇, 欲待其愈而行, 非憚平昌凋殘也。 順誠妻病, 非獨臣知, 衆所共知, 豈將虛辭以啓乎? 盛滿難居, 古人所患, 周公聖大人也, 猶未免讒謗, 況臣不德, 久典兵權, 居寵思危, 有日矣。 今憲府啓請如是, 臣何顔復據權柄乎? 請解兼判兵曹, 以塞衆議。" 命召掌令李孟賢問曰: "順誠請於政丞, 誰所見聞歟?" 孟賢啓曰: "臣等無所聞見, 但順誠若不請, 則政丞何由知其妻病乎? 臣以此知順誠之請也。 政丞干以私事, 亦非大臣之體, 請問之。" 傳曰: "請問政丞, 誰所言也?" 孟賢啓曰: "臺中過事, 必共議之, 非一人所爲。" 傳曰: "先發言者, 誰也?" 孟賢啓曰: "共議之時, 未知某先發。 臣當退問以啓。" 傳曰: "可。"


  • 【태백산사고본】 5책 25권 2장 B면【국편영인본】 8책 698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